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7일 토요일

리스크 관리의 진화론: BCP시작 후 GRC, ESG까지

살아남기(BCP) → 법 지키기(GRC) → 계약 따내기(ESG): 리스크 관리의 현실 진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If you can’t improve it.)

  • 피터 드러커 (Peter Drucker)

오늘날 많은 중소기업(SME) 경영진에게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대기업에나 해당되는 '비용 부담'이자 '규제 장벽'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이는 ESG를 완전히 새로운 '별개의 과업'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ESG는 사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수행해 온 **리스크 관리 활동의 '전략적 진화형'**입니다. 중소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성숙도에 따라 체계화되는 경로를 따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생존'을 위한 리스크 관리를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진화 단계와 통합 전략을 제시합니다.


1. 중소기업 리스크 관리의 3단계 진화 모델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비용'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 활동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체계화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지에 있습니다.

1단계: 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 생존을 위한 기반

  • 초점: 운영 리스크 (Operational Risk)

  • 주요 활동: 화재, 홍수, 공장 설비 고장, 팬데믹, 핵심 인력의 갑작스러운 퇴사 등 당장 기업의 '운영 중단(셧다운)'을 초래할 수 있는 물리적/인적 재난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 의미: 이는 가장 본능적이고 기초적인 리스크 관리입니다. BCP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습니다. 이는 ESG의 E(환경 - 물리적 리스크)와 S(사회 - 산업 안전, 보건)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입니다.

2단계: GRC (Governance, Risk, Compliance) - 체계를 위한 통제

  • 초점: 재무 및 법률 리스크 (Financial & Legal Risk)

  • 주요 활동: 기업 규모가 커지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해지면서, 법규 준수(Compliance)가 중요해집니다.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공정거래법, 회계 투명성 확보 등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Governance)을 구축하는 단계입니다.

  • 의미: BCP가 '외부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한다면, GRC는 '내부의 체계 부재'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이는 ESG의 G(지배구조)와 S(사회 - 노무, 법규 준수)를 체계화하는 단계입니다.

3단계: ESG 통합 -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 초점: 전략적 리스크 및 기회 (Strategic Risk & Opportunity)

  • 주요 활동: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거나,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성장할 때 직면하는 단계입니다. 이제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손실 방지'가 아닌, **'이해관계자의 요구 충족'**으로 확장됩니다.

    • 투자자는 'G(투명성)'를 요구합니다.

    • 원청사(고객)는 'E(탄소 배출)'와 'S(인권/안전)' 데이터를 요구합니다.

    • 우수 인재는 'S(공정한 조직 문화)'를 요구합니다.

  • 의미: ESG는 BCP와 GRC를 '포함'하고 '확장'하는 상위 개념입니다. BCP와 GRC가 '위기 관리(방어)'에 중점을 둔다면, ESG는 이를 기반으로 **'가치 창출(공격)'**까지 나아가는 전략입니다.


2. 조직 통합 전략: BCP와 GRC는 ESG의 '뿌리'다

그렇다면 ESG팀을 새로 만들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중소기업의 한정된 자원 하에서 이는 비효율적입니다. BCP, GRC, ESG는 별개가 아닌 '연결된 진화 과정'이므로 기존 조직을 기반으로 통합하고 R&R(역할과 책임)을 확장해야 합니다.

  • BCP 조직은 ESG로 어떻게 통합되는가?

    • BCP의 '재난 대응' 시나리오는 ESG의 E(환경) 리스크 분석으로 고도화됩니다. (예: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빈도 증가를 BCP에 반영)

    • BCP의 '안전 보건' 대응은 ESG의 S(사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예: 중대재해 예방)

  • GRC 조직은 ESG로 어떻게 통합되는가?

    • GRC의 G(지배구조)는 ESG의 G와 거의 일치합니다. GRC의 법무/컴플라이언스 기능은 ESG의 S(노동, 인권, 공정거래)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 GRC의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는 E(환경) 리스크(예: 탄소 규제)라는 '비재무적 리스크'까지 포함하도록 확장됩니다.

결론적으로, BCP와 GRC는 ESG 경영을 위한 '실행 조직'이자 '데이터의 원천'이 됩니다. ESG 경영팀(혹은 담당자)은 이들 조직에서 취합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외 보고(공시) 및 전략 수립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합니다.


3. 법인 형태별 맞춤형 진화 전략

모든 중소기업이 3단계(ESG)로 당장 나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1) 상장 법인 (Listed SMEs)

  • 진화 단계: 이미 **3단계(ESG 통합)**에 강제로 진입한 상태입니다.

  • 핵심 동인: 투자자(IR) 및 규제 기관(공시 의무)

  • 전략: GRC를 기반으로 'G(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BCP와 GRC 활동을 ESG 성과로 재해석하고 공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2) 기타 법인 (Non-listed SMEs: B2B 중심)

  • 진화 단계: **1단계(BCP) 또는 2단계(GRC)**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핵심 동인: 원청사(고객사)의 공급망 실사 요구

  • 전략: 'ESG'라는 용어에 매몰될 필요가 없습니다. 우선 고객사가 요구하는 것부터 대응해야 합니다.

    • "안전하게 운영되는가?" (BCP 및 S 리스크):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산업 안전 보건 시스템(ISO 45001) 구축

    • "법을 지키는가?" (GRC 및 S 리스크): 근로기준법, 하도급법 등 준수

    • "환경 규제를 지키는가?" (E 리스크): 폐기물 관리, 에너지 사용량(탄소 배출량) 기초 데이터 관리


결론: ESG는 '새로운 짐'이 아닌 '리스크 관리의 완성'

중소기업에게 ESG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과제가 아닙니다.

이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수행해 온 BCP(운영 안정성)와 GRC(법적 안정성)라는 기반 위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더하는 **리스크 관리의 자연스러운 '최종 진화 단계'**입니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BCP와 GRC 활동을 점검해 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우리 회사 ESG의 '첫걸음'이자 핵심입니다. 그 기반을 체계화하고 확장하는 것이 곧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치 창출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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