RM Magazine, 2026년 5월 20일 | David Ruppel · Benjamin Peetz (Westfield Insurance)
식품 안전은 오랫동안 '기준을 지키는 문제'로 여겨져 왔다. HACCP을 갖추고, 감사를 통과하고, 인증서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Westfield Insurance의 농업 리스크 전문가 David Ruppel과 Benjamin Peetz가 RM Magazine에 기고한 이 글은, 그 인식이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지적한다. 2026년 식품 안전 리스크는 단일한 위협이 아니라, 규제·기술·환경·보험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층적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규제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2024년 FDA는 인간 식품 프로그램(Human Foods Program, HFP)을 출범시키며 조직을 통합했다. 식중독 예방, 만성질환 감소, 화학물질 안전 확보를 목표로 한 이 개편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운영 방식에 있다. FDA는 현장 점검 권한을 점차 주 정부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연방 단위의 일원화된 규제 대응만으로는 부족해졌다는 뜻이다. 같은 기업이라도 사업장이 어느 주에 있느냐에 따라 감시 강도와 점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규제 대응 전략을 근본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더불어 기사는 기준 준수 자체의 한계도 직시한다. 이제 업계에서 규정을 단순히 충족하는 것은 최소 요건에 불과하다. 기준을 초과 달성하는 것이 표준적 기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OP를 철저히 이행하고 감사를 통과한 시설에서조차 리스테리아가 완제품에서 검출된 사례가 있다. 병원균은 잠복하고, 검출을 회피한다. 이 불편한 사실은 규정 준수(Compliance)와 실질적 위험 통제(Risk Control)가 같은 개념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서류상 완벽한 관리 체계가 실제 사고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이 기사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인식이다.
현장이 닫히고, 새로운 오염원이 열린다
팬데믹 이후 농식품 시설의 생물보안 기준이 전반적으로 강화되었다. 외부 인력의 접근이 제한되고, 방문을 위한 승인 절차가 복잡해졌다. 리스크 컨트롤 전문가가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까지의 리드타임이 길어지고, 일부 경우에는 가상 점검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다. 위험을 막기 위한 보안 강화가, 위험을 점검하는 행위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사는 PFAS(과불화화합물)를 새로운 차원의 위협으로 다룬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는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류하며, 오염된 지하수를 통해 낙농장 우유까지 침투한 실제 사례가 보고되었다. 문제는 이 위험이 보험 사각지대에도 놓여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PFAS 관련 위험을 일반 책임보험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염 책임 보험(Pollution Liability)을 별도로 가입하지 않은 기업은 이 리스크에 무방비 상태일 수 있다. 위험의 실체는 알려졌지만, 그 위험을 전가할 수단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기술은 방패인가, 새로운 취약점인가
AI와 자동화 기술의 도입은 식품 안전 분야에서 분명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물 생산, 품질 검사, 포장 이상 탐지, 공급망 가시성, 동물 건강 모니터링까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예측 분석 기반의 위험 감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기술 낙관론에 중요한 단서를 붙인다. 자동화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시스템 장애나 사이버 공격이 미치는 파급력도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 리스크 관리의 프레임 안에 사이버보안이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AI는 방패가 될 수 있지만, 그 방패에 균열이 생기면 오히려 더 넓은 취약점이 드러난다.
이 맥락에서 제품 리콜 보험의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사고 이후의 회복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리콜 비용, 폐기·수거, 브랜드 복원, 영업 중단 손실을 포괄하는 전문 리콜 보험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공급망이 복잡하고 다단계인 기업일수록, 보장 범위를 공급망 구조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식품 안전은 공급망 전체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저자들이 결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기술도, 보험도, 규제도 아니다. 생산자에서 가공업체, 유통업체,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추적성(Traceability)과 책임성을 내재화하는 문화다. 아무리 정교한 리스크 관리 도구도, 공급망 각 단계에서 책임 있는 소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2026년 식품 안전 리스크 관리의 지형은 복잡해졌다. 규제는 분산되고, 위협은 다양해졌으며, 기술은 기회이자 위험이 되었다. 이 복잡성을 단순한 준수 체계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위험의 성격을 직시하고, 예방과 회복을 동시에 설계하는 통합적 사고다. 이 기사는 그 출발점으로서의 진단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원문: "2026 Trends in Food Safety Risk Management", RM Magazine, 2026.05.20 저자: David Ruppel · Benjamin Peetz (Westfield Insurance) https://www.rmmagazine.com/articles/article/2026/05/20/2026-trends-in-food-safety-risk-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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