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위탁 연구로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김성룡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중대재해사건에 대한 판례 법리 분석" 연구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이후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 경향과 법리 해석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연구 개요
본 연구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선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판결문 781건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 중 중대재해 사건 639건에 대한 통계 분석 및 법리 분석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통계 분석: 법 개정 및 양형기준 개정 전후의 판결 특성, 도급 관련 사건의 특성, 무죄 판결 특성 등을 분석했습니다.
법리 분석: 중대재해 관련 사건 중 법리가 포함된 판결을 선별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 및 개정법 적용 하급심 판례의 주요 법리를 분석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판결도 함께 분석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했습니다.
주요 연구 내용 요약
통계 분석 결과
중대재해 사건 비중: 분석 대상 제1심 판결(672건) 중 81.1%(545건)가 중대재해 사건으로, 법원 기소 사건의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사건 처리 기간: 사건 발생부터 제1심 선고까지 평균 약 13.8개월이 소요되며, 점차 길어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주요 선고 형량: 중대재해 사건 최고 책임자(자연인)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63.9%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29.2%), 징역형 실형(3.7%) 순이었습니다. 이는 일반 산안법 위반 사건 평균보다 자유형(집행유예 포함) 비율이 현저히 높은 특징을 보입니다.
법 개정 이후 변화: 2020년 산안법 개정 이후, 자유형(7.8%p 증가)과 벌금형(4.0%p 증가) 선고 비율이 모두 증가하고 무죄/면소 비율은 감소(11.8%p 감소)하여, 전반적으로 처벌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양형기준 개정 이후 변화: 2021년 7월 양형기준 수정 이후, 징역형(집행유예 포함) 비율이 약 8.4%p 증가하고 벌금형 비율은 감소했습니다.
도급 관련 사건:
도급 관련 사건은 전체 중대재해 사건의 29.2%를 차지했습니다.
도급인(자연인) 평균 형량: 자유형 8.92개월, 벌금 666만원. 수급인(자연인) 평균 형량: 자유형 8.09개월, 벌금 693만원. 자유형은 도급인이, 벌금형은 수급인이 다소 높았습니다.
법인 벌금: 도급 법인 평균 956만원, 수급 법인 평균 792만원으로, 개인 벌금액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법 개정 후 도급인 책임 강화 경향: 개정 후 도급인/수급인 모두 자유형 선고 비율 및 형량이 증가했으나, 특히 도급인의 자유형 선고 비율(26.7% → 52.6%) 및 평균 형량 증가 폭이 더 컸습니다.
양형인자:
유리한 양형인자: 합의/보상/피해회복(94.4% 언급)이 압도적으로 중요했으며, 초범/전과 없음(53.8%), 반성/인정 순이었습니다.
불리한 양형인자: 피해자 사망/상해(사건 특성상 당연), 동종 범죄 전력, 미합의/합의 노력 부족 등이 주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무죄 판결: 전체 사건 중 드물며(최고책임자 기준 1.5%), 주로 의무 주체 불인정(도급/발주 구분 등), 의무 위반 불인정, 인과관계 증명 부족 등이 사유였습니다.
법리 분석 결과
법리 쟁점 비율: 제1심 중대재해 판결 중 9.4%(51건)만이 명시적인 법리 판단을 포함했습니다. 법 개정 이후 이 비율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주요 법리 쟁점: 과실/주의의무 위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예견가능성 및 인과관계가 가장 많았고, 의무 주체(고용관계, 도급인 여부 등)가 그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 주요 법리 (개정 전후 공통):
안전조치의무 위반 고의: 안전조치 미비 상태에서 작업을 지시하거나, 미비 상태를 알면서 방치한 경우 미필적 고의 인정 가능.
실질적 안전조치: 형식적 조치를 넘어, 해당 현장에서 예상 가능한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조치 이행 여부가 판단 기준임.
피해자 과실과 인과관계: 피해자 과실이 경합해도, 피고인의 의무 위반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면 인과관계는 단절되지 않음.
도급인 vs 건설공사발주자 구별 (하급심 동향):
개정 산안법상 도급인 책임은 원칙적으로 인정되며, 건설공사발주자는 예외적으로 제외됨.
발주자 해당 여부는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인가를 규범적 관점에서 판단. (실제 관리 여부보다 관리할 의무/능력이 없는지가 중요)
판단 기준: ① 해당 공사가 도급인 사업의 본질적·필수적 부분인가? ② 도급인만이 통제 가능한 특수한 위험 요소가 있는가? ③ 도급인은 능력이 있으나 수급인은 명백히 능력이 없는가? 등이 고려됨.
최근 하급심 판결(인천항만공사 사건 등)에서 동일한 법리 해석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구체적 사안 포섭에서 견해 차이를 보여, 향후 대법원 판례 정립이 주목됨.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분석:
산안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은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는 경향.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 및 작동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
양형 시 반복적인 사고 발생, 안전 의식 부재 등은 불리하게, 유족 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는 유리하게 작용.
시사점 및 전망
처벌 강화 추세: 산안법 개정 및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의 처벌 수위는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추세이며, 특히 도급인의 책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질적' 안전관리의 중요성: 법원은 형식적인 안전 규정 준수를 넘어, 실제 현장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 및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합의 및 피해 회복 노력의 영향: 양형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및 실질적인 피해 회복 노력이 집행유예 등 형량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법적 쟁점 심화: 도급인/발주자 구분, 인과관계 입증, 고의/과실 판단 등 법적 쟁점이 복잡해지고 소송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수사기관의 법리 기반 증거 확보 및 기업의 철저한 법적 대응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보고서는 중대재해 관련 법 집행 실무와 법리 해석의 최신 동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합니다. 기업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담당자, 법률 전문가 및 근로감독관 등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본 보고서의 내용을 참고하시어 중대재해 예방 및 법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사건에 대한 판례 법리 분석: 김성룡 경북대 법전원 교수 외. 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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