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일 토요일

한국판 '로벤스 위원회', 중대사고 줄일까

가장 훌륭한 법률은 가장 적게 사용되는 법률이다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잔혹한 연대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강력한 법적 기제와 국가 통치권자의 엄중한 경고가 현장을 압박하고 있음에도, 노동자의 생명이 스러지는 비보는 끊임없이 타전된다. 법적 제재를 강화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단순한 선형적 논리는 현실의 복잡성 앞에서 무력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시한 ‘한국판 로벤스 위원회’ 설치 제언은 규제의 양적 팽창에 매몰된 우리 사회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반세기전 로벤스인가

국회입법조사처가 반세기 전 영국의 사례를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영국 역시 산재라는 고질병에 신음하고 있었으며, 당시 로벤스 위원회는 산재의 근본 원인을 '규제 결핍'이 아닌 '무관심'과 '지나치게 복잡한 법체계'로 진단했다. 로벤스 보고서의 핵심은 자율규제와 노·사 공동책임의 확립이다. 이는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고 처벌하기보다, 현장의 주체들이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동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산재 감축의 실효적 대안이라고 동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 법의 영역에서 문화의 층위로

안전은 본래 강제된 의무이기 이전에 하나의 고결한 '문화'여야 한다. 근로자에게 안전은 개인의 존엄과 행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며, 사용자에게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이익을 담보하는 필수적 투자다. 이 두 가지 필요조건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율적 안전문화는 싹을 틔운다. 타율적인 감시와 처벌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반드시 붕괴하기 마련이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노사가 스스로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적 토양이 비로소 중대재해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규제의 합리화와 제재의 엄중함

지향점은 명확하다. 국가의 개입과 규제는 최소화하되, 그 자율의 영역 안에서 발생한 의도적 태만과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면 안전을 준수하고 문화 정착에 앞장서는 기업에게는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포지티브 인센티브'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한국판 로벤스 위원회'가 또 하나의 관료적 기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는 안전을 법전의 문구에서 일상의 실천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규제가 보호하지 못한 생명을 자율과 책임이라는 안전 문화가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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