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일 화요일

제품 안전 보고의 타이밍이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2026년 5월, 미국의 대표적 리스크 관리 전문지 Risk Management Magazine에 주목할 만한 기고문이 실렸다. 저자는 미국 대형 로펌 Blank Rome의 파트너 변호사 Terry Henry와 Lauren O'Donnell, 그리고 어소시에이트 Serena Gopal이다. Terry Henry와 Serena Gopal은 집단 불법행위(mass torts)와 복잡 분쟁을 전문으로 하고, Lauren O'Donnell은 기업 소송을 전문으로 한다. 세 사람 모두 제품 안전 규제와 기업 책임 분야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온 법률 전문가다.

이들이 이 글을 쓴 배경은 단순하다. 최근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제재 수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Fitbit 1,250만 달러, Bestar 1,600만 달러, Gree 9,100만 달러에 임원 형사처벌까지. 이 숫자들은 단순한 과태료가 아니다.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규모다.


시마노 사례: 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대가

기고문의 핵심 사례는 일본의 자전거 부품 제조사 시마노(Shimano)다. 시마노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크랭크셋 파손과 관련된 수천 건의 클레임과 부상 신고를 받았다. 그 기간 동안 내부적으로는 9차례에 걸쳐 설계와 제조 방식을 수정했고, 총 25가지 변경을 적용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도 했다. 그런데 CPSC에는 보고하지 않았다.

2023년 9월, 시마노는 결국 68만 개의 제품을 리콜했다. 그리고 CPSC로부터 1,1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CPSC의 판단은 명확했다. 문제를 알았으면서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 그 자체가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시마노가 안전 문제를 방치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는 계속 개선하고 있었다. 그러나 CPSC가 요구하는 것은 내부 개선이 아니라 즉각적인 보고다. 두 가지는 별개의 의무다.


CPSC의 보고 의무: 핵심은 '즉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법(CPSA) 제15조(b)항은 기업에게 명확한 의무를 부과한다.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인지한 즉시 CPSC에 보고해야 한다.

첫째, 해당 제품이 안전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둘째, 제품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셋째, 제품이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

이때 '즉시'의 기준은 법적으로 엄격하다. 내부 조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최대 10영업일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 기간을 넘기는 것은 위반으로 간주된다. CPSC의 원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의심되면 보고하라(When in doubt, report)."


보고를 미루면 얼마나 위험한가

처벌 수위는 예상보다 훨씬 높다. 위반 건당 최대 12만 달러, 관련 위반 전체에 대해 최대 1,715만 달러까지 민사 제재가 가능하다. 고의적 위반의 경우에는 최대 5년의 징역형까지 부과될 수 있다. 임원 개인이 형사 피고인이 되는 상황이다.

책임의 범위도 넓다.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업체, 수입업체, 소매업체 모두 독립적인 보고 의무를 지닌다. 공급망의 어느 위치에 있든, 해당 제품의 위험 정보를 인지한 순간부터 의무는 시작된다.


기업이 갖춰야 할 체계

저자들은 기업이 실무적으로 갖춰야 할 세 가지 체계를 제시한다.

먼저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스템이다.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소송 현황, 테스트 결과 등 제품 안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흩어진 정보는 보고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만든다.

다음으로 전담 책임자 지정이다. 제품 안전 평가를 총괄하는 고위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이 불분명한 조직은 위험 신호를 감지하더라도 의사결정이 늦어진다.

마지막으로 기록 보관이다. 제품의 전체 수명 주기 동안 안전 관련 기록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사후에 보고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려면, 당시의 판단 근거와 조치 내용이 문서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영자에게 주는 메시지

한국 기업에게 이 기고문이 남기는 시사점은 단순히 미국 규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도 제품안전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이 강화되는 추세다. 결함 제품의 위해 가능성을 인지한 경우 즉시 보고하고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는 미국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라면 수출 대상국의 규제도 동시에 적용받는다.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CPSC의 보고 의무를 직접 부담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내부 문화다. 시마노 사례에서 보듯, 문제를 인지하고도 내부적으로만 처리하려는 관행이 훨씬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 '일단 조용히 수정하고, 나중에 보자'는 접근은 규제 환경이 강화된 지금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투명한 보고는 기업의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리스크를 조기에 통제하고, 소비자와 규제 당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제품 안전 보고의 타이밍이 기업의 평판과 존립을 가르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원문: "The Importance of Timely Product Safety Reporting", Risk Management Magazine, May 28, 2026. 저자: Terry Henry, Lauren O'Donnell, Serena Gopal (Blank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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