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일 토요일

대표이사라는 자리의 무게 — 책임의 시대를 먼저 읽는 경영자가 살아남는다

경영자에게 가장 외로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실적이 무너지는 날도, 핵심 인재가 떠나는 날도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은 회사를 위해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고 확신하는데, 그 판단이 법정의 심판대에 오르는 순간일 것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대표이사를 맡았나"라는 자조가 입 밖으로 나오는 그 순간 말입니다.

2026년 초, 한국 경제면을 채운 사건들은 바로 그 외로움의 이야기입니다.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투자 배임 논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집단소송, 하이브의 주주 간 계약 소송 패소. 그리고 조금 더 거슬러 오르면, KT 전직 경영진이 소액주주 35명에게 76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사건, 한미사이언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1년 가까이 법정을 오가며 소진된 이야기까지.

이 사건들을 바라보며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경영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불편함이야말로, 지금 시대가 경영자에게 보내는 가장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비난이 아닙니다. 지형도가 바뀐 겁니다.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사건들은 경영자를 비난하기 위해 나열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이 사건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한국 기업 경영을 둘러싼 법적·사회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10년 전에는 관행이었던 것이 오늘 배임이 되고, 5년 전에는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던 것이 오늘 주주대표소송의 빌미가 됩니다. 지형이 바뀌었는데 예전 지도를 들고 길을 찾으면, 잘못이 아니라 조난이 됩니다.

가장 먼저 이 지형 변화를 읽은 경영자가 리스크를 피하고, 조금 늦게 읽은 경영자가 법정에 서게 됩니다. 이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정보의 차이이고, 각성의 타이밍 차이입니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소액주주들이 실제로 법정에 섭니다. KT 사건에서 소액주주 35명은 2019년에 소송을 제기하여 2026년 대법원 판결까지 7년을 끌어갔습니다. 예전이라면 "개미들이 대기업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이겨봐야 얼마나 되겠냐"는 계산이 합리적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주주행동주의 전문 로펌이 성장했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소액주주도 조직화되고, 정보화되고, 무장되었습니다.

이사회 결의는 더 이상 면죄부가 아닙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사회의 실질을 봅니다.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는지, 사외이사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진정한 독립성이 있었는지를 사후적으로 심사합니다. '도장만 찍은 이사회'는 더 이상 경영자를 보호하지 못합니다.

해외 리스크가 국내 경영자에게 직접 닿습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은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경영진의 책임 문제는 국내까지 연결됩니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이제 한국 상법과 미국 증권법, 유럽 GDPR을 동시에 의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영 판단의 원칙 — 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방어막

그렇다고 모든 잘못된 결과가 대표이사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경영 판단의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입니다.

이 원칙은 경영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충돌 없이, 선의로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설령 사후적으로 불이익한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다시 말해, 경영자는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동기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법원이 경영자를 압박하는 지점은 실적 부진이 아닙니다. 바로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보 없이 내린 결정입니다. 적절한 실사와 전문가 검토 없이 대규모 투자나 M&A를 결정하면 임무 해태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이해충돌을 감추고 내린 결정입니다. 자신 또는 특수관계인이 이익을 얻는 거래에서 투명하게 이해충돌을 공시하고 해당 결의에서 빠지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셋째, 감시 의무를 저버린 결정입니다. 본인이 직접 지시하지 않았어도 임원과 조직의 위법 행위를 알면서 방치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KT 사건에서 대법원이 황창규 전 회장에게 책임을 물은 이유도, 그가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해서가 아니라 이사로서 이를 감시하고 차단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나는 몰랐다'는 말이 점점 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가

지형이 달라졌다면, 경영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것은 더 소극적으로 경영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명확하고 당당하게 경영하라는 말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남기십시오.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릴 때는 어떤 정보를 검토했는지, 어떤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는지,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프로세스가 건전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사회를 진짜 이사회로 만드십시오. 이사회가 경영진을 보호하는 기관이 되려면 이사회 자체가 실질적이어야 합니다. 사외이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반론을 기록에 남기고, 독립적인 법률·회계 자문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번거롭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 됩니다.

이해충돌은 숨기지 말고 드러내십시오. 관계사 거래, 오너 일가 관련 의사결정, 경쟁 관계가 있는 투자 등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먼저 선제적으로 공시하고, 해당 결의에서 회피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법무·컴플라이언스 기능을 경영의 핵심으로 끌어들이십시오. 과거에는 법무팀이 사고가 난 뒤에 수습하는 기관이었다면, 이제는 의사결정 전에 리스크를 짚어주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법무팀이 "이 결정은 주주대표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소송이 두렵다면, 그것은 이미 신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적 책임을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건강한 감각입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경영을 마비시키거나, 필요한 결단을 피하게 만든다면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소송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절차를 무시하거나,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대하거나, 이해충돌에 둔감하거나, 조직 내 위법 행위에 눈을 감는 경영자는 언젠가 법정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법적 책임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은 경영자의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시킵니다. 영풍-고려아연, 쿠팡, 하이브, KT, 한미사이언스의 사례들은 경영자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모든 경영자에게 보내는 이 시대의 메시지입니다. 절차를 지키는 경영자, 이해충돌에 투명한 경영자,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자는 같은 시대에도 당당히 법정 밖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책임의 시대를 먼저 읽는 경영자

한국 기업 경영의 풍토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점점 더 경영자의 의사결정 과정과 동기를 들여다봅니다. 주주들은 점점 더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법적 리스크는 국내 경영자에게 직접 연결됩니다.

이 변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먼저 읽는 경영자에게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투명한 지배구조, 실질적인 이사회, 선제적 컴플라이언스를 갖춘 기업은 법적 리스크가 낮을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글로벌 파트너로부터 더 높은 신뢰를 받습니다. ESG 경영의 'G', 지배구조(Governance)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조건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피고석은 약한 경영자가 앉는 자리가 아닙니다. 준비하지 않은 경영자가 앉는 자리입니다.

준비된 경영자는 법정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영자일수록, 애초에 법정에 서지 않습니다.


이 에세이는 공개된 판결문, 언론 보도, 법원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6년 4월 28일 화요일

공정거래 과징금 체계의 개편과 경영 리스크 관리 전략의 재정립

최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 지닌 파급력과 그 이면의 전략적 함의를 분석하였습니다.

오는 2026년 4월 30일, 대한민국 기업들이 마주할 규제 환경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임계점'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행정적 절차의 보완이 아닙니다. 법 위반을 통해 얻는 기대 이익보다, 적발 시 감내해야 할 경제적 손실을 압도적으로 높임으로써 '법 위반의 경제성' 자체를 완전히 소멸시키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의 표명입니다.

경영자 여러분께서 직시하셔야 할 이번 개정의 핵심 쟁점과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의 본질적 변화를 정리하였습니다.


1. 부과기준율 상향: '리스크 비용'의 물리적 팽창

이번 개정에서 가장 위협적인 대목은 부과기준율 하한선의 파격적인 상향입니다.

  • 담합(Cartel) 리스크의 극대화: 기존에는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0.5%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었던 부과기준율이 이제 최소 10%로 고정되었습니다. 특히 중대한 담합의 경우 하한이 15%로 설정됨에 따라, 관련 매출액이 큰 기업일수록 단 한 번의 적발만으로도 당기순이익 전체를 상회하는 과징금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의 원천 차단: 지원 금액의 하한이 100%로 상향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위반을 통해 얻은 이득의 환수를 넘어, 그에 상응하는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겠다는 뜻입니다. 상한선 역시 300%로 확대되어, 계열사 간 거래나 자산 제공 시 아주 정교한 법률적 검토 없이는 기업 자산의 상당 부분이 국고로 귀속될 위험을 안게 되었습니다.

2. 누적 위반 가중: 기업의 '과거'가 '미래'를 잠식하다

새로운 기준은 기업의 과거 전력을 더욱 가혹하게 추적합니다. 과거 5년 이내 1회의 위반 전력만으로도 최대 50%의 가중치가 부여되며, 담합은 그 추적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여 최대 100%까지 가중합니다.

이는 과거의 잘못이 단순히 '지나간 일'로 치부되지 않고, 현재의 위반 행위와 결합하여 기하급수적인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리스크 복리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이제 경영진은 현재의 준법 여부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 산재한 과거의 부정적 레거시(Legacy)를 정화하는 작업에 착수해야만 합니다.

3. 감경 통로의 봉쇄: 방어적 전략의 한계

그간 많은 기업이 조사 협조나 자진시정을 통해 과징금을 대폭 감경받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왔으나, 이제 그 '안전벨트'의 효력이 약화되었습니다.

  • 협조 및 시정 감경의 축소: 조사 협조 감경 한도가 10%로 축소되고, 자진시정 감경 또한 최대 10%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사후적인 대응보다는 사전적 예방에 자원을 집중하라는 경고입니다.

  • '가벼운 과실' 규정 삭제: 특히 주목할 점은 '과실 감경' 규정의 삭제입니다. 행정적 실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격 책임의 원칙이 도입된 것으로, 경영 시스템상의 사소한 허점조차도 무거운 경제적 책임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제언

이처럼 엄중한 규제 환경 속에서 경영진은 단순히 '법을 잘 지키자'는 구호를 넘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고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첫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P)의 실질화와 내재화입니다.

이제 CP는 대외 홍보용 장식품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과 익명 제보 채널이 작동하지 않는 기업은 이번 개정안의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특히 하한선이 대폭 높아진 만큼, 초기 단계에서 위반 징후를 포착하여 중단시키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 전사적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재무적 완충력(Financial Buffer)과 보험 프로그램의 재설계입니다.

과징금 자체는 보험으로 담보되지 않는 영역이 대부분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원 배상 책임(D&O), 법률 비용, 그리고 기업 평판 훼손에 따른 2차 손실은 적절한 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헤지(Hedge)해야 합니다. 변화된 가중치 규정을 반영하여 보상 한도를 재설정하고, 위기 상황 시 즉각 가동될 수 있는 전문 자문 그룹과의 공조 체계를 점검하십시오.

셋째,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증거 기반' 강화입니다.

가벼운 과실에 대한 면죄부가 사라진 만큼, 모든 계열사 간 거래와 가격 결정 프로세스에는 고도의 논리적 타당성과 법률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업계의 관행"이라는 모호한 논리는 이제 경영진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결론적으로, 2026년 이후의 경영 환경에서 공정거래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변수'에서 '피해야 할 재앙'으로 격상되었습니다. PWS 브리프는 경영자 여러분께서 이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넘어서, 보다 투명하고 강건한 조직 체계를 구축하시기를 적극 조력하겠습니다.

준법은 이제 선택이 아닌,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최선의 투자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026년 4월 11일 토요일

기업 회복력을 통한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패러다임

[RM magazine] 불확실성의 시대, 조직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 기업 회복력을 통한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패러다임

Risk Management Magazine 게재 | 2026년 4월 9일 Hazel Mak · Seet Yiwen · Teng Yi Sin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위기관리·컴플라이언스실)


우리는 지금 예측 불가능성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후 변화, 지정학적 갈등, 사이버 위협의 고도화, 인공지능의 급격한 부상까지 — 조직을 둘러싼 리스크의 종류와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많은 조직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은 과연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위기관리·컴플라이언스실의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기고문을 발표하였습니다. Risk Management Magazine 2026년 4월호에 게재된 **"Improving Organizational Sustainability Through Enterprise Resilience"**는 단순한 위기 대응 매뉴얼이 아닙니다. 조직이 위기를 넘어 더 강해지는 방법, 즉 **기업 회복력(Enterprise Resilience)**을 전략적·문화적·실천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역작입니다.


✍️ 이 기고를 집필한 연구팀을 소개합니다

이번 기고문은 실무 현장에서 위기관리 전략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해 온 세 명의 전문가가 공동으로 집필하였습니다. 이들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라는, 수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와 글로벌 파트너십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조직에서 위기관리의 최전선을 담당해 온 분들입니다.

Hazel Mak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위기관리·컴플라이언스실의 전략적 위기관리 부문 총괄 책임자(Head of Strategic Risk Management)로, 조직 전체의 리스크 전략 수립과 거버넌스 체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조직 리스크를 전략적 시각으로 조망하고 통합적인 해결책을 설계하는 것이 그녀의 핵심 역할입니다.

Seet YiwenTeng Yi Sin은 각각 수석 매니저보(Assistant Senior Manager)로, 위기관리 실무의 깊숙한 곳에서 정책 개발, 리스크 평가, 조직 내 회복력 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참여해 온 실무 전문가들입니다.

이 세 분이 함께 이번 기고를 집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전략을 설계하는 리더와, 그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실무자가 함께 목소리를 낸 글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 기고문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론서도, 단순한 실무 체크리스트도 아닌 — 이론과 현장이 정직하게 만나는 텍스트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 회복력은 '버티는 힘'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위기 상황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는 힘, 즉 일종의 방어적 역량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기고문은 그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저자들은 기업 회복력을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적인 적응·혁신·기민성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성장 기회를 발굴하고 창출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다시 말해, 회복력이란 충격을 받은 뒤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복원력(restoration)이 아니라, 충격을 겪으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변환력(transformation)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의 전환은 매우 중요합니다. 조직이 회복력을 '방어 수단'으로만 바라보면, 위기가 닥쳤을 때 현상 유지에 급급하게 됩니다. 반면 회복력을 '성장 동력'으로 바라본다면, 위기는 오히려 조직을 재설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 기고문은 그 도약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합니다.


🧩 기업 회복력을 구성하는 5가지 핵심 영역

이 기고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회복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5가지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영역으로 분해하여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각 영역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조직이 어느 한 영역에서라도 취약성을 가지면 전체 회복력이 흔들릴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 회복력(Digital Resilience)입니다. 오늘날 사이버 공격은 특정 산업이나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 병원, 중소기업, 비영리기관까지 모든 조직이 잠재적 타깃이 되는 시대입니다. 디지털 회복력은 이러한 사이버 위협과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피해 발생 시 빠르게 복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강력한 IT 인프라 구축, 고급 보안 시스템 도입, 그리고 기술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적응하는 과정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는 기술적 회복력(Technological Resilience)입니다. 디지털 회복력이 사이버 위협에 대한 방어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술적 회복력은 보다 능동적인 차원에서 AI,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량을 가리킵니다. 기술을 단순히 '도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회복력 자체를 높이는 전략적 자산으로 삼는 접근법입니다.

세 번째는 운영 회복력(Operational Resilience)입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의 핵심 업무 기능이 중단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운영 회복력의 본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어떤 프로세스가 진정한 핵심인지를 먼저 명확히 파악해야 하며, 그에 기반한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한 테스트와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운영 회복력은 위기 전부터 준비되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네 번째는 재무 회복력(Financial Resilience)입니다. 경제적 충격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갑작스러운 시장 급변, 환율 변동, 수익원의 갑작스러운 축소 등 다양한 재무적 위기 앞에서 조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가가 재무 회복력의 핵심입니다. 이는 단순히 많은 돈을 쌓아두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유동성 확보, 전략적 재무 계획 수립, 그리고 시장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재무 회복력입니다.

다섯 번째는 인재 회복력(People Resilience)입니다. 앞서 말한 네 가지 회복력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결국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인재 회복력은 구성원들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서로 협력하며, 위기 속에서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역량과 문화를 의미합니다. 학습 문화의 내재화, 창의성과 팀워크의 장려, 지속적인 역량 개발 기회 제공이 그 핵심 요소입니다. 인재 회복력이 탄탄한 조직은 어떤 위기에서도 가장 강력한 자산을 품고 있는 셈입니다.


🛠️ 회복력을 실제로 구축하는 7가지 실천 전략

이 기고문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개념과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이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7가지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리스크 관리의 전 과정에 회복력을 통합하십시오. 회복력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직이 리스크를 식별하고 평가하고 대응하는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부서 간 교차 기능 리뷰, 실시간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둘째, 적응형 리더십과 회복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십시오. 리더가 실험을 장려하고, 실패를 처벌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바라보며, 조직 전체의 협업을 촉진할 때 회복력은 문화로 자리 잡습니다. 회복력은 리더십에서 시작됩니다.

셋째, 지속적인 학습과 업스킬링에 과감히 투자하십시오. 정기적인 역량 평가, 접근하기 쉬운 학습 플랫폼 구축, 조직 내 지식 공유 체계는 구성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출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넷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이해관계자 참여를 강화하십시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명확한 역할 분담, 평소부터 쌓아온 신뢰, 그리고 다중 채널을 통한 소통 체계가 위기 대응력을 결정합니다.

다섯째, 측정 지표와 피드백 체계를 갖추십시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원칙은 회복력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운영·기술·재무·인재 회복력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KPI를 설정하고, 정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며 피드백을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여섯째, 조직의 맥락과 성숙도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선택하십시오. 회복력 강화에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산업별 규제 환경, 조직의 리스크 프로필, 현재의 성숙도 수준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에 맞는 도구와 전략을 선택하고 테스트해야 합니다.

일곱째,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회복력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십시오. 회복력은 한 번의 프로젝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경영진의 지속적인 지원, 정기적인 검토와 시뮬레이션, 명확한 거버넌스 체계가 뒷받침될 때 회복력은 조직의 DNA로 자리 잡게 됩니다.


💬 이 기고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

저자들은 기고문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회복력은 언젠가 달성하고 나면 끝나는 고정된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리더십, 학습, 기술, 그리고 문화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전사적이고 동적인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리스크를 예측하고 관리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과정의 일부임을 이해하고 내면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위기관리 담당자나 경영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팀장도, 실무자도, 신입 직원도 — 모두가 조직 회복력의 구성 요소입니다. 그 인식이 퍼져나갈 때, 조직은 비로소 어떤 폭풍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회복력을 갖추게 됩니다.


위기관리, 조직 전략, 지속가능경영,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고민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 기고문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이 시대에, 여러분의 조직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으신가요?


안전공업 화재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들

2026년 3월 20일 오후 1시 17분.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엔진 밸브를 만들던 공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날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습니다. 희생자 중 한 명은 탈출하지 못하는 순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불이 났는데 앞이 안 보여서 못 나갈 거 같아.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줘."

이 포스트는 그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면서, 동시에 차분하게 묻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참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배움을, 다음에는 실제로 살려낼 수 있는가?


1. 불은 왜 그렇게 빠르게 번졌는가

이번 화재는 단순한 전기 합선이나 특정 순간의 실수 같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여러 조건이 오랜 시간에 걸쳐 겹쳐 있었고, 그것이 어느 날 한꺼번에 터진 구조적 참사에 가깝습니다.

발화 추정 지점과 연소 메커니즘

경찰은 1층 가공 라인 천장 부근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목격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였으며, 합동 감식반은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동관 1층을 중심으로 정밀 감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본질적인 물음은 '어디서 시작됐느냐'보다 '왜 그렇게 빠르게 번졌느냐'에 있습니다.

금속 가공 공정의 특성상 현장 내부에 대량으로 존재하던 인화성 절삭유가 화재 시작과 동시에 강력한 액체 가연물 역할을 수행하며 불길을 공장 전체로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더욱 치명적인 요인은 공장 내부에 오랜 기간 축적된 기름 성분과 슬러지에서 지속적으로 뿜어져 나온 유증기였는데, 이 유증기가 미세한 분진과 결합하여 형성된 대기 환경은 마치 거대한 폭탄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소방 당국도 같은 취지로 분석하였습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가공 공정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름때가 많다"며 "미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불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건물 구조와 타이밍도 피해를 키웠습니다

화재 건물은 철골구조를 기반으로 벽면과 지붕이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조립식 건물은 기본적으로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는 화재 취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간적 요인도 작용하였습니다. 불이 난 공장은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를 점심·휴게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직원들은 점심 시간에 회사 내 휴게실이나 건물 내 주차된 차량 등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아, 일부는 화재 인지가 늦어져 미처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신호는 이미 있었습니다

이번 참사가 특히 무거운 이유는, 위험이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수년에 걸쳐 여러 신호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호들은, 하나씩 응답받지 못하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과거 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절삭유가 증기 형태로 작업장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기록하였습니다. 그는 "퇴근하고 나면 안경 렌즈에 기름막이 낄 정도였고, 여러 번 개선 건의를 했지만 비용 부담 등 이유로 실제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조합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황병근 안전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는 그간 산업안전보건회의 등을 통해 집진시설과 공조·배관 등 화재 위험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으며, 작은 화재라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예방 조치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안전 관리는 서류 위에 머물렀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긴급 감독 결과, 사업장은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 형식적인 안전교육, 안전보건표지 미부착, 관리감독자 업무 미이행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에서 다수의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으며, 최근 5년간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 7건도 확인되었습니다.

물리적 환경도 위험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작업장 바닥에는 절삭유와 오일미스트가 흩어져 상시 미끄러운 상태였고, 천장·벽·설비 곳곳에는 기름때가 누적되어 있었으며, 비상통로 관리 불량과 안전통로 미확보도 적발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었을까요. 제조 산업 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안전 투자를 가치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시장 환경과, 이를 실질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규제 환경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어느 한 사람의 결정만으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무엇을 배울 수 있었나 

이 참사가 남긴 교훈은 새로운 지식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위험 신호에 실제로 응답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장 직원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퇴사하는 동안, 그 신호는 어디에도 제대로 닿지 않았습니다. 구성원이 위험을 감지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말이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체계가 작동해야 합니다. 익명의 커뮤니티 게시글이 공식 개선 요구보다 사실에 더 가까웠다는 점은, 내부 소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합니다.

점검은 '통과'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매년 자체 소방 점검을 받았지만 화재는 막지 못하였습니다. 점검이 형식에 그칠 때, 오히려 '문제가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줍니다. 점검의 질과 독립성, 그리고 지적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사후 조치 여부가 함께 관리되어야 합니다.

탈출로는 '있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특수검진을 위해 공장을 방문한 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헬스장에서 검진을 했던 것 같은데, 창문이 없어서 불이 났을 때 탈출도 어려웠을 것 같다"고 회고하였습니다. 도면에도 없던 공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비상구와 대피로가 서류상이 아니라 실제로 확보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웁니다.

특수 위험물에 대한 별도 관리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번 화재에서는 나트륨 봉입 중공 밸브 제작을 위해 저장된 나트륨 때문에 진화 작업이 지연되기도 하였습니다. 물과 반응하는 금속나트륨이 소방 활동 자체를 방해하는 상황은, 특수 위험물을 다루는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비상 대응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건축물 기준이 아닌 고밀도 적재와 특수 가연물을 취급하는 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법적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지능형 화재 감시 시스템 도입 의무화와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 강화를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참사는 '나쁜 사람 한 명' 때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취약한 시스템 안에서 일할 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물어야 할 진짜 질문은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어떤 구조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는가"입니다.

이미 충분한 신호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그 신호에 응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삼가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14분의 명복을 빌며, 부상으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2026년 3월 31일 화요일

2026년 AI 거버넌스의 4가지 핵심 변화

🔍 기고자는 누구인가?

이 글은 Chris Radkowski가 작성했습니다. 그는 기업의 거버넌스·리스크·컴플라이언스(GRC) 전문 솔루션 기업인 Pathlock의 GRC 전문가로, AI 거버넌스와 규제 준수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당 아티클은 2026년 3월 31일, 리스크 관리 전문 미디어인 RM Magazine에 게재되었습니다.


📌 핵심은 무엇이었나?

Radkowski는 2026년을 기점으로 AI 거버넌스가 단순한 원칙 선언의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의무와 법적 책임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변화는 총 네 가지입니다.


1️⃣ AI 규제 성숙도 상승과 '섀도우 AI'의 위험

2026년 8월, EU AI Act가 완전 발효되면서 세계 최초의 통합 AI 규제 체계가 공식화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자사가 사용하는 AI 시스템의 목록, 데이터 출처, 모델 사용 목적, 위험 관리 방식을 명확히 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리스크는 섀도우 AI(Shadow AI), 즉 조직의 공식 승인 없이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AI 도구입니다. 이러한 비공식 도구는 규제 준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2️⃣ 감사 기준의 전환 — '기술적 증거' 중심으로

AI 모델의 문서화가 모든 조직의 기본 규제 요구사항이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 모델 카드(Model Card): 모델의 구조, 용도, 성능, 위험, 한계, 학습 데이터 특성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문서
  • 데이터 계보(Data Lineage): 데이터의 출처부터 변환, 접근, 사용 맥락까지 전체 생애주기를 추적하는 체계

기업은 중앙화된 모델 카탈로그, 버전 관리 시스템, 위험 문서화 프로세스, 변경 거버넌스 체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3️⃣ 설명 가능성 요구의 급증 —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규제 기관은 이제 AI가 내린 의사결정의 이유와 영향 요인을 설명할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용 평가, 보험 심사, 인사 관리, 의료, 공공 서비스 등 고위험 분야에서는 이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SHAP, LIME, 반사실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 등 설명 가능한 AI(XAI) 기법을 운영 파이프라인에 통합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4️⃣ 지속적 AI 품질 보증(Continuous QA)의 중요성

AI 모델은 배포 이후에도 실제 운영 환경에서 데이터 드리프트, 개념 드리프트, 성능 저하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예를 들어, 경기 침체 시 대출 심사 모델의 입력 데이터 분포가 달라지거나, 챗봇의 응답 정확도가 85%에서 70%로 하락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준 성능 지표 설정, 예측 행동 모니터링, 드리프트 탐지용 검증 데이터셋 구성, 다양한 세그먼트 및 기간별 정확도 기록 등이 필요합니다.


💡 이 기고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Radkowski의 메시지는 단순한 규제 경고가 아닙니다. 그는 AI 거버넌스를 조직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2026년은 AI 거버넌스가 선언적 원칙에서 실제 운영 의무로 전환되는 원년입니다. 기업은 기술팀, 컴플라이언스팀, 비즈니스 부서가 긴밀히 협력하는 정교한 AI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이제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AI를 도입한 조직이라면,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AI의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참고 원문: Chris Radkowski, "4 Trends in AI Governance for 2026", RM Magazine,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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