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평판 리스크, 기업의 운명을 가르다
기업 스캔들은 순식간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의 가치와 평판을 파괴하는 위기 경영의 핵심 리스크입니다.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스캔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중요한 것은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고 평판을 회복하는가'입니다. 아일랜드 더블린대(UCD) 스머핏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기업 평판 및 윤리 경영 전문가인 로사 전(Rosa Chun) 교수는 DBR 416호 기고를 통해, 기업의 평판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속죄(atonement)와 용서'**라는 종교적 개념을 현대 기업에 적용하여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본 아티클의 핵심 인사이트는 기업의 위기 대응 전략이 각 사회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죄책감 문화(Guilt Culture)'**와 **'수치심 문화(Shame Culture)'**라는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1. 문화가 규정하는 '속죄'의 방식: 죄책감 vs. 수치심
로사 전 교수는 기업 스캔들 사례를 통해 서양과 아시아 사회가 죄를 속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제시합니다.
1) 죄책감 문화 (서양 중심)
죄책감 문화에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개인 스스로 사회 규율을 위반했다는 내부적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초기 대응 단계에서 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평판 회복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됩니다.
처벌과 보속: 스스로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사과하고, 이에 상응하는 벌(예: 미국 CEO들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무거운 징역형)을 충분히 받아야 대중의 용서와 **보속(redemption)**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대응 사례: **페이스북(현 메타)**은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 당시 CEO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등 빠른 인정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주가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배기가스 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은닉하려 했던 폴크스바겐은 소비자 신뢰를 상실하고 주가가 스캔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수치심 문화 (아시아 중심)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기반을 둔 수치심 문화에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자신이 아닌 남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 문화는 **체면 보호(face saving)**를 중시합니다.
처벌과 보속: 죄가 확정되기 전 혐의만으로도 악플 등 대중의 '처벌'이 시작되며, 수갑 찬 모습의 사진 등 치욕을 가하는 방식으로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속죄는 주로 책임자가 사표를 내거나 대중 앞에서 90도 이상 허리를 구부려 사죄하는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 이뤄집니다. 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은 수사를 종결시키고 심지어 죄인에서 영웅으로 평가가 반전되는 사례까지 낳습니다.
문제점: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오히려 기업의 투명한 소통을 막고 장기적인 위기관리 능력과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한계가 있습니다.
2. 기업의 구원(Redemption) 전략: '내부 평판'과 '코제트'
로사 전 교수는 평판의 회복이란 궁극적으로 속죄와 용서를 통해 일종의 구원, 즉 보속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판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세 가지로 제시합니다.
🔑 핵심 인사이트:
'코제트'를 먼저 챙겨라: 내부 평판의 중요성
기업은 위기를 맞았을 때 속죄를 구할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즉 자신들의 **'코제트'**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 코제트는 주로 소비자뿐 아니라 직원들을 포함합니다.
로사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통해 직원 신뢰의 절대적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장발 장이 구원을 받기 위해 딸 코제트의 용서가 필요했던 것처럼 위기의 기업들도 직원들의 신뢰(내부평판)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원이 느끼는 내부 평판이 소비자의 외부 평판보다 더 중요하며 기업의 경쟁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화적 성숙: 죄책감 문화로의 이동
한국 사회가 위기를 더욱 성숙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치심 문화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죄책감 문화로의 이동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수치심 문화에서 죄책감 문화로의 이동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사회란, 기업이 실수나 잘못을 감추거나 회피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진정한 속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용서와 속죄의 문화'가 정착된 사회입니다.
✨ 결론: 지속가능한 평판을 위한 근본적 변화
기업의 평판은 **"평판을 만드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스캔들은 순식간에 평판을 파괴"**합니다. 지속가능한 위기관리와 국제적 신뢰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직원, 협력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투명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속죄를 통해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로사 전 교수의 기고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욱 견고한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문화적 성숙과 전략적 변화의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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