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재보험 전문가가 진단하는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 현황과 위험 트렌드'
저자와 보고서의 소개
본 고는 한국화재보험협회(KFPA)가 발간하는 웹진 2024년 2월호(Vol. 106)에 기고된 전문가 칼럼입니다.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 현황 및 위험트렌드'라는 제목의 이 기고는 글로벌 재보험사인 뮌헨재보험(Munich Re)의 Serene Chan(Regional Head Cyber Asia)과 위진욱 차장이 공동으로 집필하였습니다.
본 분석은 사이버 리스크를 바라보는 글로벌 재보험사의 전문적 시각을 바탕으로, 급격히 팽창하는 사이버보험 시장의 현주소와 보험업계가 직면한 핵심 과제들을 심도 있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기고의 주요 내용의 설명
기고는 오늘날 사이버 리스크가 기업 경영의 핵심 위협으로 부상했음을 강조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사이버 리스크의 부상과 시장의 성장
PwC(2022년)와 알리안츠(2023년) 등 유수의 기관 설문조사에서 사이버 리스크는 기업인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위험으로 일관되게 선정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추상적으로 여겨졌던 위협이, 2021년 미국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공격이나 2022년 토요타 협력사 해킹 사례처럼 실제적인 사회 혼란과 공급망 마비를 초래하는 중대 리스크로 인식된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힘입어 전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 약 4.8조 원 규모였던 시장은 2022년 14.5조 원까지 늘어나, 5년 만에 200%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기준 북미 시장이 전체의 68%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향후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점진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시장 성장의 핵심 동인
보고서는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배경으로 두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합니다.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의 진화:
첫째는 '랜섬웨어' 공격의 증가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 Ransomware-as-a-Service)'의 등장입니다. 이는 랜섬웨어 공격을 분업화·산업화하여, 기술력이 낮은 공격자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었고 결과적으로 공격의 빈도와 심도를 극대화하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강화:
두 번째 동인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인식 확대입니다. 기업이 보관하는 개인정보의 절대량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시행된 유럽연합의 GDPR(개인정보 보호 규정)과 같이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예: 전체 매출의 최대 4%)을 부과하는 강력한 법적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보험료의 급격한 인상
사이버 사고는 단일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비용을 동시에 유발합니다. 랜섬웨어 감염 시 데이터 복구 비용, 기업 휴지 비용, 사고 조사 비용 등이 발생하며, 개인정보 유출 시에는 과징금 외에도 피해자 통지 비용, 법률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청구됩니다.
이러한 손해액 증가는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되었습니다. 2019년 3분기 평균 1%에 불과했던 갱신 보험료 상승률은 2021년 3분기에는 평균 34%까지 치솟으며 시장 규모 팽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시사점 및 인사이트
저자들은 사이버보험 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이 성장이 '지속 가능'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의 부족과 리스크의 변동성:
사이버보험은 역사가 짧아 축적된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더욱이 리스크 자체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가 현재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축적 리스크(Systemic Risk) 관리:
가장 본질적인 과제입니다. 사이버 리스크는 특정 통신사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의 마비와 같이, 하나의 공격으로 전체 보험 가입자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 '축적 리스크'의 특성을 지닙니다. 이는 보험의 대수의 법칙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으로, 보험회사는 감당 불가능한 리스크(예: 통신망 오류로 인한 기업 휴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면책하는 등 위험 관리가 필요합니다.
'사이버 전쟁'의 정의: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는 '사이버 전쟁'입니다.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의 공격은 전통적인 전쟁과 같이 보험으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이 위협을 어떻게 정의하고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합니다.
결론적으로, 본 기고는 사이버보험 시장이 단기간에 이룬 폭발적 성과 이면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음을 명확히 지적합니다. 리스크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감당 가능한 영역을 설정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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