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3일 토요일

ESG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 기업은 이제 '내부'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2026년 5월, 글로브스캔이 발표한 조사 하나가 조용하지만 묵직한 파장을 던졌다. 전 세계 대기업 커뮤니케이션 및 대외협력 전문가 약 300명에게 물었다. "당신의 회사가 직면한 가장 큰 ESG 평판 리스크는 무엇인가?"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거버넌스(G), 45%. 환경(E), 27%.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환경이 39%, 거버넌스가 29%였다.

숫자가 바뀌었다는 것은 단순히 순위가 바뀐 것이 아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시선 자체가 이동했다는 신호다.


오랫동안 ESG 담론의 중심에는 환경(E)이 있었다. 기후위기, 탄소배출, 넷제로 선언. 이 언어들이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표지를 장식했고, 기업의 친환경 이니셔티브는 홍보 전략의 최전선에 배치되었다. 투자자들도 기후 리스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규제 기관들은 스코프 1·2·3 공시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 결과, 역설적이게도, 환경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넷제로 목표를 세우는 법을 배웠고, 탄소 회계 담당자를 채용했으며, 공시 템플릿을 숙달했다. 규제의 언어가 정형화될수록, 대응의 루틴도 자리를 잡았다. 환경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익힌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 전혀 다른 종류의 위험이 조용히 커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거버넌스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환경 공시는 측정 가능한 지표가 있다. 탄소 배출량은 숫자로 나타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퍼센트로 표현된다. 하지만 거버넌스의 실패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화된다. 내부 고발자가 입을 열 때, 이사회가 경영진의 비윤리적 판단을 묵인했을 때, 공급망 어딘가에서 인권 침해가 발각될 때, 그리고 기업이 공언했던 약속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드러날 때. 이 모든 순간은 사전에 수치로 예측하거나 보고서로 봉합하기 어렵다.

글로브스캔의 아프리카 총괄 안네케 그레이링은 이렇게 진단했다. "기업 내부의 투명성, 윤리 경영, 컴플라이언스 실패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시망이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해졌다." 이 문장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구조적 변화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기업의 '외부 영향'에서 '내부 작동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회사가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서, 이 회사 안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로. 넷제로를 선언한 CEO가 동시에 이사회를 자신의 친위대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가. ESG 보고서는 아름답지만, 내부 고발 채널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공급망 실사 보고서에는 서명했지만, 1차 협력사 너머의 실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이 투자자와 소비자, 규제 기관의 입술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린워싱 논란이 거버넌스 리스크 부상의 결정적 촉매였다는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른 그린워싱 소송과 규제 제재는 단순히 환경 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거버넌스의 실패였다. 이사회가 허위 공시를 묵인했거나, 내부 검증 체계가 없었거나,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했다. 환경을 내세운 사기는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ESG의 세 글자 사이에 숨어 있던 위계가 재편된다. E와 S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려면 G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 탄소 감축 목표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이사회가 있어야 하고, 공급망 인권 문제를 내부에서 감지하고 보고할 수 있는 채널이 살아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는 ESG의 세 번째 항목이 아니라, 나머지 두 항목이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토대다.


이번 조사 결과가 한국 기업들에 던지는 함의는 특히 크다. 국내 ESG 담론은 지난 몇 년간 환경 공시와 탄소 감축에 집중되어 있었다. TCFD 도입,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생에너지 전환 — 이 모든 것은 중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사회 독립성, 내부통제 시스템, 공급망 실사, 내부 고발 보호 제도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조직이 법무·감사·리스크관리·컴플라이언스 팀과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는 조사의 권고는 단순한 조직 설계 제언이 아니다. 그것은 ESG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아니라 경영의 내부 논리로 내면화되어야 한다는 요구다.


ESG는 오랫동안 '보여주는' 언어였다. 보고서, 선언, 목표치, 인증. 이 모든 것이 외부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거버넌스 리스크의 부상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이제 이해관계자들은 발표가 아니라 내부를 들여다보려 한다. 조직 안에서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무엇을 알았는지, 그 앎이 어떤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기업의 평판은 점점 더 안에서 결정된다. 밖에서 잘 꾸며진 ESG 보고서보다, 안에서 누군가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문화가 더 강력한 리스크 방어막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숫자가 먼저 알아챘다. 이제 기업이 알아챌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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