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지침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그간 국내 수출 대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던 ‘ESG 경영간섭’ 논란이 종식될 전기를 맞이하였다. 2024년 11월 7일 보도된 바에 따르면, 공정위는 하도급거래공정화지침 개정안을 통해 대기업이 협력사에 ESG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도급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경영간섭’ 예시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이는 글로벌 규제 대응과 공급망 관리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법적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기업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조치로 평가된다.
공급망 ESG 관리의 법적 정당성 확보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등 글로벌 ESG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협력사의 근로계약서나 급여명세서 등 민감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하도급법 위반인 경영간섭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 구매팀과 법무팀은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지침 개정은 이러한 자료 요구가 정당한 규제 준수 과정임을 인정함으로써,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 없이 ESG 공급망 실사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실질적인 업무 환경의 변화와 기대 효과
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고무적이다. ESG 담당자들은 그간 협력사로부터 제기되었던 항의나 내부 구매 부서와의 마찰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명쾌한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이제 대기업은 협력사의 ESG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지원하는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정보 확보가 어려워 ESG 공시 의무화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이번 개정은 공시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정보 요구를 넘어선 상생의 거버넌스
이번 공정위 지침 개정이 우리 경제 생태계에 던지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ESG는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선택이 아닌 공급망 전체가 함께 가야 할 공동의 과제임을 재확인하였다. 법적 족쇄가 풀린 만큼, 대기업은 협력사를 단순히 규제 대상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공유하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정보 요구의 정당성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와의 ‘소통 방식’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법적 근거를 앞세운 고압적인 정보 요구는 자칫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협력사의 역량 강화를 돕는 교육과 지원이 병행되는 유연한 소통 전략이 필수적이다.
셋째, 데이터 확보의 용이성이 곧 ESG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번 개정으로 정보 수집의 장벽이 낮아진 만큼, 확보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공급망의 탄소 배출량 및 인권 리스크를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질적 고도화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침 개정은 대한민국 수출 산업이 글로벌 표준에 발맞추어 나가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한 사례다. 이제 기업들은 규제 대응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ESG 투명성을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공고히 하는 전략적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