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7일 수요일

60년 된 서소문 고가도로 - 안전점검 중에 무너졌다

2026년 5월 26일 오후 2시 32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철거 공사가 한창이던 서소문 고가차도의 상판이 무너졌다. 감리단장과 현장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3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이들이 현장에 있던 이유가 더 비극적이다. 오전에 슬라브 절단 작업 중 단차가 주저앉아 공사를 즉시 중단했고, 오후 2시에 안전 진단을 실시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현장에 들어간 순간 거더(구조물을 떠받치는 보)가 끊어지며 붕괴가 발생했다.

안전을 확인하러 들어간 사람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아이러니 하나가 이번 사고의 본질을 압축한다.


1. 예고된 붕괴, 반복된 안전불감증

서소문 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된 폭 15m, 왕복 4차선 도로였다. 60년 동안 서울 도심 교통의 핵심축 역할을 했지만, 구조물의 내면은 오래전부터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2019년 3월에는 가로 1.8m, 세로 1.6m, 두께 6cm짜리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졌다. 마침 지나는 차량이 없어 피해는 면했다. 이후 2021년 고가차도 바닥판 탈락, 2024년 보 콘크리트 탈락, 보 강선 파손 등 사고가 이어졌다. 그리고 정밀 안전 진단은 D등급을 내렸다. A에서 E 사이의 등급 중 D는 '즉각 보수가 필요한 수준'이다.

D등급을 받은 이후에도 2021년과 2024년에 박락 사고가 이어졌고, 서울시는 추가적인 콘크리트 탈락을 우려해 안전망을 설치하고 철판을 덧대왔다.

콘크리트가 떨어지고, 보가 파손되고, 바닥이 뜯겨 나가는 사건이 수년간 반복됐다. 그러는 동안 이 구조물 아래로 매일 시민들이 지나다녔고, 결국 철거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걸 '예기치 못한 사고'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공 발주 공사에서 이런 패턴은 서소문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는 붕괴된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다. 2022년에는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공공이 발주하고, 공공이 감독하고, 공공이 준공을 승인하는 공사에서 사람이 반복적으로 죽는다. 그리고 매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발표가 따라온다.


2. 현장에만 책임을 묻는 구조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감리단장, 현장관리소장, 외부 전문가였다. 안전 점검을 위해 현장에 들어간 기술 책임자들이 사고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살아 있었다면 형사 책임을 추궁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건설 사고에서 처벌의 무게는 구조적으로 현장 기술자에게 집중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자를 뜻하며, 건설현장에서는 통상 현장소장(또는 현장대리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 법적 책임의 첫 번째 타겟은 현장소장이다.

반면 발주자는 다르다. 중대재해법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운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관한 책임을 묻는 법이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업체인 시공사와 구분되므로 공사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주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다. 서울시가 공정률 목표를 세웠고, 서울시가 준공 일정을 관리했다. 현재 철거 공정률은 87.19%로 계획(77.8%)보다 앞서 진행 중이었다. 계획보다 빠르게 공사가 진행된 현장, 그리고 사고. 이 속도와 사고 사이의 관계를 묻는 목소리는 아직 없다.

발주자는 예산을 쥐고, 공정 일정을 결정하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실질적 권력자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책임 구조는 현장소장 → 시공사 대표이사로 수렴하고, 발주 기관의 책임자는 유감을 표명하는 자리에 선다. 이 패턴이 광주에서도, 검단에서도, 그리고 서소문에서도 반복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은 안다. 발주처의 납기 압박과 예산 절감 요구가 안전 여유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그러나 그 압박을 내려보낸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그 압박을 받아 현장을 운영한 사람이 피의자가 된다.


3. 정부 공사,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는 단순한 관리 실패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안전이 밀려나도록 설계된 시스템의 결과다. 몇 가지 핵심 과제를 짚어야 한다.

첫째, 발주자 책임의 법적 명확화.

건설공사 발주자가 건설기술진흥법에서 허용한 사업 관리의 영역을 넘어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하는 등 지배·운영·관리를 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도급인의 지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기준은 현실에서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공정 목표, 납기 압박, 예산 삭감 지시 등 발주자의 실질적 개입이 사고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법적 기준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둘째, 노후 구조물 철거 공사의 안전 기준 상향.

일반 신축 공사와 노후 구조물 철거 공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태가 불량한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훨씬 많다. 현재 철거 공사 안전 기준은 신축 기준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 D등급 이하 구조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단계별 안전 확인 절차와 외부 독립 감리 체계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셋째, 공정 압박을 안전 위협으로 규정하는 제도적 장치.

이번 사고 현장은 계획 공정률보다 앞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빠른 공정이 반드시 위험은 아니지만, 준공 일정이 안전 결정을 압도하는 구조는 위험하다. 시공사가 발주처의 납기 압박을 안전 당국에 공식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 현장 기술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때, 그 판단이 발주처의 압력 앞에 무력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넷째, 사고 이후 처벌 구조의 재설계.

현행 시스템에서 건설 사고의 처벌은 현장소장과 시공사 대표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판결 사례를 보면 원청 대표에게는 집행유예 수준의 징역형이, 하청업체 현장소장에게는 그보다 짧은 집행유예 징역형이 선고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공공 발주 기관의 담당 공무원과 기관장에 대한 책임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마치며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엄정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경찰은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이 대응은 적절하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현장 관리 부실"이라는 결론으로 수렴되고, 현장소장 기소와 시공사 처벌로 마무리된다면, 그 사고는 다음번 사고를 막지 못한다.

서소문에서 죽은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은 아마도 그 구조물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안전 점검을 위해 위험한 현장에 들어간 행위 자체가, 이 사회가 기술자들에게 부여하는 역할의 본질을 보여준다.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을 지키는 일, 그리고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는 일.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음 사고의 피해자 역시 현장의 기술자가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