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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7일 토요일

스타벅스, 뉴욕시 역대 최대 노동법 합의금 3,890만 달러

직원 1만 5,000명 이상의 근무 스케줄을 임의로 삭감하고 추가 근무 기회를 박탈한 사실이 적발되며,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금 지급이 확정되었다.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이 사건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 수익 압박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발표일: 2025년 12월 1일 발표 기관: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부(DCWP)


위반 법률: 공정근무주간법

스타벅스가 위반한 것은 뉴욕시의 공정근무주간법(Fair Workweek Law)이다. 2017년 시행된 이 법은 패스트푸드 업종의 구조적 약자인 시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고용주에게는 근무 14일 전 정기 스케줄 사전 고지, 스케줄 변경 시 프리미엄 수당 지급, 신규 채용 전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 우선 부여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이 법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 보호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스케줄이 초래하는 삶의 불안정성, 즉 육아 공백, 학업 중단, 부업 계획의 붕괴를 방지하는 데 있다. 뉴욕시가 이 법을 도입한 배경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노동 유연성을 명분으로 사실상 직원의 생활 전반을 통제해왔다는 오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위반의 실체: 구조적이고 광범위한 착취

조사 결과 드러난 위반은 일부 매장의 일탈이 아니라, 뉴욕시 전역 300개 이상 매장에 걸친 조직적 관행이었다.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만 50만 건 이상의 위반이 확인되었다.

구체적 위반 양상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정기 스케줄 없이 운영되었으며, 회사는 직원 동의 없이 근무시간을 15% 이상 삭감하였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주간 소득을 예측할 수 없었고, 일상적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태에 지속적으로 놓였다. 또한 회사는 기존 직원에게 추가 근무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신규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다수를 비자발적 파트타임 상태에 묶어두었다. 이는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도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비용 절감 기제였다.


사건 경위

2022년, 수십 건의 노동자 민원이 접수되며 DCWP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일부 매장에 국한되었던 조사는 이후 뉴욕시 내 전 매장으로 확대되었다. 단일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반의 운영 방식 자체가 문제임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5년 12월 1일, 뉴욕시장 에릭 애덤스와 DCWP는 총 3,89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공식 발표하였다. 피해 직원 보상금 3,550만 달러와 민사 과태료 340만 달러로 구성된 이 합의는, 뉴욕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동자 보호 합의로 기록되었다. 보상은 해당 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주당 50달러씩 지급되며, 약 1년 반을 근무한 직원은 3,900달러가량을 수령하게 된다. 금전 보상과 함께, 최근 매장 폐점으로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타 지점 재취업 기회가 보장되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 경영 환경과 구조적 배경

이 사건을 단순히 법 위반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읽는 것은 표면적 해석에 머무는 것이다. 위반이 이토록 광범위하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데는, 스타벅스가 처한 경영 환경과 그 안에서 작동한 구조적 유인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팬데믹 이후 급격한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 임금 인플레이션, 글로벌 소비 침체가 겹치며 영업이익률을 지키기 위한 내부 압력이 강해졌다. 이 압력이 가장 먼저, 가장 손쉽게 작용하는 곳은 현장 인력의 스케줄 관리였다. 정규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단기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벅스의 분권화된 매장 운영 구조도 위반을 용이하게 한 요인이었다. 수백 개의 뉴욕시 매장은 각 지역 관리자의 재량 아래 스케줄이 운영되었고, 본사 차원의 법적 컴플라이언스 감시 체계가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였다. 법을 준수하는 비용보다 위반이 적발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제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되는 구조에서, 현장의 관행은 자연스럽게 법의 경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더해, 공정근무주간법 자체의 집행력 문제도 있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로도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위반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었으나, 3,890만 달러라는 전례 없는 규모의 합의가 나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발 이전까지 수백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평판 리스크와 브랜드의 역설

이번 합의는 금전적 손실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에 근본적인 균열을 초래하였다.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직원을 '파트너(Partner)'로 호칭하며 인간 중심의 기업 문화를 표방해왔다. 직원 복지와 공정한 처우를 마케팅의 핵심 서사로 삼아온 기업이, 정작 수만 명의 직원 스케줄을 수년간 불법으로 조작해왔다는 사실은 그 서사 전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소비자 신뢰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층을 주요 기반으로 삼는 브랜드에게, 노동 착취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남긴다. 이미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과 잇따른 매장 폐점으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조직 내 신뢰 회복의 과제를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시사점: 법적 환경의 변화와 기업의 선택

이 사건은 미국 전역 고용주들에게 예측적 스케줄링 법률 준수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강력한 선례로 남게 되었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유사 법률을 운용하는 도시들의 집행 강화가 예상되며, 노동자 권리 보호를 둘러싼 법적 환경은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단기적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법의 경계를 묵인하는 관행이 결국 훨씬 큰 재정적·평판적 대가로 돌아온다는 것, 이번 스타벅스 사건이 남기는 가장 분명한 교훈이다. 컴플라이언스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뉴욕시 DCWP 공식 발표 (2025.12.01) · OPB · Restaurant Dive · Akerman LLP


2026년 2월 28일 토요일

미국 고용법의 지뢰밭: 반드시 알아야 할 인사노무 리스크

2026년 2월, 미국 최대 집단소송 정보 사이트인 ClassAction.org에 올라온 고용 관련 집단소송 목록을 보면 한 가지 공통된 신호가 읽힌다. 미국에서 사람을 쓰는 일은 그 자체가 법적 리스크다.


1. 가장 빈번한 소송: 임금 및 초과근무 (Wage & Hour)

미국 고용 소송의 절반 이상은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직원, 초과근무 수당 제대로 줬나?"

연방법(FLSA, Fair Labor Standards Act)에 따르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에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세 가지 구멍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① 초과근무 계산 오류 보너스, 커미션, 각종 수당을 '정규 임금 산정 기준(regular rate of pay)'에서 빼놓고 계산하는 경우다. 예컨대 월 $500의 생산성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초과근무 계산 시 이를 포함하지 않으면 매주 미지급 임금이 쌓인다. 이것이 집단소송으로 묶이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배상이 된다.

② 근무 외 시간 무급 처리 창고 노동자의 보안 검색 대기 시간, 교대 전 준비 시간, 퇴근 후 업무 이메일 처리 시간 등 '업무와 연관된 모든 시간'은 원칙적으로 임금 지급 대상이다. 이 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창고·물류·호텔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③ 면제 직원(Exempt Employee) 오분류 관리직이나 전문직에 해당한다며 초과근무 의무를 면제 처리했지만, 실제 업무 내용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직함이 "Manager"라는 이유만으로 면제 처리하면 이는 소송 사유가 된다.


2. 의료·요양 업종의 특수 함정: CNA 근무 차등 초과근무

간호조무사(CNA)를 포함한 의료·요양 종사자 소송은 일반 초과근무 소송보다 한 층 더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야간 근무, 주말 근무, 교대 근무에 '근무 차등 수당(shift differential)'을 추가로 지급한다. 문제는 초과근무 계산 시 이 차등 수당을 기준 임금에서 빼버리는 관행이다.

예를 들어 기본 시급이 $20이고 야간 차등 수당이 $3이면, 실제 시급은 $23이다. 초과근무 수당은 $34.50(=$23×1.5)이 되어야 하는데, 기본 시급 $20만 기준으로 계산해 $30을 지급하면 매 시간 $4.50씩 미지급이 발생한다.

이 계산 오류는 작아 보이지만, 수십 명의 교대 근무자가 수년간 쌓이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으로 발전한다. 미국에서 요양원, 홈케어, 의료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급여 시스템의 차등 수당 처리 방식을 즉시 점검해야 한다.


3. 서비스업의 지뢰: 호텔 근로자 소송

호텔 업종은 미국 고용 소송의 단골 피고 업종이다. 프런트 데스크, 하우스키핑, 식음료 서비스 등 다양한 직군이 동시에 얽히기 때문이다.

소송의 주요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교대 전후 준비 및 정리 시간 무급 처리다. 유니폼 착용, 청소 장비 점검, 객실 배정 확인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근무 전 활동'으로 분류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문제가 된다.

둘째, 휴식 및 식사 시간 미보장이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특정 시간마다 유급 휴식과 무급 식사 시간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건당 페널티가 부과된다.

셋째, 팁 풀링(tip pooling) 규정 위반이다. 팁을 받는 직원들 사이에서 팁을 배분하는 방식에도 엄격한 연방·주 규정이 있다. 관리자나 감독자가 팁 풀에 포함되면 즉각 위반이다.

한국 호텔·외식·서비스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리스크가 바로 이 업종별 특수 규정들이다.


4. 독립 계약자 오분류: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적 함정

아마존 플렉스, 리프트, 쉽트, 월마트 스파크까지.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 목록에는 플랫폼 기반 배송·운송 서비스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이 소송들의 핵심 논점은 하나다.

"이 사람이 정말 독립 계약자인가, 아니면 사실상 직원인가?"

미국에서는 연방법과 주법이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ABC 테스트'라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계약자 지위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매사추세츠, 뉴저지 등 노동 친화적 주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존재한다.

독립 계약자로 분류할 경우 기업은 최저임금, 초과근무, 산재보험, 비용 환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오분류 소송의 배상액은 막대하다. 미지급 임금에 더해 세금 미납분,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긱 이코노미 모델이나 프리랜서 계약 방식을 활용하려 할 때, 이 함정은 특히 위험하다. 계약서에 '독립 계약자'라고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5. HR 아웃소싱의 맹점: 채용 담당자 초과근무 소송

인력파견사, 헤드헌팅 회사, HR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는 채용 담당자(Recruiter)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소송의 구조는 단순하다. 채용 담당자를 '전문직 면제(Professional Exemption)' 또는 '행정직 면제(Administrative Exemption)' 범주로 분류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이 분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FLSA상 전문직 면제가 되려면 고급 지식을 요하는 전문 분야에서 주로 지적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단순 채용 공고 관리, 이력서 스크리닝, 면접 일정 조율 등의 업무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미국에 HR 팀을 두거나 채용 대행사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채용 담당자의 직무 분류와 초과근무 수당 지급 여부를 반드시 재점검해야 한다.


6. 교육기관·기숙시설의 맹점: 뉴저지 RA 최저임금 소송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관리하는 Resident Advisor(RA)의 임금 문제가 뉴저지에서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RA는 통상 기숙사 방과 식사를 제공받는 대신 임금을 받지 않거나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법원은 숙식 제공을 '현물 임금(in-kind compensation)'으로 볼 때 그 가치가 실질적 근로 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판례는 대학 기숙사뿐 아니라 기업 연수원, 사원 기숙사, 합숙 형태의 근무 환경을 운영하는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직원을 고용할 경우, 현물 보상의 법적 처리 방식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7. AI 채용 도구의 새로운 리스크

목록에서 가장 주목할 항목은 "AI 채용 심사 소송"이다.

AI 기반 이력서 스크리닝, 챗봇 면접, 알고리즘 심사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공정신용보고법(FCRA) 위반으로 소송 대상이 되고 있다. FCRA는 채용 과정에서 소비자 보고서를 활용할 경우 구직자에게 사전 고지, 동의 획득, 결과 공유 등 엄격한 절차를 요구한다.

AI 도구가 이 범주에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일부 주(일리노이, 뉴욕 등)에서는 AI 채용 도구의 편향성 감사를 의무화하는 별도 법률까지 도입했다.

한국 본사에서 글로벌 HR 솔루션을 도입할 때 미국 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지 않으면 즉각적인 소송 리스크가 된다.


8. 배경조사의 절차적 함정

채용 과정에서 배경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절차를 어기면 소송 대상이 된다.

FCRA는 다음을 요구한다. 배경조사 실시 전 별도 서면 고지 및 동의 획득, 부정적 결과로 채용 거부 시 사전 통보 및 이의 제기 기회 부여, 최종 거부 결정 후 공식 통지가 그것이다.

이 절차를 생략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면, 채용 탈락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이 집단소송으로 발전하면 절차 위반 건수만큼 1,000달러씩의 법정 손해배상이 쌓인다.


9. 지역별로 다른 법률 지형: 뉴저지·매사추세츠

집단소송 목록에는 뉴저지와 매사추세츠가 별도 항목으로 등장한다. 이 두 주는 연방법보다 훨씬 강력한 노동 보호 규정을 가지고 있다.

뉴저지는 급여 지급 빈도, 임금 명세서 형식, 독립 계약자 판단 기준에서 연방보다 엄격하다. 매사추세츠는 퇴직 시 마지막 급여를 즉시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 대상이 된다.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단일한 HR 정책을 전국에 적용하려 하면 반드시 충돌이 생긴다. 주별 법률 지형을 파악하지 않은 글로벌 표준 정책은 미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진출 기업을 위한 핵심 인사이트

① 계약서보다 실질이 중요하다 미국 법원은 계약서 문구보다 실제 근무 형태를 본다. 계약자라고 써도 지시·통제·배타적 의존 관계가 있으면 직원으로 판단한다.

② HR 정책의 주(State)별 맞춤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50개 주가 각자 다른 노동법을 운영한다. 연방법만 따르는 것은 반쪽짜리 컴플라이언스다.

③ 업종별 특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할 것 의료·요양·호텔·서비스업은 일반 사무직과 전혀 다른 임금 계산 규칙이 적용된다. 업종에 맞는 별도 점검이 필요하다.

④ AI HR 도구 도입 전 법률 검토를 먼저 채용·평가·모니터링에 AI를 도입할 때, 미국 적용 가능성과 각 주의 규제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⑤ 현물 보상 방식도 임금법의 적용을 받는다 숙식 제공, 현물 지급 등 비현금 보상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될 수 있으며, 그 가치 산정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⑥ 집단소송의 규모를 과소평가하지 말 것 미국의 집단소송은 한 명의 피해자가 수천 명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1인당 소액의 임금 미지급이 기업 전체로는 수천만 달러 배상으로 귀결된다.

⑦ 컴플라이언스 비용은 소송 비용보다 항상 싸다 HR 컨설턴트, 노동법 전문 변호사, 급여 시스템 정비에 드는 비용은 집단소송 한 건의 합의금에 비하면 미미하다. 진출 초기부터 구조를 올바르게 잡는 것이 가장 저렴한 리스크 관리다.


미국 시장은 기회만큼 규제의 밀도도 높다. 사람을 고용하는 순간부터 법적 의무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의무는 업종마다, 주마다, 고용 형태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이 복잡성을 직시하는 것이 미국 사업의 첫 번째 조건이다.


2026년 2월 14일 토요일

DEI를 버린 대가 — 타겟(Target)이 증명한 것

수십 년간 다양성을 외쳤던 기업이 취임 5일 만에 모든 것을 뒤집었다. 그 결과는 '조용한 철수'가 아닌, 전방위적 붕괴였다.


DEI, 먼저 개념부터 짚고 가자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DEI'라는 단어. 정확히 무슨 뜻일까?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 세 단어의 앞글자를 딴 개념이다.

  • 다양성(Diversity): 인종, 성별, 나이, 국적, 종교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 내에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것
  • 형평성(Equity): 단순한 '평등(equality)'과 다르다.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것
  • 포용성(Inclusion): 다양한 구성원 모두가 환영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

기업 차원에서 DEI 정책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채용 다양성 목표 설정, 소수 집단 소유 공급업체 우대, 직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 외부 다양성 지수 보고 등 구체적인 제도와 예산이 동반된다.

타겟(Target)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 소유 브랜드와 커뮤니티 지원에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를 약속하며 DEI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회사다.


왜 DEI를 버렸나

조용하지 않았던 '전략적 재조정'

2025년 1월 25일, 타겟은 짤막한 발표를 내놓았다. 3년간 추진해 온 DEI 목표를 종료하고, 흑인 소유 브랜드 지원 이니셔티브(REACH)를 폐기하며, 외부 다양성 지수 보고도 중단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식 설명은 단 한 문장이었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 전략 재조정."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온 날이 언제였는지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던 바로 그 회사가, 취임 5일 만에 수십 년간 쌓아온 DEI 정책 전체를 접었다.

이유 1.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적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일째 되는 날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행정부는 연방 정부와 민간 기업 전반에서 차별적인 DEI 정책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후 서명된 행정명령은 연방 계약 기업들을 직접 겨냥했고, 보수 성향의 주주 그룹들은 DEI가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이유 2. 법적 리스크의 급격한 증가

2023년 미국 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기업의 DEI 기반 채용 관행과 공급업체 우대 정책도 법적 도전에 취약해졌다. 기업 법무팀들이 일제히 리스크 재검토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유 3. 이미 경험했던 불매운동의 학습 효과

타겟은 2023년에도 프라이드(Pride) 관련 상품 진열로 보수층의 대규모 불매운동을 경험했다. 당시 CEO 브라이언 코넬은 직접 "부진한 실적의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언급했다. 이 경험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유 4. 경쟁사들의 선례

타겟이 DEI 폐기를 선언하기 전후로,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이미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월마트(Walmart)는 DEI 공약을 조용히 수정했고, 메타(Meta)는 다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며, 아마존은 내부 메모를 통해 관련 관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JPMorgan 등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5년 S&P 500 기업들의 공시 문서에서 DEI 관련 언급이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그래서, 결과는?

타겟의 계산은 이랬을 것이다. 정치적 압박을 피하고,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보수층 소비자를 잃지 않겠다.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정반대였다.

전국 단위 불매운동

2025년 2월,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에 맞춰 시민권 단체와 흑인 성직자들이 주도한 전국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특히 타겟에 입점해 있던 흑인 소유 브랜드 판매자들도 피해를 입자, 활동가들은 방향을 틀어 "해당 브랜드를 타겟이 아닌 온라인 직구로 구매하자"는 운동으로 전환했다. 이 불매운동은 2025년 내내 지속됐다.

숫자로 드러난 손실

  • 2021년 고점 대비 주가 61% 하락
  • 시가총액 약 124억 달러(약 17조 원) 증발
  • 불매운동 선언 이후 매장 방문객 연속 8주 감소, 최대 주간 5.7% 하락
  • 4분기 매출 3.1% 감소
  • 브랜드 호감도 9% 하락

주주 집단소송

주주들은 "타겟이 DEI 정책 변경이 주가와 브랜드 가치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았다"며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 비용이 수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EO 사임과 대규모 구조조정

장기 재임 CEO 브라이언 코넬이 논란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타겟은 10년 만의 최대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약 1,800명의 임직원을 감원했다. 물론 아마존·월마트와의 경쟁 심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불매운동이 만들어낸 매출 감소가 결정적 요인이었음을 분석가들은 일제히 지목했다.

내부 붕괴

재무 손실만이 아니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직원 네트워크(ERG) 등 포용 프로그램이 약화됐고, 소수집단 출신 고성과자들의 이직률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심지어 타겟 공동 창업자의 딸들인 앤과 루시 데이턴(Anne & Lucy Dayton)이 공개적으로 "창립 가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짜 문제

버지니아 공대의 마케팅 교수 슈레얀스 고엔카(Shreyans Goenka)는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DEI를 지지했다가 철회하는 브랜드는 임의적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DEI를 지지하고, 내일은 철회하면 브랜드 포지셔닝이 일관성을 잃고 비진정성 있게 느껴집니다."

기업 컨설턴트 폰세 드 레온(Ponce de Leon)의 말도 곱씹을 만하다.

"사회의 정치가 바뀌어도, 당신의 가치관은 바뀌어선 안 됩니다."

타겟의 문제는 단순히 DEI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진보적 가치를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았던 기업이, 정치적 바람이 바뀌자 5일 만에 그 정체성을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소비자들이 분노한 것은 정책 변경 자체가 아니라, 그 돌변의 속도와 무게였다.


그래서 DEI는 끝난 건가?

타겟을 비롯한 기업들의 후퇴가 DEI의 종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영국의 자산운용사 슈로더스(Schroders)와 로열 런던(Royal London)은 타겟의 DEI 후퇴를 "장기적 재무 리스크"로 공식 규정하고,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DEI는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의 문제다.

2025년 하반기, 타겟은 뒤늦게 흑인 창업자 지원 단체 RICE와의 파트너십을 공개하며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떠난 신뢰를 되찾기에 충분한 제스처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타겟이 증명한 것

타겟의 사례가 남기는 교훈은 역설적으로 단순하다.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 DEI를 버렸더니, 더 큰 정치적·경제적·브랜드 위기가 찾아왔다. 불매운동을 두려워해 한쪽의 눈치를 봤더니, 더 강력한 불매운동이 반대편에서 터졌다. 소송을 피하려 했더니, 주주 집단소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타겟의 실적 부진에는 아마존·월마트와의 경쟁 심화, 소비 침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DEI 후퇴가 만들어낸 '신뢰의 공백'이 모든 부정적 요소를 증폭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는 단기적 수익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브랜드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일관성과 진정성이다.

타겟은 그것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참고: Fortune, CNN Business, Reuters, Bloomberg, Diversity.com, Retail Brew (2025)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DEI 프로그램을 없애면 생기는 일 — 간과하는 세 가지 위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 압력에 반응하는 것이든,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든 간에 — 많은 경영진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DEI를 없애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리스크 관리 전문 매체 *Risk Management Magazine(RIMS)*에 실린 제니퍼 포스트(Jennifer Post)의 분석을 토대로, DEI 축소가 기업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정리한다.


1. 법적 리스크 — 소송의 문이 열린다

DEI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차별을 예방하는 구조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 장치를 없애면 여성, 유색인종, LGBTQIA+ 직원 등 소수자 집단이 차별적 처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소송 리스크로 이어진다.

"DEI를 없앴으니 역차별 걱정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경영진도 있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의 소송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 금지 교육이 사라지고, 공정한 채용·승진 프로세스가 느슨해지면 — 법적 분쟁의 빌미가 더 많아진다.


2. 인재 리스크 — Z세대는 이미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DEI에 냉소적인 경영진이라도 이 수치는 무시하기 어렵다. Z세대의 61%는 DEI를 지지하지 않는 기업에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역시 포용적인 조직 문화를 직장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꼽는다.

채용 시장이 치열한 지금,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DEI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 그 이상이다. DEI를 없앤 기업은 조용히 인재 풀이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이탈도 뒤따를 수 있다 — 특히 다양성을 중시하는 핵심 인재일수록.


3. 재무·평판 리스크 — 고객도 보고 있다

경영진의 77%가 DEI는 재무성과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81%는 고객 충성도와 연관된다고 답했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69%는 DEI를 적극 지지하는 기업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DEI를 철회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순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뀔 수 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층이 주요 타깃인 기업이라면 이 리스크는 더욱 크다.

평판 리스크를 피하려는 시도로 많은 기업이 DEI라는 단어 대신 '직원 참여', '직장 문화', '소속감' 같은 표현으로 재브랜딩하고 있다. 이 전략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 없이 용어만 바꾼다면 — 오히려 위선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포스트의 분석이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폐지보다 조정이다.

  • DEI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전, 전면적인 위험 평가를 먼저 실시할 것
  •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필요하다면 재브랜딩할 것
  • 차별 금지 교육은 유지하고, DEI의 핵심 원칙을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내재화할 것
  • DEI는 한 번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

마치며

정치적 흐름에 따라 DEI를 없애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몰고 오는 법적 분쟁 비용, 인재 손실, 고객 이탈은 결코 작지 않다.

DEI는 단순한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리스크 관리의 문제다.


참고: Jennifer Post, "The Risks of Rolling Back DEI", Risk Management Magazine (RIMS), 2025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