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3일 토요일

재해율 1% 상승 시 영업이익률 1.6% 하락?

기업 경영에 있어 '안전'은 때때로 직접적인 사고 보상 비용 외에는 그 영향을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그러나 산업재해는 생산 차질, 기업 이미지 하락, 노사 관계 악화 등 광범위한 경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성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일 소개할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박선영 연구위원이 수행한 '산업재해가 기업 성장, 수익성 등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분석'입니다. 본 연구는 산업재해와 기업의 재무적 성과 간의 연관성을 국내 상장기업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주요 데이터 소개

본 연구는 계량경제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산업재해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대상: 2011년부터 2018년까지 KOSPI 및 KOSDAQ에 상장된 제조업 기업 586개사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분석 데이터: 기업의 공시 재무자료(매출액, 영업이익액, 매출액 성장률, 영업이익률 등)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산업재해 자료(재해율, 사고재해율, 사고사망재해율)를 법인번호 기준으로 결합하여 패널데이터를 구축하였습니다.

분석 방법: 패널회귀분석(Panel Regression Analysis)을 적용하여, 관찰되지 않는 기업 고유의 특성(예: 조직 문화)을 통제하고 산업재해가 경영 성과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추정하고자 하였습니다.

주요 분석 결과 및 인사이트

연구 결과, 산업재해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 산업재해의 지속성 확인

    조건부 전이확률 분석 결과, 특정 연도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다음 해에도 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산업재해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안전보건 시스템과 연관된 지속적 경향성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저성과 기업에서의 재해 집중 경향

    산점도 분석 결과(2018년 기준), 1인당 매출액이 적거나 매출액 성장률이 0% 근처로 정체된 기업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영업이익률이 낮은 기업에서 재해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3. 매출 및 성장성에 대한 정량적 타격

    패널회귀분석 결과, 재해율 1% 증가는 '1인당 매출액'을 약 1,215만 원에서 1,431만 원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기업의 외형적 성장 지표인 '매출액 성장률' 역시 재해율 1% 증가 시 0.45~0.71%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4. 수익성에 대한 직접적 영향

    매출보다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1인당 영업이익액: 재해율 1% 증가는 '1인당 영업이익액'을 약 211만 원에서 247만 원 감소시켰습니다.

영업이익률: 재해율 1% 증가는 '영업이익률'을 1.11~1.21%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질병 재해를 제외한 '사고재해율' 1% 증가는 영업이익률을 1.54~1.60% 감소시켜, 분석 대상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2.6%)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큰 폭의 하락입니다.

  1. 사고사망재해의 치명적 비용

    분석 기간 중 사고사망재해가 발생했던 88개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 분석한 결과, '사고사망재해율' 1% 증가는 '1인당 영업이익액'을 약 662만 원에서 934만 원가량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사고사망재해가 1인당 매출액이나 매출액 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은 견고한 분석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분석 대상인 제조업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이어서, 사망사고로 인한 기업 이미지 하락이 B2C(소비자 대상 거래) 기업에 비해 매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시사점

본 연구는 '산업재해'가 단순히 사고 보상비용이나 신규 노동자 고용 같은 직접적인 비용 발생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지속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경영의 핵심 지표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국내 기업의 실제 데이터를 통해 정량적으로 입증했습니다.

특히 재해율이 매출액 '수준(Level)'뿐만 아니라 '성장률(Rate)'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는, 안전보건 투자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 결과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안전보건 투자를 '비용'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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