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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6일 금요일

2025년 가격담합 대형사건 10선 — 제재 규모와 리스크의 실제

2025년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담합 제재 역사에서 분기점이 된 해다. 2026년 1분기까지 이어진 담합 과징금만 6,891억 원을 돌파했고, 이는 2025년 한 해 전체 담합 과징금(2,189억 원)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업종과 규모를 막론하고 식품, 금융, 통신, 제지, 건설 전 산업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아래 10개 사건은 2025년에 담합이 진행됐거나 조사·제재가 이뤄진 주요 사건으로, 경영자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실제 사례다.


사건 1. 이동통신 3사 번호이동 판매장려금 담합 — 과징금 963억 원 확정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한 이른바 '서초동 시장상황반'을 거점으로 삼아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경쟁을 회피했다. 3사 실무 담당자들이 매일 모여 판매장려금 수준을 공유하고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순증이 쏠리면 다른 회사가 장려금을 낮춰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담합을 지속했다. 공정위는 2025년 3월 1,140억 원의 잠정 과징금을 발표했고, 같은 해 7월 963억 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3사는 모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통신업계 기준 2013년 방통위 제재(1,064억 원) 이후 최대 규모 담합 과징금이다. 경영자 개인에 대한 형사 고발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실무 담당자들의 조직적 공모 정황이 의결서에 명시됐다.

핵심 교훈: '자율 규제 명목의 정례 모임'이 사실상의 담합 채널이 될 수 있다. 업계 협의체를 통한 경쟁 정보 공유는 그 형태를 불문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사건 2. 국고채 전문딜러(PD사) 입찰 담합 — 과징금 최대 수조 원 예상, 심의 진행 중

메리츠증권·키움증권·KB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교보증권·한국투자증권과 IBK기업은행·NH농협은행·하나은행 등 국고채 전문딜러 15개사가 제재 대상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한국은행 국고채 입찰 전 금리 정보를 사전 공유해 응찰 경쟁을 제한하고 국고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게 형성한 혐의를 포착, 2025년 3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가 파악한 관련 매출액은 76조 원이며 이론상 최대 과징금은 11조 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8월까지 15개 PD사가 의견서를 제출했고 연내 전원회의가 예고됐다. 한 PD사의 심사보고서상 과징금만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부의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인 행위라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 임직원 고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핵심 교훈: 금융 시장 내 '정보 공유' 관행은 담합 리스크의 온상이다. 입찰 전 금리·물량 정보를 타사와 교환하는 행위는 명백한 카르텔로 간주된다.


사건 3. 신문용지 제조 3사 가격 담합 — 과징금 305억 원, 1개사 법인 고발

전주페이퍼·대한제지·페이퍼코리아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국내 33개 신문사에 공급하는 신문용지 가격을 1톤당 12만 원 인상하는 과정에서 사전 합의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최소 9차례 가격 조율 모임을 가졌고, 가격 인상 통보 시 단속 회피를 위해 인상 시기와 금액을 서로 다르게 기재하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반발한 신문사에는 공급량을 50% 삭감하겠다고 압박까지 가했다. 공정위는 2024년 11월 제재를 확정해 총 3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가담 정도가 가장 심한 업계 1위 전주페이퍼를 검찰에 고발했다.

핵심 교훈: 담합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은폐 시도는 오히려 공정위가 '조직적 담합'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은폐 행위 자체가 가중 처벌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건 4. 인쇄용지 제조 6사 가격 담합 — 과징금 3,383억 원, 2개사 법인 고발, 가격재결정 명령

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한국제지·한솔제지·홍원제지 등 인쇄용지 제조·판매 6개사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 동안 60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총 7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사전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공중전화와 타 부서 직원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연락처를 이니셜이나 가명으로 관리하는 등 조직적 은폐까지 동반됐다. 동전·주사위로 가격 인상 통보 순서를 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담합 기간 중 평균 판매가격은 약 71% 상승했다. 공정위는 2026년 4월 과징금 3,383억 원을 확정하고, 담합에 가장 깊이 관여한 한국제지와 홍원제지를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20년 만에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내려 각 제지사는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핵심 교훈: 교과서·문제집 등 교육 분야 핵심 원재료의 담합은 소비자 전가 효과가 명백해 중대성 평가에서 최고 수준을 받고, 가격재결정 명령이라는 전례 없는 추가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사건 5. 4대 시중은행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 담합 — 과징금 2,720억 원, 전원 소송 예고

KB국민은행(697억 원)·신한은행(638억 원)·하나은행(869억 원)·우리은행(515억 원) 등 4대 시중은행이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수시로 교환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2026년 1월 총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21년 말 개정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정보 교환 담합 금지' 조항이 실제 제재로 이어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선례적 의미가 크다. 내부 문건에는 "담합 이슈 때문에 파일로 주고받지 못하고 일일이 적었다", "뒤로 윈윈한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4개 은행은 모두 2026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교훈: 가격·물량의 직접 합의 없이 '정보 교환'만으로도 담합이 성립한다. 이는 금융권을 넘어 모든 업종에 해당한다. 경쟁사와 교환하는 거래 조건 관련 정보의 법적 위험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사건 6. 설탕 제조 3사 가격 담합 — 과징금 4,083억 원, 식품업 역대 최대

CJ제일제당(1,507억 원)·삼양사(1,303억 원)·대한제당(1,274억 원) 등 설탕 제조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년여간 B2B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총 8차례 사전 합의했다. 공정위가 2024년 3월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지속한 것이 확인됐다. 2007년 동일 혐의로 5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담합을 반복한 점, 진입장벽이 높은 과점 시장 구조를 적극 활용한 점이 중대성을 높였다. 공정위는 부과기준율 최고 수준인 15%를 적용해 2026년 2월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확정했다. 식품업 담합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핵심 교훈: 과거 담합 제재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재범을 저지르면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대폭 가중된다. '반복 담합' 기업이 받는 제재 수위는 급격히 올라간다.


사건 7. 밀가루 제분 7사 가격·물량 담합 — 심사보고서 발송, 최대 1조 원대 과징금 예고

CJ제일제당·대한제분·대선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삼화제분·한탑 등 제분 7개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B2B 판매가격 인상 폭·시기를 합의하고 수요처별 물량을 배분했다. 이들의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공정위 산정 관련 매출액은 5조 8,000억 원이며 최대 과징금은 이론상 1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미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공정위는 2026년 2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며 20년 만에 가격재결정 명령까지 포함할 의사를 밝혔다. 최종 제재는 전원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핵심 교훈: 검찰이 먼저 임직원을 기소한 뒤 공정위 제재가 뒤따르는 복합 제재 구도가 현실화됐다.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임원 개인의 형사 책임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사건 8. 전분당 제조 4사 가격 담합 — 심의 착수, 최대 1조 2,000억 원대 과징금 가능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전분당 제조·판매 4개사는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 전분당 판매가격을 반복적으로 합의했다. 관련 매출액은 6조 2,000억 원으로 산정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2026년 3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면서 가격재결정 명령, 과징금 부과, 임직원 고발 의견을 모두 포함시켰다. 설탕 담합 조사 과정에서 전분당 담합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수사가 확장된 사례다. 식품 원재료 담합의 연쇄 적발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핵심 교훈: 한 사건 조사 중 연관 담합을 추가로 적발하는 '확장 조사'가 공정위의 표준 방식이 되고 있다. 한 품목의 담합이 발각되면 연관 시장 전체로 조사가 번질 수 있다.


사건 9. 신문용지 이어 인쇄용지 — 제지업 연쇄 담합 적발의 구조적 문제

신문용지 3사(2024년 11월 제재 확정)에 이어 인쇄용지 6사(2026년 4월 제재 확정)까지 제지업 전반에서 담합이 연속 적발됐다. 두 사건 모두 코로나19 이후 원가 상승을 가격 전가의 구실로 삼아 공급사 간 가격 인상을 사전 합의한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인쇄용지 6사 사건에서는 교과서·학습지 등 교육 분야 원재료 가격이 평균 71% 상승하며 피해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전가됐다는 점이 제재 수위를 끌어올렸다. 두 사건을 합산하면 제지 업계에서만 과징금 총 3,688억 원이 부과됐다.

핵심 교훈: 업계 전반의 관행처럼 굳어진 담합일수록 일단 한 곳이 적발되면 연쇄 제재가 뒤따른다.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는 논리는 공정거래법 앞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다.


사건 10. 식품 원재료 시장 전방위 조사 — 달걀·돼지고기·전분당 부산물로 확대

공정위는 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을 연속 적발하면서 달걀, 돼지고기, 전분당 부산물(사료용 글루텐피·배아 등) 시장에 대한 병행 조사도 진행 중임을 공식화했다. 공정위는 "민생물가와 직접 연결된 식료품 분야 담합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 아래 식품 원재료 카르텔 근절을 2025~2026년 최우선 집행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식품 공급망 전체를 겨냥한 구조적 조사로, 관련 업계 경영자라면 자사 거래 관행 전반에 대한 즉각적인 내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교훈: 공정위가 특정 업종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선언한 순간, 그 업종 전체가 리스크 영역에 들어간다. 조사 대상이 되기 전에 내부 자진 시정으로 선제 대응하는 것이 과징금 감경의 유일한 현실적 방법이다.


담합 제재의 흐름이 바뀌었다 — 경영자가 기억해야 할 3가지 변화

첫째,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구조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설탕 담합에 적용된 기준율 15%는 과거 평균(3.5%)의 4배를 넘는다. 2026년 시행 예정인 개정 과징금 고시는 담합 기준율 하한을 0.5%에서 10%로 대폭 올리고 반복 위반 시 최대 100%를 가중한다. 같은 행위를 해도 앞으로 받는 과징금은 지금보다 몇 배 더 클 수 있다.

둘째, '정보 교환'만으로도 담합이 성립한다. 4대 은행 LTV 사건은 가격 직접 합의 없이 거래 조건 정보 교환만으로도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한국 최초로 확정한 사례다. 경쟁사와의 모든 정보 교환 채널을 점검해야 한다.

셋째, 임직원 개인 고발이 현실화됐다.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임직원 14명이 기소됐고, 인쇄용지 사건에서도 법인 2개사가 고발됐다. 담합은 더 이상 회사의 법무팀이 사후에 수습하는 문제가 아니다. CEO를 포함한 경영자 개인의 형사 리스크다.


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반드시 알아야 할 공정거래법 리스크 — 법령별 영향과 실전 관리 전략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액은 4,227억 원이다. 불과 124건의 사건에서 나온 숫자다. 쿠팡은 PB상품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단 한 건에 1,628억 원을 부과받았고, KH그룹은 입찰 담합으로 510억 원, CJ프레시웨이는 부당 내부거래로 245억 원을 물었다. 이제 공정거래법은 단순한 '준법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기업의 생존과 경영자 개인의 형사 책임까지 직결되는 최전선 리스크다. 공정위 소관 6개 주요 법령별로 경영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리스크와 관리 인사이트를 정리한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 담합·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부당지원

공정거래법은 경쟁 질서를 지키는 헌법과 같은 법이다. 위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경영자가 각각 다른 맥락에서 노출된다.

첫째,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다. 경쟁사 직원과 가격이나 물량을 단 한 차례만 논의해도 담합이 성립할 수 있다. 골프장, 업계 협회 모임, 식사 자리가 수천억 과징금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24년에도 건설사 발주 가구 입찰, 반도체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등 다양한 산업에서 담합 적발이 잇따랐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부과되며, 법인 고발과 함께 담합을 주도한 임원 개인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다. 쿠팡 PB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색 알고리즘을 자사 상품에 유리하게 조작한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되어 1,628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 사건(151억 원)도 같은 맥락이다. 플랫폼 기업이라면 알고리즘, 수수료 정책, 데이터 활용 방식이 모두 잠재적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진이 인식해야 한다.

셋째,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자원을 집중하면 사익편취 혐의를 받는다. 2024년에는 총수 일가 보유 자회사에 대규모 공사 일감을 제공하거나 계열사에 인력을 파견해 인건비를 대신 부담한 행위가 제재를 받았다.

관리 인사이트: 경쟁사와의 접촉은 반드시 법무 또는 준법 부서의 사전 확인을 거쳐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 변경 시 경쟁 영향을 사전 검토하는 내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계열사 거래는 이사회 의결과 가격 적정성 검토를 문서로 남기는 것이 필수다.


2.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 원사업자가 가장 빈번하게 걸리는 법

하도급법은 위반 사건 건수 기준으로 공정위 제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갖기 때문에, 일상적인 구매·발주 행위가 곧바로 법 위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위반 유형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감액, 기술자료 요구·유용, 부당 반품, 경제적 이익 제공 강요 등이다. 2024년부터는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본격 시행되어,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폭 이상 변동하면 하도급 대금도 의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즉시 위반이 된다. 또한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법정 서면을 교부해야 하며, 구두·이메일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제로 이 이유만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가 2024년에 공개됐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무시할 수 없다. 기술 유용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가 2024년 법 개정으로 3배에서 5배까지 확대됐다. 기술 탈취 혐의가 인정되면 행정 과징금에 더해 민사 손해배상까지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관리 인사이트: 발주·구매 담당자가 하도급법의 금지 행위를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기술자료 요구는 반드시 법정 서면으로, 대금 감액 시에는 정당한 사유와 근거를 문서로 확보해야 한다. 연동제 대상 계약은 별도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 프랜차이즈 본부의 핵심 리스크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정보 비대칭과 지위 격차를 규율한다. 필수품목 강제 구매, 판촉비 전가, 영업 구역 침해, 계약 해지 남용 등이 주된 위반 유형이다.

공정위는 2024년 필수품목 관련 제도 개선과 불공정 행위 조사에 역량을 집중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경영 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도 규제가 강화됐다. 경영자 입장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정보공개서 미등록·허위 작성, 광고비·판촉비를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분담시키는 행위, 허가 없이 영업 구역 내에 직영점이나 타 가맹점을 개설하는 행위다.

관리 인사이트: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를 매년 갱신하고 공정위 등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가맹점주와의 모든 계약 조건 변경은 충분한 사전 안내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광고·판촉 비용 분담 기준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4.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 유통 플랫폼·대형마트의 뜨거운 이슈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자 사이의 거래를 규율한다. 쿠팡이 2024년 이 법을 포함한 복수의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은 것이 상징적이다.

주요 위반 유형은 상품대금 지연 지급, 판촉비·광고비 전가, 목표 이익률 강요, 경영 활동 간섭 등이다. 쿠팡 사례에서 드러났듯, 2만 5,000여 납품업체에 대금을 법정 기한을 넘겨 지급한 행위는 대규모 조직에서 현장 담당자 수준의 관행이 법 위반으로 이어진 경우다. 체험단 비용 미반환 등 소규모 갑질도 적발 대상이 됐다.

관리 인사이트: 납품 대금 지급 기한 관리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납품업자에게 비용을 요구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계약서 기재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판촉·체험단 행사 정산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5.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 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CEO의 문제

표시광고법 위반은 건수가 많지만 건당 과징금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 훼손과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라는 무형의 비용은 훨씬 크다. 2024년에는 라돈 저감 허위 광고, 원목 소재 허위 표시, SNS 인플루언서 뒷광고 등 53건이 제재를 받았다.

뒷광고는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모두에게 책임이 돌아온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라면 광고 표시 여부를 계약 조건으로 명문화하고 실제 게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관리 인사이트: 신제품 출시 전 제품 효능·원료 관련 표현을 법무 또는 외부 전문가가 검토하는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마케팅 캠페인 기획 단계부터 광고임을 명시하는 기준을 정책화해야 한다.


6.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숨겨진 리스크

이용약관이나 구매 조건서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포함시키면 약관규제법 위반이 된다. B2C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앱 서비스 약관, 환불 정책, 개인정보 처리 동의서 등에 이 법이 적용된다. 불공정 약관은 사업자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있다가 소비자 불만이나 경쟁사 신고를 계기로 한꺼번에 터지는 패턴을 보인다.

관리 인사이트: 약관을 최소 연 1회 법무 검토를 통해 갱신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나 요금제를 도입할 때마다 약관 적합성을 사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영자를 위한 공정거래 리스크 관리 5대 원칙

하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형식이 아닌 실질로 운영해야 한다. 2024년부터 CP 우수 운영 기업에게 과징금 감경 인센티브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공정위가 A등급 이상 기업에 직권조사를 면제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리스크 관리 수단이다.

둘. CEO가 직접 준법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공정위는 CP 운영의 핵심 요건 중 하나로 최고경영자의 공개적 의지 표명을 명시하고 있다. 내부에서만 통하는 준법 문화는 외부 감시가 들어오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셋. 고발 리스크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공정위는 2024년 처리 사건 중 30건에 대해 형사 고발을 실시했다. 기업 법인뿐 아니라 담합을 주도하거나 위반 행위를 지시한 임원 개인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넷. 내부 신고 채널을 실질화해야 한다. 법 위반 행위가 자진 시정되거나 조사에 협조한 경우 과징금이 최대 20% 감경된다. 내부 고발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가 기업에게도 이익이다.

다섯. 업종별 맞춤 리스크 지도를 그려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과 수수료 구조, 제조업은 담합과 하도급, 유통업은 납품 관행, 프랜차이즈는 가맹 계약 조건이 각각 핵심 위험 지점이다. 모든 법령을 동일한 비중으로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마치며

4건 중 1건꼴로 불복 소송이 제기될 만큼 기업들이 공정위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공정위의 소송 승소율은 2024년 역대 최고인 83.1%를 기록했다. 법정에 가서 이기는 전략보다 애초에 제재를 받지 않는 전략이 훨씬 현명하다. 공정거래법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스타트업, 중견기업 어디서든 시장에서 일정한 지위를 갖는 순간 공정거래법은 경영자의 일상 리스크가 된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의 공정거래 리스크 지도를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