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늘 사후 확신 편향의 안개에 뒤덮여 있다.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한 줄로 꿰어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매혹적인 지적 유희다. 우리는 굵직한 전쟁, 경제적 대공황, 혁신적인 기술의 등장을 필연적인 결과물로 해석하며, 마치 다음 장에 펼쳐질 미래도 그처럼 명료하게 예측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하우절이 던지는 서늘한 통찰은 우리의 오만을 꺾는다. 과거의 궤적을 복기할수록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정교한 법칙이 아니라, 차라리 아찔한 우연의 연속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거대한 시스템은 사실 아주 사소하고 개별적인 사건들의 연쇄 반응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단 한 명의 결단, 예상치 못한 기후의 변화, 혹은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가 역사의 물줄기를 완전히 틀어놓는다. 이 지점에서 깊은 사유가 시작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도표를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며, 세상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곳인지를 겸허히 수용하기 위해서다.
미래가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은 공포인 동시에 해방이다. 보이지 않는 변수를 모두 통제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패배한다. 대신 우리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를 복기하며 얻어야 할 진정한 수확은 특정 사건의 재현 가능성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충격이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다.
결국 삶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확실한 전략은 불확실성을 상수로 두는 것이다. 내일의 풍경이 오늘과 같으리라는 안일한 믿음을 거두고, 예기치 못한 폭풍우가 찾아왔을 때 침몰하지 않을 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아슬아슬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가 갖춰야 할 품격이자 지혜다. 지나온 과거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유일한 진실은, 미래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짐승과 같다는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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