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목요일

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


인간은 관성적으로 내일을 오늘과 비슷하게 그리곤 한다. 통계와 데이터, 정교한 모델링을 통해 미래라는 불확실한 영토를 지도화하려 애쓰는 행위는 인류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지적 유희이자 생존 본능이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지점에서 서늘한 통찰을 던진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작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뜻밖의 사건 즉, 꼬리 위험을 상상하는 능력이 부재함을 지적한다. 
 
리스크의 본질은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대비책을 세우고 보험을 들며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은 이미 리스크의 범주에서 비껴나 있다. 진정한 위협은 모든 대비가 끝났다고 자부하는 순간, 우리가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출현한다. 역사적 대사건이나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파동을 돌이켜보라. 그것들은 대개 경제 지표의 하락이나 예견된 갈등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터져 나온 우발적 사고나 맹목적인 우연의 산물이었다. 
 
우리는 흔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리스크의 영역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의 영역이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재조립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은 과거의 복제품이 아니다. 전례 없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세상은 그 궤적을 수정하며, 그 찰나의 순간이 모든 통계적 유의미함을 압도한다. 
 
결국 지혜로운 태도란 정교한 예측가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함을 삶의 상수로 받아들이는 겸허함에 있다. 보이지 않는 리스크에 대비하는 유일한 길은 예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충격이 닥쳤을 때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여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금 비중을 높이거나, 계획이 어긋날 것을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하는 행위는 비관주의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리스크의 위력을 인정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형태의 낙관주의다. 
 
예측은 오만하지만 준비는 겸손하다. 삶을 지배하는 거대한 흐름은 언제나 수면 아래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 파동을 막을 수 없으나, 그 파동에 휩쓸리지 않을 항해술은 익힐 수 있다. 뜻밖의 일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명제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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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

인간은 관성적으로 내일을 오늘과 비슷하게 그리곤 한다. 통계와 데이터, 정교한 모델링을 통해 미래라는 불확실한 영토를 지도화하려 애쓰는 행위는 인류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지적 유희이자 생존 본능이다. 모건 하우절은 이 지점에서 서늘한 통찰을 던진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