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이 건설업체와 그 대표이사를 기소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첫 사례입니다.
사고는 2022년 3월에 일어났습니다. 건물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환기구 도장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설비도, 추락을 막아줄 방호시설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되는 대목은 사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사고 약 4개월 전,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퇴사하였습니다. 회사는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을 뽑지 않았습니다. 대신 본사 직원 한 명을 안전관리자로 '지정'하였습니다. 서류 위에는 안전관리자가 있었으나,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이 더해집니다. 사고 이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추락방호시설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는 점입니다. 위험은 이미 외부의 눈으로 확인되어 있었고, 회사에 전달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리스크 관리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착각 하나를 보여줍니다. 형식을 갖추면 책임도 갖춘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첫째, 명목은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묻는 것은 안전관리자가 명부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역할이 실제로 작동하였는가입니다. 이름만 걸어둔 체계는 사고 이후 오히려 의무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둘째, 지적받은 위험은 더 이상 모르는 위험이 아닙니다. 감독기관의 지적, 내부 점검의 기록, 협력사의 건의는 모두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남습니다. 지적을 받았다면 개선의 기록 또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 기록이 없을 때, 사고는 불운이 아니라 방치의 결과로 평가됩니다.
셋째, 아낀 비용과 치르는 비용은 같은 저울에 오르지 않습니다. 안전관리자 한 명의 인건비를 아낀 대가로,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고, 회사와 경영책임자는 형사재판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손해배상은 보험으로 일부 대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과 기업이 잃는 신뢰는 어떤 계약으로도 이전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난 지 4년이 넘은 지금에야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사고의 책임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 남겨진 기록과 남겨지지 않은 기록이 책임의 무게를 결정합니다.
안전관리자는 지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는 서류 위에 있습니까, 아니면 현장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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