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아세안 탄소시장: 천혜의 자연 자본이 창출하는 세 가지 핵심 시장

아세안의 녹색 대전환, 2050년 4,300조 원의 탄소 영토를 개척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단순한 신흥 경제권을 넘어 글로벌 탄소 시장의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24년 12월 10일 발표된 '아세안 탄소시장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역내 탄소 시장 고도화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총 3조 달러(약 4,31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닌, 아세안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핵심 자산임을 시사한다.

천혜의 자연 자본이 창출하는 세 가지 핵심 시장

보고서는 아세안이 보유한 막대한 자연 자산에 주목하며, 이를 세 가지 전략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그 잠재력을 분석하였다.

첫째, 산림 보전(REDD+) 시장이다. 국토의 47%가 산림인 아세안은 산림 황폐화 방지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약 39조 원(27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산림 손실을 복원으로 전환하여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둘째, 블루카본(Blue Carbon)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다.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의 35%를 보유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연안 생태계 보전을 통해 연간 약 138조 원(960억 달러)의 크레딧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맹그로브의 탄소 흡수력이 육상 산림의 최대 5배에 달한다는 점이 이 시장의 강력한 유인이다.

셋째, 바이오차(Biochar)를 활용한 농업 혁신이다. 세계 최대의 쌀 생산지 중 하나인 아세안은 농업 부산물을 탄소 보관 매개체인 바이오차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약 205조 원(1,430억 달러)이라는 가장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50배 증가, 그린잡이 주도하는 고용 생태계

탄소 시장의 팽창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한다. 현재 2만 7,000여 명 수준인 탄소 프로젝트 관련 종사자 수는 2050년까지 약 1,37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재 대비 약 50배 이상의 성장세로,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부터 모니터링, 검증에 이르기까지 전문화된 '그린잡(Green Jobs)'이 아세안 고용 시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의미한다.

시사점: 투자 안정성 확보와 초국가적 협력의 과제

아세안이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탄소 시장 고도화를 위한 6대 과제를 제시하며 정책적 제언을 덧붙였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규제 체계의 표준화다. 국가마다 상이한 승인 절차와 불투명한 행정 시스템은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세안은 행정 절차의 통일과 탄소 자산의 법적 소유권 명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아세안 특화 탄소 방법론 개발도 필수적이다.

나아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다자간 협정 추진은 아세안의 협상력을 높이고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개별 국가의 파편화된 대응이 아닌 '원 아세안(One ASEAN)' 차원의 통합된 탄소 시장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아세안은 글로벌 탄소 크레딧 공급망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세안의 탄소 시장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장이다. 4,300조 원의 시장 가치와 수천만 개의 일자리는 탄소를 '경제적 가치'로 치환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이 누릴 보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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