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 일요일

이토록 아슬아슬한 세상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늘 사후 확신 편향의 안개에 뒤덮여 있다.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한 줄로 꿰어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매혹적인 지적 유희다. 우리는 굵직한 전쟁, 경제적 대공황,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을 필연적인 결과물로 해석하며, 마치 다음 장에 펼쳐질 미래도 그처럼 명료하게 예측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하우절이 던지는 서늘한 통찰은 우리의 오만을 꺾는다. 과거의 궤적을 복기할수록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정교한 법칙이 아니라, 차라리 아찔한 우연의 연속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거대한 시스템은 사실 아주 사소하고 개별적인 사건들의 연쇄 반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단 한 명의 결단, 예상치 못한 기후의 변화, 혹은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가 역사의 물줄기를 완전히 틀어놓는다. 이 지점에서 깊은 사유가 시작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도표를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며, 세상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곳인지를 겸허히 수용하기 위해서다. 
 
미래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은 공포인 동시에 해방이다. 보이지 않는 변수를 모두 통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패배한다. 대신 우리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를 복기하며 얻어야 할 진정한 수확은 특정 사건의 재현 가능성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충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다. 
 
결국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확실한 전략은 불확실성을 상수로 두는 것이다. 내일의 풍경이 오늘과 같으리라는 안일한 믿음을 거두고, 예기치 못한 폭풍우가 찾아왔을 때 침몰하지 않을 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아슬아슬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가 갖춰야 할 품격이자 지혜다. 지나온 과거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유일한 진실은, 미래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짐승과 같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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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

인간은 관성적으로 내일을 오늘과 비슷하게 그리곤 한다. 통계와 데이터, 정교한 모델링을 통해 미래라는 불확실한 영토를 지도화하려 애쓰는 행위는 인류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지적 유희이자 생존 본능이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지점에서 서늘한 통찰을 던진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