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신뢰 회복의 핵심: 중요 경영 판단 시 '주주 전체 이익' 기록 남기기와 소통 강화를 통한 이사회 의무 이행 전략
최근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해소 방안 중,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개정하려는 논의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연 현행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주주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DBR(Dong-A Business Review) 418호에 실린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심층 기고문, **『기업 거버넌스 제도와 대응 방안』**을 통해 이 논란의 본질을 파헤치고, 기업이 나아가야 할 실질적인 방향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 핵심 인사이트: 제로섬 대립 구도를 넘어 거버넌스를 업그레이드하다
천경훈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 개정 논의가 단순한 진영 논리 대결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핵심은 한국의 기업 거버넌스와 자본시장을 한 단계 선진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기업) vs. 주주(투자자)’라는 제로섬의 대립 구도로 볼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와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건전한 경영 재량은 지키면서도 장기적인 주주이익을 보호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 논쟁의 배경과 법리적 허와 실
1. 개정 논의의 불씨: 현행법 '미비' 논변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오직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규정합니다. 개정 찬성론은 이 조항이 '쪼개기 상장', 불공정 합병, '자사주의 마법' 등 일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를 막지 못하는 **'현행법 미비 논변'**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천 교수는 법리적으로 볼 때 "이사는 회사의 수임인이지만 그러한 지위에서 부담하는 의무는 주주이익의 보호를 그 중요한 내용으로 한다"며 현행법 하에서도 주주이익 보호 의무는 존재함을 명확히 합니다. 다만, 일부 형사 판례가 주주와 회사를 지나치게 엄격히 구별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실제 주주 보호에 취약한 현실을 만든 것이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2. 개정안 문구에 대한 세 가지 우려
국회에서 가결된 상법 개정안(재의결 부결)의 문구는 실무와 법 해석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을 내포합니다.
주체의 불명확성: '주주', '전체 주주', '총주주' 등 용어를 혼용하여, 이사가 개별 주주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유례없는 의무가 부과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사의 의무는 **'집단으로서의 주주 전체(shareholders as a whole)'**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업무상 배임죄 확대: 한국 특유의 업무상 배임죄 실무와 결합하여, '주주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이사를 주주의 수임인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배임죄 성립 범위를 걷잡을 수 없이 확대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해관계자주의 위축: '주주만을 위한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정책 등 단기적 주주이익과 상충할 수 있는 다른 이해관계자를 위한 행위가 금지된다는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습니다.
🏛️ 천경훈 교수의 합리적 대안 (제382조의3 개정안)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천경훈 교수는 아래와 같은 대안 조문을 제시했습니다:
| 항목 | 조문 내용 (발췌) | 핵심 내용 |
| 제2항 (충실의무의 대상) |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하고,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 회사를 수임인으로 하는 기본 구조 유지 |
| 제3항 (주주 이익 보호) |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 '총주주 공동의 이익' 보호 의무 명시 및 주주 평등 원칙 강화 |
| 제4항 (ESG 고려) |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환경과 사회 요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 | 경영 판단 시 이해관계자 요소 고려 가능성 명시 |
🚀 기업의 실질적 대응 전략: '절차적 정당성'과 '소통'
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주주 보호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다음 세 가지 방안으로 경영 판단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1. 경영 판단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주주가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자본거래(합병, 분할, 유상증자 등)를 결정할 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문서화: 외부 자문기관의 독립적인 가치평가 보고서 확보, 다양한 시나리오별 회사 및 전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분석 후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독립적 검토: 사외이사 중심의 소위원회나 자문위원회에서 해당 거래의 필요성과 대안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를 거치는 절차를 자율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기준 명확화: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닌 **'전체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증진·보호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명확히 공유해야 합니다.
2.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정비
일반 주주들의 불만은 거래 자체보다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경영 결정이 있을 때 주주 간담회나 투자설명회를 통해 배경, 목적, 주주이익 고려 사항을 설명하고 질의에 응답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3. 경영 성과 측정 기준 재구성
이사의 성과를 평가할 때 단기적 수익 지표뿐 아니라 장기적인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 ESG 평가, 배당 안정성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성과지표 체계를 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주이익 증진을 구성원들의 인센티브 구조와 연동시킬 수 있습니다.
✒️ 명언 인용: 이사회의 근본적 질문
궁극적으로 기업 경영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이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거래와 지배권 거래를 포함한 주요한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이 건이 주주 전체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늘 제기해야 하고 그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이뤄졌음이 경영진의 보고 자료, 이사회 사전 설명 자료, 이사회 의사록, 공시문서, 투자자 소통 자료 등에 일관되게 드러나 있어야 한다."
주주 충실의무 강화는 단순히 법적 부담의 증가가 아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영 판단의 투명성과 깊이를 더하는 **'업그레이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