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AS 소송이 던지는 컴플라이언스의 질문
1. 호주 정부는 왜 3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가
2026년 5월, 호주 정부는 미국의 소재·화학 기업 3M을 상대로 약 14억 달러(A$2조)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PFAS, 이른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다.
PFAS는 열·오염·물에 강한 특성 때문에 수십 년간 소방용 폼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물질은 자연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며, 간 손상, 저체중 출산, 고환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와의 연관성이 여러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호주 정부의 주장은 명확하다. 3M은 자사 소방용 폼 제품을 판매하면서 해당 물질이 "안전하고, 생분해 가능하며, 무독성"이라고 보증했다. 그러나 실제로 3M은 PFAS의 유해성을 확인한 자체 시험 결과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주 국방부는 수십 년간 이 폼을 군 기지에서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토양과 수계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지금까지 오염 대응에만 A$13억이 투입되었고, 피해 지역 주민들과의 합의금으로 A$4억 이상이 지급되었다. 20만 톤 이상의 오염 토양이 처리되었고, 130억 리터가 넘는 물이 정화 작업을 거쳤다.
3M의 반박도 단순하지 않다. 자사는 호주에서 PFAS를 제조한 적이 없고, 문제의 제품 판매를 20년 전에 이미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주 국방부가 판매 중단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해당 폼을 계속 사용해왔다고 지적한다. 책임의 경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이유다.
2. 3M의 컴플라이언스, 제대로 작동했는가
이 소송이 단순한 배상 분쟁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중요한 이유는, 기업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는 법을 지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거버넌스 과정이다. 이 사건에서 3M의 컴플라이언스는 세 가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내부 정보의 비공개 문제다. 호주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3M은 PFAS의 유해성을 스스로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고객과 사회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리스크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기만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기업이 자체 시험을 통해 유해성을 인지한 시점부터, 그 정보는 더 이상 내부 자산이 아니다. 공중보건과 환경에 직결되는 정보를 기업 비밀로 다루는 순간, 컴플라이언스는 이미 무너진 것이다.
둘째, 제품 안전 보증의 허위성 문제다. "안전하고 생분해 가능하며 무독성"이라는 주장이 자체 시험 결과와 배치된다면, 이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게 만든 허위 보증이다.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 이 같은 제품 안전 주장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법적 책임의 기반이 된다.
셋째, 장기적 리스크 관리의 부재다. 판매 중단이 책임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PFAS는 환경에서 수십 년간 잔류한다. 제품의 수명주기는 판매 종료 시점이 아니라, 그 제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소멸하는 시점까지 지속된다. 3M이 판매를 중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판매된 제품이 수십 년간 어떻게 사용될지, 그리고 그 잔류 영향에 대해 어떤 사후 관리가 필요한지를 설계하지 않은 것은 리스크 관리의 공백이다.
결국 이 사건은 컴플라이언스가 단순히 법령 준수 체크리스트로 운용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내부적으로 리스크를 인식했음에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구조, 단기 판매 이익과 장기 환경 책임 사이의 균형을 상실한 의사결정이 수십 년 후 수조 원대 소송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3. 무엇을 배울 것인가
3M의 PFAS 소송은 이미 미국에서도 전례를 남겼다. 2023년, 3M은 미국 공공 수도 시스템의 PFAS 오염과 관련해 103억 달러 규모의 합의를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 건의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제 호주 정부가 14억 달러를 청구하며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 일련의 사태가 기업 경영과 컴플라이언스에 주는 교훈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내부 리스크 정보는 반드시 외부화되어야 한다. 기업이 자체 연구를 통해 제품의 잠재적 위해성을 인지하는 순간, 그 정보를 내부에만 보유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리스크의 내부 인식과 외부 공개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훗날 법적 책임의 크기도 커진다.
제품 수명주기 전체를 책임 범위로 설정해야 한다. 판매 이후에도 제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팔았으니 끝'이라는 관점은 오늘날의 규제 환경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컴플라이언스는 법무팀의 업무가 아니라 경영 전략의 핵심이다. 리스크가 인지된 시점부터 그것을 어떻게 다룰지는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경영 판단이다. PFAS 사태에서 3M이 부담하게 된 천문학적 비용은, 수십 년 전 리스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품 전략을 수정했다면 상당 부분 예방 가능했을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내부에서 포착된 리스크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달려 있다. 3M의 사례는 그 명제를 가장 값비싼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참고: Australia Sues 3M For $1.4B Over PFAS 'Forever Chemicals' Contamination, Claims Journal, May 29,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