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인프라 시장의 법률 리스크 지도
— 「해외건설저널」 2026년 Issue No. 2 '해외건설 법률정보' 기고 3선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가 발행하는 「해외건설저널(Journal of International Construction)」 2026년 Issue No. 2(2분기호)는 '대미 투자 확대'를 이번 호의 중심 주제로 다루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건설 법률정보' 섹션(92~115쪽)에는 국내외 로펌 세 곳의 변호사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법적 쟁점을 기고하였습니다. 주제는 에너지 인프라 규제, EPC 리스크 배분과 가격변동, 노동법의 세 가지입니다.
2026년 3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제정되면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는 제도적 집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세 편의 기고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같습니다. 정책적 기회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계약 구조와 규제 대응, 그리고 리스크 관리 역량이라는 점입니다.
I. 미국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진출 시 법적 고려사항
필자: 손금주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서울행정법원 판사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습니다.
첫 번째 기고는 미국 전력·원전 시장의 규제 구조를 지도처럼 펼쳐 보입니다. 핵심은 연방과 주의 권한 분산입니다. 연방은 주간 송전, 도매전력시장, 원자력 안전, 수출통제, 외국인투자 심사를 관할하고, 주는 발전소 입지, 소매요금, 배전망, 토지이용, 비용회수 승인을 담당합니다. 필자는 '미국 인허가'라는 단일 절차를 상정하지 말고, FERC, NRC, DOE, 상무부, 재무부, 주 공익위원회, 지방정부를 모두 포함한 '인허가 매트릭스'를 작성해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규제기관별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FERC: 계통접속 절차를 클러스터 방식으로 개편한 Order No. 2023, 20년 이상 장기 송전계획을 요구하는 Order No. 1920, 송전선 입지와 backstop siting authority를 구체화한 Order No. 1977
· NRC: Part 50(건설·운영허가 분리)과 Part 52(통합허가) 체계, 그리고 상업운전 전 핵심 관문인 ITAAC
· DOE: 원자력 기술이전을 통제하는 10 CFR Part 810, 장비·핵물질 수출입 허가를 규율하는 Part 110, 대출보증에 수반되는 조달·노동·보고 의무
기고의 후반부는 미국 원전 프로젝트의 리스크 분담을 여덟 갈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인허가, 설계, 공급망, 시공, 금융, 시장, 정책·통상, 원자력 손해배상입니다. 몇 가지 지적은 특히 실무적입니다. 인허가 지연은 ‘regulatory delay’와 ‘contractor-caused delay’로 구분해야 합니다. 설계성숙도가 낮은 상태에서 체결한 lump-sum turnkey 계약은 오히려 프로젝트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target price, cost-plus-incentive-fee, pain/gain sharing 같은 대안적 가격구조를 검토해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 관점]
마지막 항목인 원자력 손해배상은 보험 설계와 직결됩니다. 미국은 Price-Anderson Act 체계로 운영자의 보험과 소급분담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EPC나 기자재 공급업체로 참여하는 한국 기업은 세 가지를 계약 단계에서 확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 책임 체계에서 어떤 지위에 놓이는지, 발주자의 indemnity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자사의 일반배상책임보험이 nuclear liability exclusion으로 인해 공백을 남기지 않는지입니다. 계약상 책임한도와 보험 담보 범위가 정합하지 않으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보유 리스크가 됩니다.
II. 미국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의 EPC 리스크 배분과 Price Escalation
— 한국 건설사를 위한 실무적 안내와 대응 전략
필자: Vinson & Elkins LLP
· Angus Rankin 파트너 변호사
· Jess Webster 도쿄 오피스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 고태원 트레이니 변호사
두 번째 기고는 같은 EPC 계약이라도 자금 출처에 따라 리스크 배분의 역학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민간 자금 프로젝트에서는 교섭력과 금융조달 적격성(bankability)이 계약을 지배합니다. lump-sum 계약의 시공사는 투입비용 상승 리스크를 부담하며, 지연과 성능 미달은 liquidated damages로 정산됩니다. 필자들은 LD가 발주자의 구제수단인 동시에 시공사 책임의 상한선으로서 재정적 확실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짚습니다. 발주자는 통상 계약금액의 5~15% 범위의 이행보증을 요구합니다.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는 규제 밀도가 다릅니다.
· Davis-Bacon and Related Acts: 2,000달러를 초과하는 연방 계약에 적정임금을 적용하며, 현재 연간 약 2,170억 달러 규모의 연방 지원 건설에 해당합니다. 준공 후 최소 3년간 급여·인사 기록을 유지해야 합니다.
· IRA 노동 요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총 노동력의 최대 15%까지 도제 인력을 활용해야 하며, 미준수 시 세액공제 5배 승수 혜택을 잃습니다.
· BABA와 FAR: 미국산 조달 의무와 의무적 계약조항이 적용됩니다.
기고의 중심은 가격변동 리스크입니다. 필자들은 2026년 현재 수입 철강·알루미늄·구리 제품에 50%, 일부 파생 제품에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고 전하며, 효과적인 Price Escalation 조항의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합니다. 적용 범위, 발동 메커니즘(예: PPI 기준 철강 비용 10% 상승 시), 지수 선정(PPI, ENR Construction Cost Index, DCD Cost Escalation Index, BLS Employment Cost Index), 비용 분담(‘wedding cake’ 구조), 그리고 상한선입니다. 여기에 change in law, 조기 조달, 단계별 계약, 발주자 리스크 특정(carve-out), 실비정산 분리, 자재 교체 권리, 관세·환율 조항, 발주자 제공 장비 등 여덟 가지 보완 전략이 더해집니다.
[리스크 관리 관점]
관세와 원자재 가격변동은 보험시장에서 전가되지 않는 리스크입니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유일한 전가 수단은 계약적 전가(contractual risk transfer)입니다. Escalation 조항의 발동 기준과 분담 비율은 사실상 시공사의 위험보유 한도를 정의하는 것이므로, 보험으로 전가되는 리스크와 계약으로 전가되는 리스크, 그리고 기업이 보유하는 리스크의 경계를 하나의 총위험비용(TCOR) 관점에서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연 LD의 상한 역시 공사보험의 예정이익상실(DSU) 담보 한도와 맞물려 검토되어야 할 항목입니다.
III. 대미 투자 확대 시대, 미국 건설시장의 기회와 전략
— 미국 노동법의 이해와 시사점
필자: 박재성 외국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세 번째 기고는 미국 노동법이 연방법을 최소 기준으로 하고, 실제 리스크는 각 주의 법제와 판례가 결정하는 구조임을 설명합니다.
연방 차원의 주요 법령은 네 가지입니다.
· FLSA: 연방 최저임금 시간당 7.25달러, 주 40시간 초과 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합니다. 화이트칼라 면제는 직책이 아니라 실제 업무와 급여 수준으로 판단하므로, 현장관리자나 QA/QC 인력의 오분류(misclassification)는 집단소송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 OSH Act: 추락, 전기, 밀폐공간 사고는 민사 책임을 넘어 행정제재와 형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Davis-Bacon Act: 지역·직종별 통상임금과 인증 급여자료(certified payroll) 관리가 요구됩니다.
· WARN Act: 대규모 감원이나 사업장 폐쇄 시 최소 60일 전 사전 통지가 필요합니다.
필자는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텍사스, 조지아, 캘리포니아를 비교합니다. 텍사스와 조지아는 연방 기준을 따르는 Right-to-Work 주로 사용자 친화적 환경입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주 최저임금 16.50달러(2026년), 일 8시간 초과 시 1.5배·12시간 초과 시 2배의 초과근로수당, 독자적 Cal/OSHA, California WARN Act, 프로젝트 노동협약(PLA), FEHA 기반 차별소송과 근로자 승소 시 변호사비용 전가 구조를 갖추고 있어 노동 관련 소송 리스크가 가장 높은 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결론에서 필자는 최근 국내 기업의 미국 공장 프로젝트 과정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이민당국에 구금된 사례를 언급하며, 현지 법·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 곧 사업 리스크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리스크 관리 관점]
미국의 근로자 재해보상은 주별로 운영되는 의무 제도이며, 차별·보복 해고와 임금 분쟁은 고용관행배상책임(EPLI)의 담보 영역에 해당합니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수행 주가 달라지면 노무 리스크의 빈도와 심도가 달라지므로, 입지 검토 단계에서부터 주별 노동규제와 보험 프로그램 구성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도급 구조에 flow-down되는 의무가 많은 만큼, 원도급사의 담보가 하도급사의 위반 리스크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도 점검 대상입니다.
맺으며
세 편의 기고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결론에 이릅니다. 미국 시장에서 계약 조항, 인허가, 노동규제는 준법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를 결정하는 변수라는 것입니다. 리스크 관리의 언어로 옮기면, 미국 프로젝트는 먼저 책임 지도를 그리고, 계약으로 전가할 것과 보험으로 전가할 것, 그리고 기업이 보유할 것을 구분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진입의 문을 열었다면, 그 안에서 자본을 지키는 것은 이 세 겹의 설계입니다.
원문: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해외건설저널」 2026 Issue No. 2, 92~115쪽 (http://krc.ica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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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기고 내용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계약 조항과 담보 조건은 프로젝트와 보험사 약관에 따라 다릅니다. 보다 자세한 법률적 해석은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