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회사의 과징금이 경영진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이유
Ⅰ. 들어가며
2018년 전면 개정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신 외부감사법")은 대한민국 회계 투명성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과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회계부정에 연루된 회사와 감사인은 물론, 이를 지시하거나 방임한 경영진 개인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묻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단순히 법이 강화된 것을 넘어, 실제 감독 당국의 제재 수위 역시 유례없이 높아졌습니다. 본고는 최근의 외부감사법 위반 제재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특히 회계부정의 결과로 부과되는 '과징금'이 어떻게 경영진 개인의 치명적인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그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Ⅱ. 외부감사법 위반 주요 유형 및 제재 사례
감독 당국의 제재는 크게 '회사', '감사인', 그리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요 위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례 1] 고의적 분식회계 (회사 및 경영진)
가장 고전적이고 중대한 위반 형태입니다. 경영진의 성과 압박, 주가 부양, 자금 조달 등을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고의로 왜곡하는 행위입니다.
위반 내용: A사는 수년간 가공의 매출처를 생성하고 재고 자산을 허위로 계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대의 매출과 이익을 부풀렸습니다.
제재 조치:
(회사)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증권발행제한
(경영진) 대표이사 및 재무담당임원(CFO) 해임 권고, 검찰 고발
2. [사례 2] 내부회계관리제도(IACS) 부실 (회사 및 대표이사)
신 외부감사법 하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입니다. 실제 분식회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회계부정을 예방하는 '시스템' 자체의 부실만으로도 제재 대상이 됩니다.
위반 내용: B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으로 공시되었습니다. 핵심적인 자금 통제 및 재고 관리 절차가 미비했으며, 대표이사는 이러한 '중요한 취약점'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양호'하다고 허위 보고하였습니다.
제재 조치:
(회사) 감사인 지정 2년, 위반사실 공표
(대표이사) 과태료 부과 (운영실태 보고의무 위반)
3. [사례 3] 부실감사 (감사인 - 회계법인)
회사의 회계부정을 적발해야 할 감사인이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한 경우입니다.
위반 내용: C회계법인은 A사의 감사 과정에서 매출처의 실재성 확인, 재고 자산 실사 등 핵심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하여 회사의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중과실)
제재 조치:
(회계법인) 과징금 부과, 해당 회사 감사업무 제한,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소속 공인회계사) 직무정지, 주권상장회사 감사업무 제한
Ⅲ. '과징금' 부과 형태와 경영진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위 사례들 중 경영진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과징금(課徵金)'**입니다.
1. 과징금 부과 형태 및 규모
과징금은 위반 주체에 따라 산정 방식이 다릅니다.
회사에 대한 과징금:
(고의) 분식회계:
위반금액(분식액) × 20%. 여기서 핵심은 **'상한선(Upper Limit)이 폐지'**되었다는 점입니다. 1,000억 원의 고의 분식회계는 이론상 200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합니다.(중과실) 분식회계:
위반금액 × 10%(한도 12억 원)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
통상적으로 해당 회사로부터 받은 '감사보수'의 최대 5배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 과징금이 경영진 개인에게 미치는 '치명적 영향'
과거 경영진은 회사가 부과받은 과징금을 '회사의 비용'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신 외부감사법 체제에서는 이 과징금이 경영진 개인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되었습니다.
첫째, 감독 당국의 직접적 신분 제재
증권선물위원회는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회계부정을 주도한 경영진(CEO, CFO 등) 개인에게 해임 권고, 직무 정지, 검찰 고발 등 직접적인 신분상 제재를 가합니다. 이는 즉각적인 경영 활동 중단과 형사 책임(징역, 벌금)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주주대표소송'을 통한 개인 배상 책임 (가장 치명적)
이것이 핵심입니다. 경영진(이사)은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회계부정으로 인해 회사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되었다면, 이는 경영진이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명백한 증거가 됩니다.
이때 다음과 같은 법적 절차가 진행됩니다.
회사 손실 발생: 회사가 감독 당국에 과징금 100억 원을 납부합니다.
주주의 소송 제기: 소액주주 등이 경영진(대표이사, CFO,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을 상대로 "당신들의 불법행위(분식회계)로 회사가 100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니, 당신들의 개인 재산으로 그 100억 원을 회사에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Shareholder Derivative Suit)**을 제기합니다.
경영진 개인의 배상: 법원이 경영진의 고의·중과실을 인정할 경우, 경영진은 자신의 개인 재산(급여, 퇴직금, 부동산 등)으로 회사가 납부한 과징금 전액 또는 상당액을 회사에 물어내야 합니다.
결국, 회계부정으로 부과된 '과징금'은 경영진 개인이 평생 갚아야 할 **'개인 빚'**이 될 수 있습니다.
Ⅳ. 결론 및 시사점
신 외부감사법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회계부정의 책임 실질화'입니다.
제재 수위의 현실화: 상한선 없는 과징금, 경영진 해임 권고 등은 회계부정의 '범죄 비용(Cost of Crime)'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내부통제 시스템 중시: 실제 분식이 없더라도 내부회계관리제도(IACS) 부실만으로도 제재함으로써 '사후 적발'이 아닌 '사전 예방'으로 감독 패러다임이 이동했습니다.
경영진 개인 책임의 확립: 회사의 과징금 손실이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경영진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으로 직결되는 법적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신 외부감사법 하에서 회계 투명성 확보의 책임은 더 이상 재무팀만의 몫이 아닙니다. 이는 CEO, CFO를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자신의 신분과 개인 재산을 걸고 이행해야 할 중차대한 '법적 의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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