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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중대재해] 형이 확정된 37곳의 명단이 말하는 것

10월 15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된 사업장 37곳의 명단을 관보와 홈페이지에 공표하였습니다. 경영책임자는 도급인과 수급인을 포함하여 모두 39명입니다. 이로써 2023년 9월 이후 공표된 사업장은 81곳에 이르렀습니다.

명단의 면면은 무겁습니다. 2023년 12월, 경북의 한 제련소(A사)에서는 탱크 모터 교체 작업 중 삼수소화비소가 누출되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습니다. 밀폐설비도, 국소배기장치도 없었습니다. 대표이사는 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로서는 처음 구속기소되었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었습니다. 2022년 3월, 충남의 한 제조업체(B사) 공장에서는 에탄올로 세척한 부품을 건조하던 설비가 폭발하였습니다. 인화성 증기를 배출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표에게는 법 시행 이후 가장 무거운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무는 사례는 따로 있습니다. 2024년 2월, 경기도의 한 학교 시설 개선 공사 현장(C사 시공)에서 노동자가 1.2m 높이의 이동식 비계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별다른 조치 없이 작업을 이어갔고, 다음 날 숨졌습니다. 안전난간은 없었고, 안전모는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1.2m라는 높이가 이토록 무겁게 읽히는 까닭은, 그것이 거창한 설비나 막대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숫자는 더욱 분명하게 말합니다. 공표된 81곳 가운데 75곳, 92.6%가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위험을 알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확인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업장당 평균 위반 조항은 3.6개였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겹의 공백이 겹쳐 사고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처벌 수위를 두고는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경영책임자 85명 가운데 실형은 3명, 3.5%에 불과하고, 90.6%는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법인 벌금은 평균 9,800만원이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법의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닙니다.

첫째, 명단 공표 그 자체가 하나의 처분입니다. 사업장 명칭과 사고 경위, 최근 5년간의 중대재해 이력이 관보에 남습니다. 거래처의 협력사 평가, 금융기관의 여신 심사, 투자자의 ESG 판단이 이 기록을 비켜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형량은 집행유예로 끝날 수 있어도, 기록은 오래 남습니다.

둘째, 형사책임은 이전할 수 없는 위험입니다. 보험은 사고 이후의 손해배상과 같은 재무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비하는 배상책임보험 역시 그러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과 명단에 오르는 일 자체를 대신 짊어져 줄 수 있는 보험은 없습니다. 보험이 마지막 방어선이라면, 첫 번째 방어선은 결국 현장의 위험성평가와 그 이행을 입증하는 기록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은 경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업장의 위험은 확인되어 있습니까. 그리고 그 확인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까.

37곳의 명단은 처벌의 기록이기 이전에, 확인하지 않은 위험의 기록입니다. 다음 명단에 오르지 않는 길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1.2m의 비계에 난간 하나를 세우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명단공표 #위험성평가 #리스크관리 #경영책임자 #산업안전


2026년 8월 7일 금요일

이름만 있던 안전관리자: 주차장 추락사고

서울의 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이 건설업체와 그 대표이사를 기소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첫 사례입니다.

사고는 2022년 3월에 일어났습니다. 건물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환기구 도장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지하 4층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안전대를 걸 수 있는 설비도, 추락을 막아줄 방호시설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가장 오래 곱씹게 되는 대목은 사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사고 약 4개월 전, 현장의 안전관리자가 퇴사하였습니다. 회사는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을 뽑지 않았습니다. 대신 본사 직원 한 명을 안전관리자로 '지정'하였습니다. 서류 위에는 안전관리자가 있었으나,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이 더해집니다. 사고 이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추락방호시설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는 점입니다. 위험은 이미 외부의 눈으로 확인되어 있었고, 회사에 전달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리스크 관리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착각 하나를 보여줍니다. 형식을 갖추면 책임도 갖춘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첫째, 명목은 방어가 되지 못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묻는 것은 안전관리자가 명부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역할이 실제로 작동하였는가입니다. 이름만 걸어둔 체계는 사고 이후 오히려 의무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둘째, 지적받은 위험은 더 이상 모르는 위험이 아닙니다. 감독기관의 지적, 내부 점검의 기록, 협력사의 건의는 모두 위험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남습니다. 지적을 받았다면 개선의 기록 또한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 기록이 없을 때, 사고는 불운이 아니라 방치의 결과로 평가됩니다.

셋째, 아낀 비용과 치르는 비용은 같은 저울에 오르지 않습니다. 안전관리자 한 명의 인건비를 아낀 대가로,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고, 회사와 경영책임자는 형사재판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손해배상은 보험으로 일부 대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과 기업이 잃는 신뢰는 어떤 계약으로도 이전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난 지 4년이 넘은 지금에야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사고의 책임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사이 남겨진 기록과 남겨지지 않은 기록이 책임의 무게를 결정합니다.

안전관리자는 지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는 서류 위에 있습니까, 아니면 현장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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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4일 토요일

한 공공건축물 붕괴 사고로 본 주체별 책임

2025년 12월 11일 오후, 지방의 한 공공 문화시설 신축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를 붓던 중 지붕을 받치던 철골 트러스의 용접부가 끊어졌습니다. 지붕층과 1층 바닥은 붕괴가 시작된 지 불과 4초 만에 무너져 내렸고,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정률은 72%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결론은 분명하였습니다. 실제 시공된 용접 접합부의 강도는 설계강도의 22~31%에 불과하였습니다. 사고는 시공자의 부실시공과 감리의 관리감독 소홀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인재(人災)였습니다.

그러나 "주된 책임"이라는 표현은 곧 다른 책임도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사고를 주체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여러 겹의 방어선이 동시에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시공 — 붕괴의 직접 원인

설계도는 두 철골 사이의 홈을 용접재로 빈틈없이 채우는 완전용입용접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개선가공이 누락되었고, 용접 부위에는 철근 등 이물질이 무단으로 삽입되었습니다. 착공 전 적정한 용접 방법을 안내해야 할 시공상세도는 소홀히 작성되었고, 요구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용접사가 투입되었습니다.

이후 관할 지방국토관리청의 특별점검에서는 안전관리계획 미이행, 품질관리기술인 관리 미흡, 무등록자 재하도급까지 적발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시공사는 무너진 구조체가 공동수급사의 몫이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책임을 나누려는 그 말이야말로, 현장에서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었는지가 처음부터 흐려져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감리 — 마지막 방어선의 공백

감리는 시공의 오류를 걸러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조사 결과 감리 측은 미흡한 시공상세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용접사의 기량 검증과 시공 후 용접부 검사도 부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불량을 확인하고도 전수검사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용접부의 결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할 권한과 의무는 분명히 존재하였습니다.

감리단장은 2026년 6월 시공사 현장소장, 하도급업체 대표이사 및 현장소장과 함께 구속되었습니다. 국토부는 감리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고 있으며, 법령상 감리의 영업정지 상한은 12개월로 시공사(8개월)보다 오히려 깁니다. 감리의 책임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제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설계 — 설계 자체보다 '전달'의 문제

이번 조사는 설계 자체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어디까지나 '설계와 다른 시공'이었습니다. 다만 이 현장에는 독특한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제안된 특수 공법, 곧 길게 뻗은 장스팬 철골 트러스 위에 슬래브를 올리는 고난도 구조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고난도 공법일수록 설계의 의도는 시공상세도를 거쳐 현장의 용접 한 줄까지 정확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무너진 것은 바로 그 전달의 사슬이었습니다.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임의 설계변경과 안전성 평가 누락을 함께 적시한 점도, 설계와 시공 사이의 간극이 이 사고의 한 축이었음을 시사합니다.

발주처 — 공법을 승인한 자의 책임

해당 특수 공법은 발주처의 공법심사위원회가 제작·시공 방법과 안전성을 검토하여 승인한 것이었습니다. 공법을 선택하고 승인한 주체는 그 공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발주처 소속 공무원 4명은 입건되어 후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단정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유가족들이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경계하며 발주처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 온 까닭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기타 — 하도급 구조와 제도의 빈틈

경찰은 현장의 직접 과실을 넘어 입찰 비위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입건된 인원은 40명에 이릅니다. 무자격 용접공의 투입과 무등록자 재하도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사비가 내려갈수록 숙련과 검증이 사라지는 구조의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조사위원회는 재발방지책으로 용접 품질검사 기준의 상세화, 감리의 용접시공 및 시공 후 검사 계획 확인 의무의 명확화, 현장 용접사 자격검증 강화를 제안하였습니다. 제도가 이제야 명확히 하려는 그 의무들은,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모호하게 남아 있던 책임의 공백이었습니다.

책임은 나뉘지 않고 겹칩니다

2026년 7월, 검찰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등 11명(구속 4명)과 법인 4곳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형사책임은 개인과 법인별로 따로 물어지겠지만, 사고는 결코 한 주체의 몫으로 나뉘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설계의 의도가 시공상세도에서 흐려졌고, 시공은 그 흐려진 지점에서 무너졌으며, 감리는 그것을 걸러내지 못하였고, 발주처는 그 모든 과정을 승인하였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이 사고가 남기는 교훈은 명료합니다. 각 주체의 책임은 칸막이처럼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겹쳐 있으며, 그 겹친 지점이 비는 순간 사고가 일어납니다. 각 주체가 마련해 둔 보험과 계약상의 책임 범위 역시, 이 겹침의 지점을 기준으로 다시 점검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현장에서 설계의 의도는 마지막 용접 한 줄까지 전달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사람은, 실제로 확인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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