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일 오전 10시 59분. 대전 유성구 외삼동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흰 연기가 솟구쳤다. 5분 뒤 연기는 검게 변했고, 인근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운전자들까지 그 기둥을 목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로켓과 미사일 추진체를 만드는 이 공장에서 또다시 사람이 죽었다. 5명 사망, 2명 부상. 그리고 이것이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세 번째 대형 폭발이다.
1. 무엇을 만드는 곳인가
대전사업장은 대전광역시 유성구 외삼동에 위치한다. 유성구는 대전의 서북부에 자리하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가 핵심 연구기관이 밀집한 '과학도시'의 중심축이다. 바꿔 말하면, 이 지역 일대는 국가 안보와 첨단기술이 교차하는 지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은 1977년 삼성그룹이 설립한 삼성정밀공업이다. 창업 첫해부터 미사일 추진기관을 시제 생산했고, 이후 항공기 엔진, 로켓, 유도무기 시스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과의 대규모 사업 재편(이른바 '빅딜')을 통해 인수하면서 현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어졌다. 대전사업장은 이 과정에서 방산 부문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업장의 공식 주력 업무는 대형 추진기관의 개발과 생산이다. 추진기관이란 로켓이나 우주발사체를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게 만드는 엔진에 해당하는 장치로, 폭발력을 지닌 추진제를 내부에 충전해야 작동한다. 추진제 혼화(混和)와 충전 공정 역시 이곳의 핵심 작업이다. 구체적인 생산 품목으로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다연장로켓 천무,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 방공무기 천궁-Ⅱ 등이 알려져 있다. 누리호(KSLV-2)에 장착된 액체로켓 엔진 관련 공급계 밸브와 자세제어 시스템도 이 사업장과 연관된 생산 계보에 있다.
사업장 면적이나 총 근무 인원에 관한 구체적 수치는 공개된 바 없다. 방산 보안시설이라는 특성상 내부 구조, 설비 현황, 인력 규모 등은 철저히 비공개다. 이번 사고 당시 폭발이 발생한 56동 세척공실에는 7명이 근무 중이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뿐이다.
2. 세 번의 사고, 하나의 패턴
2018년 5월 29일: 고무망치와 고체연료
첫 번째 대형 사고는 2018년 5월 충전공실에서 발생했다.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 연료를 충전하는 작업 중이었다. 충전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작업자들이 고무망치로 추진제가 담긴 용기 밸브를 두드린 것이 직접적 원인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2명이 즉사했고, 화상을 입은 3명이 이후 치료 과정에서 숨지면서 최종 사망자는 5명, 부상자는 4명이었다.
고무망치로 밸브를 두드렸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현장의 안전 감수성 수준을 드러낸다. 로켓 추진제는 마찰과 충격에 극도로 민감한 물질이다. 장비 오작동이 발생했을 때 취해야 할 행동은 작업 중단과 즉각 보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임기응변식 대응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다섯 명의 죽음이었다.
2019년 2월 14일: 정전기와 화약의 만남
9개월 뒤인 2019년 2월, 같은 사업장 70동 추진체 이형공실(離型工室, 추진체를 틀에서 분리하는 작업장)에서 또다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사망자 3명. 사고 원인은 로켓 추진체 내부에 잔존하던 정전기가 화약과 반응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과정에서 정전기 방지 설비 미흡 등 안전관리 문제가 추가로 드러났다.
정전기. 일상에서는 겨울철 문손잡이를 잡을 때 느끼는 작은 스파크 정도로 인식된다. 그러나 고에너지 추진제가 가득 찬 공간에서 정전기는 기폭제다. 이 사실은 방산 분야 안전 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정전기 방지 설비가 미흡했다는 조사 결과는 첫 번째 사고 이후 이루어졌다는 안전 대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6월 1일: 세척공실의 잔류물
세 번째 사고는 56동 세척공실에서 터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배관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세척'이라는 단어는 위험도가 낮은 일상적 작업으로 들리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세척 공정에서 남은 추진제 잔류물이나 분진, 용제 증기 등이 폭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물질들이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된 상태에서 충격이나 정전기 등이 점화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 건물은 지난해와 올해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 차례의 사고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뚜렷하다. 각각의 사고는 서로 다른 공정, 서로 다른 건물에서 일어났지만, 구조적으로는 동일한 실패를 반복했다.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현장에서 안전 절차가 형식화되었고, 잠재 위험이 축적되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으며, 점검의 그물망에는 구멍이 있었다. 2018년 이후 회사와 정부 모두 특별점검과 재발방지 대책을 천명했지만, 결과는 2019년의 3명, 2026년의 5명이다.
3. 보안의 방패, 안전의 맹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방산 보안시설이다. 이 말이 함의하는 바는 단순하다. 외부인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되고, 내부의 공정과 설비, 인력 배치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군사기밀 보호라는 명분은 정당하다. 적국의 정보 수집으로부터 국가 전략무기 개발 역량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기본이다.
그러나 같은 보안의 논리가 안전 감시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일반 제조업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 감독, 소방당국의 정기 점검, 환경부의 위험물 관리 감시 등 복수의 외부 감시 체계 아래 놓인다. 방산 시설은 이 모든 체계가 적용되기는 하지만, 보안을 이유로 접근 범위가 제한되고, 공정의 세부 내용은 당국에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났듯, 폭발이 발생한 건물 자체가 소방서 보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방산 작업 환경의 비공개성은 근로자 보호의 측면에서도 문제를 낳는다. 작업자들은 자신이 다루는 물질의 정확한 위험도와 사고 발생 시 대피 경로, 비상 대응 절차를 얼마나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가. 보안 교육과 안전 교육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어떤 쪽이 우선시되는가. 현장 근로자들이 위험한 상황을 발견했을 때 이를 외부에 제보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이 없다.
로켓 추진제 작업은 그 자체로 고도의 위험을 내포한다. 고체 추진제는 마찰, 충격, 정전기, 열, 심지어 특정 조건에서는 자연 분해에 의해서도 폭발할 수 있다. 세척 공정에서 남은 잔류물이 누적되거나, 환기가 불충분한 공간에서 용제 증기가 모이거나, 접지(接地)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전기가 발생하거나 —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대형 사고의 도화선이 된다. 이런 물질을 다루는 공간은 일반 공장과 같은 기준으로 관리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게 흘러왔다. 보안의 베일 뒤에서 안전 대책은 겉핥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특수성이 외부 감시를 약화시키는 논리로 기능한다면, 그 결과는 결국 내부 작업자들이 몸으로 감당한다.
마치며
같은 공장에서 8년 사이에 세 번. 13명이 죽었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 통계가 아니다. 시스템의 반복 실패다.
방위산업의 특수성은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한 기밀 유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보안이 안전 감시를 대체하는 논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기밀을 지키면서도 위험 공정에 대한 독립적 안전 감사가 가능한 구조는 충분히 설계될 수 있다. 그것이 선진 방산국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폭발이 발생한 건물의 외벽만 남고 내부 설비는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됐다고 한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세척 공정에서 이토록 큰 폭발이 가능했는지, 안전 절차는 정말 지켜지고 있었는지 — 이 질문들에 대한 진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그 답이 완전한 형태로 공개될지도 불확실하다.
비밀은 적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하지만 작업자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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