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
현대 산업 현장에서 안전의 개념은 이미 외형적 지표를 넘어 내면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가 제언하는 '심리·사회적 위험 평가(PSRA)'는 단순한 근로자 복지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부상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어떻게 물리적인 사고로 발현되는지, 그리고 조직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정리한다.
1. 보이지 않는 위협의 실체: 심리·사회적 요인의 정의
심리·사회적 위험이란 직무의 설계, 조직의 구조, 그리고 일터 내의 인간관계에서 기인하는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기질적 취약함이 아니라, 과도한 업무량, 직무 자율성의 결여, 지지 체계의 부재, 역할의 모호성 등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 즉, 위험의 근원이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관리의 시작이다.
2. 구조적 방치가 초래하는 파국적 결과
심리적 위험을 방치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은 막대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우울이나 불안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같은 신체적 병증으로 전이되며, 결과적으로 주의력 저하와 판단 착오를 유발하여 치명적인 산업재해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정신질환 관련 산재 승인 건수가 10배 이상 폭증하고, 그중 적응장애가 과반을 차지한다는 통계는 우리 조직 사회가 직면한 심리적 안전망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준다.
3. 개인의 의지를 넘어 조직의 체계로: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이제 심리적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극복해야 할 영역'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 체계의 핵심 관리 요소로 편입되어야 한다. 덴마크의 COPSOQ(코펜하겐 심리사회적 설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업 강도부터 워라밸, 권한 부여에 이르기까지 정밀한 다차원 평가를 통해 조직의 건강성을 진단하는 해외의 선진적 흐름은,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다.
4. 심리·사회적 위험 평가 체계 구축의 당위성
조직 내에 PSRA 체계를 정례화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 첫째, 사전 예방의 실현이다. 감정노동과 괴롭힘, 스트레스 요인을 조기에 포착하여 사고가 발생하기 전 완화 기제를 작동시킬 수 있다.
- 둘째, 조직문화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에 기반한 지속적 환경 개선을 가능케 한다.
- 셋째, 산재 예방의 완전성이다. 물리적 설비 보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적 요인(Human Factor)'을 통제함으로써 안전의 사각지대를 제거한다.
결국, 건강한 구성원이 낮은 이직률과 높은 몰입도를 보장하며, 이것이 곧 기업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귀결된다.
5. 결언: 안전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표준
물리적 위험성 평가는 그동안 우리 산업 현장을 지켜온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기계적인 안전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문광수 교수의 제언처럼 심리·사회적 위험 평가를 제도화하고 정례화하는 것은, 구성원을 보호하는 가장 품격 있는 배려이자 기업의 미래 가치를 수호하는 가장 영리한 투자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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