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4일 토요일

한 공공건축물 붕괴 사고로 본 주체별 책임

2025년 12월 11일 오후, 지방의 한 공공 문화시설 신축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를 붓던 중 지붕을 받치던 철골 트러스의 용접부가 끊어졌습니다. 지붕층과 1층 바닥은 붕괴가 시작된 지 불과 4초 만에 무너져 내렸고,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정률은 72%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결론은 분명하였습니다. 실제 시공된 용접 접합부의 강도는 설계강도의 22~31%에 불과하였습니다. 사고는 시공자의 부실시공과 감리의 관리감독 소홀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인재(人災)였습니다.

그러나 "주된 책임"이라는 표현은 곧 다른 책임도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사고를 주체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여러 겹의 방어선이 동시에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시공 — 붕괴의 직접 원인

설계도는 두 철골 사이의 홈을 용접재로 빈틈없이 채우는 완전용입용접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개선가공이 누락되었고, 용접 부위에는 철근 등 이물질이 무단으로 삽입되었습니다. 착공 전 적정한 용접 방법을 안내해야 할 시공상세도는 소홀히 작성되었고, 요구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용접사가 투입되었습니다.

이후 관할 지방국토관리청의 특별점검에서는 안전관리계획 미이행, 품질관리기술인 관리 미흡, 무등록자 재하도급까지 적발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시공사는 무너진 구조체가 공동수급사의 몫이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책임을 나누려는 그 말이야말로, 현장에서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었는지가 처음부터 흐려져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감리 — 마지막 방어선의 공백

감리는 시공의 오류를 걸러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조사 결과 감리 측은 미흡한 시공상세도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용접사의 기량 검증과 시공 후 용접부 검사도 부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불량을 확인하고도 전수검사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용접부의 결함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할 권한과 의무는 분명히 존재하였습니다.

감리단장은 2026년 6월 시공사 현장소장, 하도급업체 대표이사 및 현장소장과 함께 구속되었습니다. 국토부는 감리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고 있으며, 법령상 감리의 영업정지 상한은 12개월로 시공사(8개월)보다 오히려 깁니다. 감리의 책임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제도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설계 — 설계 자체보다 '전달'의 문제

이번 조사는 설계 자체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원인은 어디까지나 '설계와 다른 시공'이었습니다. 다만 이 현장에는 독특한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제안된 특수 공법, 곧 길게 뻗은 장스팬 철골 트러스 위에 슬래브를 올리는 고난도 구조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고난도 공법일수록 설계의 의도는 시공상세도를 거쳐 현장의 용접 한 줄까지 정확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무너진 것은 바로 그 전달의 사슬이었습니다.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임의 설계변경과 안전성 평가 누락을 함께 적시한 점도, 설계와 시공 사이의 간극이 이 사고의 한 축이었음을 시사합니다.

발주처 — 공법을 승인한 자의 책임

해당 특수 공법은 발주처의 공법심사위원회가 제작·시공 방법과 안전성을 검토하여 승인한 것이었습니다. 공법을 선택하고 승인한 주체는 그 공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발주처 소속 공무원 4명은 입건되어 후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단정은 삼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유가족들이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경계하며 발주처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 온 까닭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기타 — 하도급 구조와 제도의 빈틈

경찰은 현장의 직접 과실을 넘어 입찰 비위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까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입건된 인원은 40명에 이릅니다. 무자격 용접공의 투입과 무등록자 재하도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사비가 내려갈수록 숙련과 검증이 사라지는 구조의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조사위원회는 재발방지책으로 용접 품질검사 기준의 상세화, 감리의 용접시공 및 시공 후 검사 계획 확인 의무의 명확화, 현장 용접사 자격검증 강화를 제안하였습니다. 제도가 이제야 명확히 하려는 그 의무들은,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 모호하게 남아 있던 책임의 공백이었습니다.

책임은 나뉘지 않고 겹칩니다

2026년 7월, 검찰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등 11명(구속 4명)과 법인 4곳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형사책임은 개인과 법인별로 따로 물어지겠지만, 사고는 결코 한 주체의 몫으로 나뉘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설계의 의도가 시공상세도에서 흐려졌고, 시공은 그 흐려진 지점에서 무너졌으며, 감리는 그것을 걸러내지 못하였고, 발주처는 그 모든 과정을 승인하였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이 사고가 남기는 교훈은 명료합니다. 각 주체의 책임은 칸막이처럼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겹쳐 있으며, 그 겹친 지점이 비는 순간 사고가 일어납니다. 각 주체가 마련해 둔 보험과 계약상의 책임 범위 역시, 이 겹침의 지점을 기준으로 다시 점검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현장에서 설계의 의도는 마지막 용접 한 줄까지 전달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사람은, 실제로 확인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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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30일 금요일

[판례 소개] 대법 "같은 현장, 같은 위험을 나눈 사람은 '제3자'가 아니다"

[판례 소개] 같은 현장, 같은 위험을 나눈 사람은 '제3자'가 아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6. 1. 22. 선고 2022다214040 판결

법률신문은 2026년 1월 22일 「[판결] 같은 현장에서 일하다 산재… 보험금 반환 청구 대상 아냐」(안재명 기자) 기사를 통해, 산재보험 구상권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보도하였습니다. 건설현장의 장비 임대차 관계와 산재보험이 맞닿는 지점을 다룬 판결로, 현장 실무와 리스크 관리 양쪽에서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기에 소개해 드립니다.

건설현장에서 장비를 빌릴 때 운전기사까지 함께 제공받는 계약은 흔합니다. 그런데 그 기사가 사고를 내어 현장 근로자가 다치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한 뒤 기사와 장비 임대업체에 그 금액을 돌려달라고 청구해 왔습니다. 재해근로자와 '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이므로 구상 대상이 된다는 것이 오랜 판례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은 바로 이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사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수급 업체가 임대업체로부터 지게차와 기사를 함께 빌렸고, 기사는 현장 업체의 지시에 따라 그 업체 근로자와 함께 철근을 옮기다 사고를 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기사와 임대업체가 피해 근로자와 다른 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공단의 구상을 인정하였습니다.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누가 산재보험료를 내느냐가 아니라, 같은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이루고 있었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기사는 현장 업체의 지휘·명령 아래 피해 근로자와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었으므로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 사람이며, 따라서 '제3자'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공단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두 대법관은 결론에 동의하면서도 기준을 새로 세울 필요는 없다는 별개의견을 냈습니다. 장비 임대 계약을 하도급과 같이 보아 도급사업 산재보험 규정을 유추 적용하면, 임대업체 역시 보험관계 안에 들어오므로 같은 결론에 이른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소속보다 현장을 본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의 건설현장에는 원청, 하수급인, 장비업체, 그 기사들이 함께 일하며 같은 위험을 나눕니다. 서류상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중 일부에게 구상 책임을 지워 온 해석은 학계에서도 비판을 받아 왔고, 이번 판결로 그 기준이 재정립되었습니다.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지점이 있습니다. 장비 임대업체와 운전기사로서는 현장 사고로 공단의 구상 청구를 받을 위험이 줄어들 여지가 생겼습니다. 다만 '동일한 위험의 공유'는 사안마다 지휘·명령 관계와 작업 형태를 따져 판단될 것이므로, 장비 임대차 계약에서 지휘 관계와 책임 범위를 어떻게 정해 두었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배상책임보험의 담보 구조와 계약 조건도 이번 판결에 비추어 한 번쯤 점검해 볼 만합니다.

※ 본 글은 판결 소개를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기사 원문: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233



※ 본 글은 판결 소개를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보다 자세한 해석은 산업재해 전문 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025년 5월 2일 금요일

[공정거래] 공공 건설감리 입찰담합 제재 사례로 본 입찰 리스크 관리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4월 29일 「공공분야 건설감리 용역 입찰담합 제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조달청이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실시한 92건의 건설사업관리 용역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및 들러리 참가를 사전에 합의한 20개 건축사사무소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37억 원(잠정)을 부과한 사안입니다. 해당 입찰의 총 계약 금액은 약 5,567억 원입니다.

대상 용역은 시공 단계에서 공사가 설계대로 이루어지는지를 검토·확인하는 업무, 현업에서 '책임감리'라 부르는 용역입니다.

■ 사안의 개요

2019년 10월, 발주처가 6건의 감리 용역 입찰을 공고하자 주요 4개사가 그중 4건을 한 건씩 배분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습니다.

2020년 5월에는 발주처가 124개 공구의 입찰 계획을 발표하자 주요 5개사가 모임을 갖고, 65개 공구를 1개사당 추정용역비 합계가 718억~719억 원 정도가 되도록 5개 목록으로 나눈 뒤 제비뽑기 방식으로 배분하였습니다.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할 부관사도 정하였습니다. 이 합의는 2022년 10월까지 45개 입찰에서 실행되었고, 그중 32건에서는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막기 위한 들러리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 밖에 개별 입찰 28건에서 들러리 합의가 있었고, 2021년 12월부터는 조달청 발주 입찰 15건으로 합의가 확대되었습니다.

공정위는 20개사 전원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건의 입찰에 들러리로만 참가한 3개사를 제외한 17개사에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또한 2024년 7월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라 17개 사업자와 임직원 17명이 고발되었으며, 보도 시점 기준 형사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 배경: 입찰 준비 비용과 인력 부담

보도자료는 합의의 배경으로 입찰 구조상의 부담을 들고 있습니다. 이 입찰은 한 업체가 준비하는 데 20~30명의 기술인력을 대기시키며 제안서 작성과 전 분야 발표·면접을 준비해야 합니다. 건설경기 호황으로 감리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탈락 시 매몰 비용 부담이 컸다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건설 관련 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현실적 고민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그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스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리스크 관리 인사이트

첫째, 입찰 비용 리스크는 적법한 방식으로 분산해야 합니다.
공동수급체 구성 자체는 정당한 위험 분산 수단입니다. 그러나 컨소시엄 간 참가 여부를 조율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순간 법적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컨소시엄 협의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경쟁사와의 소통 기준을 사내 지침으로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소극적 참여도 동일한 리스크를 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는 1건의 입찰에 들러리로만 참가한 업체도 시정명령 대상이 되었습니다. 영업·입찰 실무자가 업계의 요청을 어떻게 판단하고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절차가 필요합니다.

셋째, 리스크는 과징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형사 절차, 발주처의 손해배상 청구,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이 이어질 수 있으며, 입찰 제한은 곧 수주 공백과 인력 운용 부담으로 연결됩니다. 재무 영향 평가 시 이러한 후속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보험 관점의 인사이트

과징금·벌금, 그리고 고의적 법 위반에서 비롯된 손해는 통상 보험의 보상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이 영역은 보험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리스크이며, 사전 예방과 준법 체계가 사실상 유일한 관리 수단입니다.

다만 임원배상책임보험(D&O) 등 일부 상품은 약관에 따라 규제 조사나 소송 과정의 방어비용을 일정 부분 담보하기도 합니다. 보상 범위와 면책 조항을 미리 확인해 두면 예기치 못한 분쟁 상황에서 대응 여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감리 기능을 보완하는 자체 품질·안전 관리와 함께, 건설공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공사 단계별 보험 설계를 점검하는 것이 현장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 됩니다.

보험으로 담보할 수 있는 리스크와 그렇지 않은 리스크를 구분하는 일, 그것이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보도자료 원문: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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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보다 자세한 해석은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