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바이어가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신네 탄소 배출량 데이터는요?
2024년 10월 말 현재,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은 EU가 자국의 강력한 기후 목표(Fit for 55)를 달성하기 위해 꺼내든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무역적 압박 수단(Geopolitical Trade Lever)'**입니다.
이 규제의 본질은 EU ETS(배출권거래제)의 탄소 가격을 EU 역외 생산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탄소 비용'을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관세'로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방지라는 명분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탈탄소 경쟁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입니다.
📉 CBAM이 정의하는 새로운 '리스크'의 개념
CBAM이 EU 역외 수출 기업(ex. 한국의 철강, 알루미늄 기업)에 부과하는 핵심 리스크는 **"탄소 비용 기반의 시장 가격 경쟁력 상실 리스크(Risk of Price Competitiveness Loss driven by Carbon Costs)"**입니다.
이는 환경 규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비용(Cost)'이자 '관세(Tariff)'의 문제입니다. 이 리스크는 2024년 10월 현재, 두 가지 단계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현재] 보고 실패 및 '징벌적 기본값(Default Values)' 적용 리스크:
2024년 10월 말은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전환 기간(Transitional Period)'에 해당합니다. 이 기간에는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EU 수입업자는 수출업자로부터 받은 '내재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합니다.
리스크의 실체: 만약 역외 수출 기업이 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없거나, EU가 요구하는 방법론에 맞춰 제공하지 못할 경우, EU 수입업자는 **EU가 설정한 '징벌적 기본값(Default Values)'**을 적용하여 보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본값은 통상 실제 배출량보다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결과: EU 수입업자(바이어)는 2026년 이후 해당 수출 기업과의 거래에서 막대한 '잠재적 CBAM 비용'을 확인하게 되며, 이는 즉각적인 거래선 변경(Sourcing Shift)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2026년 이후] 직접적인 비용 전가(Cost Pass-Through) 리스크:
2026년부터 EU 수입업자는 보고된 내재 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리스크의 실체: 이 비용은 제품의 원가에 직접 전가됩니다. 만약 A기업(저탄소) 제품의 CBAM 비용이 톤당 10유로이고, B기업(고탄소) 제품이 50유로라면, B기업은 EU 시장에서 즉각적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 리스크 관리를 위한 5가지 핵심 전략 방안
이러한 '탄소 관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대응은 '환경' 부서가 아닌 '전략', '재무', '생산' 부서가 주도해야 합니다.
1. '감사 가능 수준'의 MRV 시스템 긴급 구축
CBAM 대응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추정치'가 아닌 '실측 데이터'만이 '징벌적 기본값'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실행 방안: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 구축: CBAM 이행법률(Implementing Regulation)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에 따라, 제품별 '내재 탄소 배출량(Embedded Emissions)'을 **시설 및 공정 단위(Facility/Process Level)**에서 측정(Scope 1, 2)하고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데이터 오너십 확립: 이는 ESG팀의 업무가 아닌, 생산 현장(공장) 및 에너지 관리 부서의 핵심 KPI가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장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합니다.
2. '제3자 사전 검증(Pre-Verification)'을 통한 데이터 신뢰도 확보
2024년 현재 전환 기간에는 '검증(Verification)'이 의무는 아니지만, 2026년 본격 시행 시에는 '공인된 검증기관'의 검증이 필수입니다.
실행 방안:
조기 검증 착수: 2026년 이전에 선제적으로 공인된 제3자 검증기관(Accredited Verifier)을 통해 현재 구축한 MRV 시스템과 산출된 데이터의 '사전 검증'을 완료합니다.
EU 수입업자(바이어) 신뢰 확보: 검증된 데이터를 EU 수입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징벌적 기본값'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2026년 이후의 잠재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이는 바이어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입니다.
3. '자국 탄소 비용(K-ETS 등)' 납부 증명 시스템 구축
CBAM은 이중 과금을 방지하기 위해, 수출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비용'을 공제(Deduction)해 줍니다.
실행 방안:
재무/회계팀 연계: 한국 K-ETS 하에서 할당배출권 구매, 시장 구매 등을 위해 **실제 지불한 금액(Actual Price Paid)**을 제품 원가와 연동하여 추적하고 증빙할 수 있는 회계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공제 전략 수립: '무상할당' 부분은 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유상할당' 및 '시장 구매' 비용을 CBAM 내재 배출량과 정확히 연계하여 공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는 2024년 10월 현재, EU-한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인 핵심 쟁점입니다.)
4. '저탄소' 중심의 선제적 공정 투자 및 R&D
MRV는 '방어' 수단일 뿐, 근본적인 '공격(경쟁력 확보)' 수단은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실행 방안:
탈탄소 로드맵 실행: MRV를 통해 식별된 '탄소 집약적 공정(Hotspots)'에 대해 에너지 효율 개선, 폐열 회수, 저탄소 연료(ex. 그린 수소) 전환 등 실질적인 감축 투자를 즉각 실행합니다.
전략적 R&D: 전기로 전환(철강), 무탄소 연료 개발(시멘트) 등 장기적인 '저탄소 생산 기술' R&D에 투자를 집중하여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5. EU 수입업자와의 '비용 분담' 전략적 협상
CBAM 비용은 결국 '수출자'와 '수입업자' 사이의 가격 협상 문제입니다.
실행 방안:
시뮬레이션 기반 협상: (방안 1, 2, 3을 통해) 정확히 산출 및 검증된 자사의 내재 배출량 데이터와 K-ETS 공제액을 기반으로, 2026년 이후 예상되는 CBAM 비용을 EU ETS 가격과 연동하여 시뮬레이션합니다.
전략적 파트너십: 이 투명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EU 수입업자와 2026년 이후 발생할 CBAM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Cost-Sharing Mechanism)에 대한 선제적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 전문가 코멘트
CBAM은 '탄소'를 '환경 지표'에서 '무역 관세'이자 '원가 항목'으로 완전히 전환시켰습니다.
2024년 현재, 전환 기간의 보고 의무를 단순히 '규제 대응'으로만 접근하는 기업은 2026년 이후 EU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입니다.
지금은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재무제표' 수준으로 정확히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EU 바이어와 '탄소 가격'을 협상하며, 나아가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여 미래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골든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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