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독을 디자인한 식탁, 코카콜라를 법정에 세우다
샌프란시스코시가 코카콜라, 펩시코를 비롯한 10대 식품 거대 기업을 상대로 공중보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법정 공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식품업계의 '담배 소송'**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식탁을 지배하며 비만과 만성 질환을 확산시켜 온 초가공식품(UPF)에 대한 첫 번째 대규모 구조적 도전장이기 때문이다.
🔍 초가공식품: 값싸고, 맛있고, 중독적인 디자인
소송의 핵심 논리는 초가공식품을 **"값싸고,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그리고 다양한 첨가물을 통해 '쾌락의 절정점(Bliss Point)'을 극대화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의도적으로 소비자의 자제력을 무너뜨리고, 끊임없이 제품을 찾게 만드는 '중독 디자인(Addiction by Design)' 전략과 다름없다.
1990년대 담배 소송 당시, 내부 문건을 통해 기업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부인하며 마케팅을 지속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이번 초가공식품 소송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 법적 다툼 과정에서 기업의 내부 레시피 개발 및 마케팅 전략 관련 문서들이 공개된다면, 이는 식품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오늘날의 식품 거대 기업들은 우리가 담배 회사에서 배운 것과 똑같은 플레이북을 사용한다. 제품을 중독성이 있게 만들고, 위험을 부인하며, 소비자를 속인다." - 마리온 네슬(Marion Nestle), 뉴욕대학교 명예교수 (식품정책 전문가)
⚖️ 규제와 시장의 거대한 전환
샌프란시스코의 움직임은 규제 당국과 시장의 전환점을 예고한다.
1. 담배 소송 모델의 복제: 만약 이 소송이 대규모 합의나 기업의 책임 인정을 이끌어낸다면, 이는 공공 보건 비용 부담 주체를 기업으로 전환하는 선례가 된다. 지방 정부들은 UPF 관련 질병 치료에 드는 공공 의료 비용을 기업에 청구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2. FDA와 캘리포니아의 규제 쓰나미: FDA가 초가공식품의 정의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는 학교 급식에서의 단계적 퇴출을 법제화했다. 이는 UPF가 더 이상 '음식'이 아닌 **'규제 대상 물질'**로 취급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코카콜라나 펩시코 같은 기업들은 당류나 첨가물 규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 켈로그 같은 시리얼 제조사들은 어린이 대상 광고 규제 앞에서 무릎 꿇게 될 것이다.
🇰🇷 한국 식품업계, 안전지대는 없다
이 소송이 미국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글로벌 식품 시장의 동조화 때문이다. 한국 식품업계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규제의 국제화: 미국 FDA의 정의는 곧 국제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식약처나 교육 당국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학교 급식에서의 퇴출, 어린이 식품 광고 규제 강화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약점 노출: 국내 대형 식품 기업들(스낵, 음료, 가공 간편식 중심)은 UPF 범주에 속하는 제품 비중이 높아 규제와 소송 리스크에 취약하다. 당장 레시피를 바꾸고 첨가물을 줄여야 하는 재무적 부담에 직면할 것이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 글로벌 담론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인식을 빠르게 바꿀 것이다. "클린 라벨(Clean Label)", "저가공", "저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기존의 가공식품 시장을 대체할 것이다.
결국 이번 소송은 식품업계 전체에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강요하는 시그널이다. 중독성을 디자인하고 저렴함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의 투명성, 건강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거대한 구조적 변화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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