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4% 과징금부터 국내 공시 의무까지: 촘촘해지는 그린워싱 규제망
ESG 경영과 친환경 소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습니다. 제품과 기업 활동의 '친환경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끄는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의 이면에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즉 위장 환경주의라는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초기 그린워싱은 기업의 평판이나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평판 리스크' 수준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법률신문에 기고된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문가 팀의 분석은 이러한 인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경고합니다. 이 기고는 그린워싱이 각종 법규제와 규제기관의 개입으로 인해 명백한 **'법적 리스크(Legal Risk)'**로 심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PWS 블로그는 이 중요한 기고의 핵심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기업이 마주한 그린워싱 리스크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자 합니다.
기고문 정보
제목: 그린워싱 관련 최근 동향
매체: 법률신문
게재일: 2024. 12. 16.
기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윤정, 전인환, 김지영, 이호 변호사)
1. 현황: 폭증하는 적발, 그러나 안일한 인식
기고문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규제 현실'과 '기업 인식' 사이의 거대한 괴리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환경성 표시·광고 위반)는 2019년 57건에서 2023년 4,935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규제 당국이 그린워싱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2024년 9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인식 부족: 국내 기업 100개사 중 **45%**가 그린워싱에 대해 '잘 모른다' 또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습니다.
대응 부재: 61%의 기업이 '그린워싱 대응 전담부서 또는 인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48%는 '내부 시스템 혹은 절차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규제 당국은 적극적으로 적발에 나서고 있으나, 다수의 기업은 구체적인 기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2. 규제 동향: EU와 한국의 입법화
기고문은 그린워싱 규제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법제화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EU의 선도적인 움직임은 국내 규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 EU: Green Claims Directive (GCD)
EU는 'Green Claims Directive (GCD)' 초안을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소 기준 설정: 기업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성과를 주장할 때 필요한 '입증의 최소 기준'을 제시합니다.
정보 제공 의무: 이러한 입증 정보는 웹링크, QR코드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반드시 제공되어야 합니다.
강력한 제재: 3자 협상을 거쳐 2026년경 본격 시행될 이 지침은, 위반 시 해당 회원국 내 연간 수익의 4% 이상을 제재금 최대 액수로 규정하도록 요구합니다.
🇰🇷 한국: 환경부와 공정위의 이원적 규제 강화
국내는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원적 규제 체계가 동시에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환경부 (환경기술산업법): 기존에는 '제품'의 환경성에 한정되었으나, 2023년 10월 발표된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율 범위를 '기업의 경영활동'까지 확장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진실성, 명확성, 전과정성 등 8가지 준수 원칙을 제시합니다.
공정위 (표시광고법): '제품'뿐 아니라 '사업자'까지 규제하는 표시광고법을 통해 그린워싱을 다룹니다. 2023년 6월 개정된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은 구체적인 사례를 추가하고, 사업자가 스스로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신설하여 기준을 대폭 명확히 했습니다.
3. 미래 전망: 리스크의 다각화
기고문은 그린워싱 리스크가 향후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① 소송 및 법적 분쟁의 현실화
이미 해외에서는 규제 당국, 소비자, 기후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가 정유사의 '재생가능 수소'나 항공사의 '지속가능한 비행' 같은 표현을 그린워싱으로 판단하고 광고를 금지시켰습니다.
미국: 뉴욕시가 석유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세계 최초 탄소 중립 항공사'라고 홍보한 항공사를 상대로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습니다.
②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와 연계
기업의 자발적 공시(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가 법적 '의무 공시'로 전환되면서 그린워싱 리스크는 '허위 공시 리스크'와 결합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KSSB가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함에 따라, 공시 내용의 진위성을 그린워싱 관점에서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③ 국내 규제의 본격화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그린워싱 판단 기준의 모호함과 '솜방망이 처벌'이 강하게 지적되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적발 건수 4,935건 중 **99.6%**가 특별한 제재 없는 '행정지도'에 그쳤습니다.
이는 기업의 보복성 소송을 우려한 소극적 결정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으며, 향후 규제 당국이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제재 수위를 강화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4. 시사점: 정교한 방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김앤장 팀은 기고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그린워싱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적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그린워싱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보다 정교한 그린워싱 방지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사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지만, 그 단어의 무게를 법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습니다. 그린워싱은 더 이상 윤리나 평판의 영역이 아닌, 구체적인 법적 제재와 소송으로 이어지는 '법률 리스크'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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