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8일 토요일

WEF 2025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분석: 분열의 시대, 무엇이 위험을 키우는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5(Global Risks Report 2025)는 전 세계 9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한 글로벌 리스크 인식 조사(GRPS)를 바탕으로, 향후 2년에서 10년에 걸친 위험 지형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보고서는 2025년 현재의 즉각적 위험, 2027년까지의 단기·중기 위험, 그리고 2035년까지의 장기 위험을 구분하여 분석하며, 지정학·경제·사회·환경·기술 전 영역에서 심화되는 분열과 불안정성을 강조한다.


1. 전반적 전망: 낙관론의 급격한 하락

2025년 세계는 냉전 이후 가장 분열된 시기로 평가된다.
지난 1년 동안 분쟁의 확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사회·정치적 양극화, 허위정보 확산 등 복합적 요인이 글로벌 불안정을 심화시켰다.

  • 응답자의 52%는 향후 2년을 불안정한 시기로 전망
  • 31%는 난기류, 5%는 폭풍우 수준의 위기를 예상
  • 10년 전망에서는 62%가 장기적 불안정 또는 폭풍우를 예상

이는 현재의 제도와 사회 시스템이 복합적 위험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회의적 인식을 반영한다.


2. 지정학·지정경제적 긴장의 심화

● 무력 충돌 위험의 급부상

현재 위험 1위는 국가 기반 무력 충돌이다.
2년 전만 해도 주요 위험으로 간주되지 않았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수단 내전 등으로 인해 위험 인식이 급격히 상승했다.

  • 2년 전망에서 무력 충돌은 5위 → 3위로 상승
  • 국가 안보 중심의 일방주의 강화
  • 분쟁의 장기화로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

● 경제적 긴장과 기술 경쟁

지정경제적 긴장은 2년 위험 순위에서 14위 → 9위로 상승했다.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사이버 첩보·사이버전이 주요 요인이다.

● 허위정보의 구조적 위험

2027년까지 가장 큰 위험은 2년 연속 ‘허위정보·오정보’로 나타났다.
허위정보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지정학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 선거 개입 및 여론 조작
  • 분쟁 지역 정보 왜곡
  • 국가·기업 이미지 훼손

3. 사회적 분열의 확대

사회적 위험은 전체 위험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하며, 특히 불평등(부·소득)이 핵심적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 단기 사회적 위험 Top

  • 사회적 양극화
  • 비자발적 이주
  • 인권·시민 자유 침식

경제 침체와 인플레이션 우려는 감소했지만, 생활비 위기 이후 불평등이 가장 큰 상호 연결 위험으로 부상했다.

● 장기적 사회 위험

10년 위험 Top 10에도 불평등과 양극화가 포함된다.
특히 일본·한국·독일·이탈리아 등 초고령화 사회는 다음 위험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 연금 위기
  • 노동력 부족
  • 장기 요양 부담 증가

4. 환경 위험: 장기적 우려에서 즉각적 위협으로

환경 위험은 2006년 보고서 발간 이후 강도와 빈도 모두 악화되어 왔다.

● 10년 위험 Top

  1. 극한 기상 현상
  2. 생물다양성 손실·생태계 붕괴

특히 젊은 세대(30세 미만)는 오염을 10년 위험 3위로 평가하며, 환경 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공공 부문은 오염을 장기 위험 Top 10에 포함시키지만, 민간 부문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등 이해관계자 간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5. 기술적 위험: 레이더 아래에 있지만 빠르게 부상

2025년 현재 AI 기술의 부정적 결과는 단기 위험 순위에서 낮게 평가되지만,
10년 위험 순위에서는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위험 중 하나다.

● 생성형 AI의 위험

  • 대규모 허위정보 생산
  • 사회적 양극화 심화
  • 정보 생태계 교란

● 생명공학 위험

AI와 결합된 생명공학은 다음과 같은 고위험 시나리오를 포함한다:

  • 생물학적 테러
  • 유전자 편집 기술의 오용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부정적 결과

낮은 확률이지만 영향이 매우 큰 위험으로 분류된다.


6. 글로벌 협력의 약화와 다극화

국제 협력은 향후 몇 년간 새로운 저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국가들은 내부 문제에 집중하며 다자주의가 약화되고 있다.

  • 응답자 64%는 향후 10년간 다극적·분열된 국제 질서를 예상
  • 서방 주도 질서는 약화되지만 여전히 핵심 권력 중심
  • 중국·인도·걸프 국가 등 신흥 강국의 영향력 확대

7. 결론: 분열의 시대, 필요한 것은 ‘합의’와 ‘협력’

보고서는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대화·협력·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지정학·경제·사회·환경·기술 등 모든 영역에서 위험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단일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향후 10년은 글로벌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이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합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2025년 1월 12일 일요일

허버트 하인리히: 산업 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꾼 불멸의 통찰

 

인류의 산업화 여정에서 안전은 오랫동안 운에 맡겨진 영역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한 공학자의 집요한 통계 분석은 재해를 '피할 수 없는 숙명'에서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구축한 이론 체계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인간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과학적 투쟁의 산물이다.

허버트 하인리히, 그는 누구인가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1886–1965)는 현대 안전 관리학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적 이론가다.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회사(Travelers Insurance Company)에서 공학 및 검사 부문 부지배인으로 재직했던 그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산업 현장의 사고 보고서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 존재함을 직감했다.

당시의 산업 현장은 노동자의 숙련도나 기계의 결함만을 사고의 원인으로 치부하던 야만의 시대였다. 하인리히는 이러한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 사고 발생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1931년 출간된 그의 기념비적 저서 산업 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은 안전을 공학적, 심리학적, 통계학적 관점에서 통합한 최초의 시도였으며, 이로 인해 그는 오늘날까지 현대 안전 관리의 아버지로 칭송받는다.

디지털 이전의 시대, 그는 어떻게 통계의 진실을 포착했는가

컴퓨터는커녕 단순한 계산기조차 보급되지 않았던 1920년대, 하인리히가 도출한 1:29:300이라는 황금률은 오직 인간의 의지와 집요한 아날로그 방식의 승리였다. 그는 보험사에 축적된 75,000건의 방대한 사고 데이터를 전수 조사하는 고행에 가까운 작업에 착수했다.

그의 분석 방식은 오늘날의 빅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과 궤를 같이한다. 하인리히는 수만 장의 사고 경위서를 일일이 대조하며 사고의 유형, 발생 빈도, 상해의 정도를 분류했다. 그는 단순히 사망이나 중상 사건에만 주목하지 않고,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차 사고(Near Miss)의 기록까지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도미노 이론(Domino Theory)이라는 획기적인 인과 모델을 정립했다. 사고는 사회적 환경, 개인적 결함, 불안전한 행동, 사고, 상해라는 다섯 개의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넘어지며 발생한다는 논리다. 하인리히는 수동으로 작성된 통계표 위에서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가 제거될 때 연쇄 반응이 차단된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이는 현대 데이터 분석의 핵심인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규명을 이미 100년 전에 실현한 것이라 평가받는다.

허버트 하인리히가 인류 문명에 남긴 준엄한 교훈

하인리히가 남긴 유산은 비단 1:29:300이라는 숫자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사고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전환했다.

첫째, 징후의 과학화다. 그는 대형 참사는 결코 우연히, 혹은 돌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커다란 비극의 이면에는 반드시 수십 번의 작은 경고와 수백 번의 사소한 징후가 깔려 있다는 통찰은, 조직이 위기 관리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한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둘째, 인간 중심의 안전 철학이다. 하인리히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중 88%가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노동자를 질책하기 위함이 아니라, 교육과 시스템 설계를 통해 인간의 실수를 방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예방 중심적 철학의 근거가 되었다.

셋째, 무재해 사고의 가치 발견이다. 그는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300번의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시스템의 결함을 수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정의했다. 이는 현대 기업 경영에서 리스크 관리와 품질 관리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결론적으로 하인리히의 법칙은 단순한 안전 수칙을 넘어,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가시화하고 사소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 인문학적 성찰의 결과물이다. 그가 남긴 1:29:300의 피라미드는 오늘날에도 전 세계의 공장과 연구소, 그리고 우리 일상 속에 살아남아,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쉼 없이 질문하고 있다.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FT의 질문 5가지: 2025년의 글로벌 녹색 전환

2025년 대전환의 서막, 글로벌 녹색 경제를 흔들 5가지 결정적 질문

2025년은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기술 혁명이 교차하며 ESG 경영의 향방을 가르는 역사적 변곡점이 될 전망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시한 다섯 가지 핵심 질문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기업과 국가가 직면한 실존적 리스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AI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녹색 전환의 주요 쟁점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1. 녹색 보호무역주의의 심화와 '청정에너지 데탕트'의 필요성

2025년의 가장 큰 화두는 '녹색 보호무역주의'의 공고화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탄소 중립이라는 명분 아래 중국산 친환경 제품에 대한 빗장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 미국의 무역 장벽: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전례 없는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 EU의 기술 이전 요구: 유럽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기업들에 기술 공유를 압박하는 등 규제의 칼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 청정에너지 데탕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이러한 분열이 기후 대응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경고하며, 과거 냉전 시대의 긴장 완화 정책인 '데탕트'처럼 청정 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2. 기후금융의 위기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공백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한 미국의 행보는 국제 기후금융 시장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고 있습니다.

  • 공약 이행의 불확실성: COP29에서 합의된 연간 3,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금융 지원 약속은 미국의 이탈로 인해 실행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 투자 불균형: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의 85%가 선진국에 집중된 가운데, 개도국에 대한 지원이 끊길 경우 글로벌 넷제로 목표는 사실상 달성 불가능해집니다.

  • 중국·중동의 부상: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이 자발적 지원 형식으로 메우며 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3. 기후 재난의 비용, 보험 산업은 버틸 수 있는가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사회적 안전망인 보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 역대급 보험 손실: 2024년 자연재해 손실액은 1,35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기록적인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시장 이탈 현상: 감당할 수 없는 손실로 인해 보험사들이 특정 지역의 영업을 중단하면서, 부동산 가치 하락과 국가 재정 부담 증가라는 연쇄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 불확실한 안정: 일부 재보험 요율이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후 변동성이 워낙 커 장기적인 생존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4. AI 열풍의 이면: 전력 수요 폭증과 빅테크의 시험대

인공지능(AI) 혁명은 청정에너지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 전력망 안정성 위협: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최근 20년 내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이는 피크 시간대 정전 리스크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 빅테크의 역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의지가 기후 대응의 최후 보루가 될 전망입니다.

  • 에너지-디지털 융합: AI가 전력을 소비하는 '하마'인 동시에, 전력망 효율을 높이는 '해결사'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5. 안티 ESG의 법적 공세와 기업의 언어적 전환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反) ESG' 움직임은 이제 실질적인 법적 소송으로 진화했습니다.

  • 반독점 소송의 타깃: 자산운용사들이 탄소 중립을 강요하며 생산을 제한했다는 명목으로 제기된 소송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 리스크 관리로의 재정의: 기업들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고자 'ESG'라는 상징적 용어 대신 '리스크 관리'나 '지속가능성 가치' 등 실무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으로 정책 명칭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시사점: '용어'보다 '실체'에 집중해야 할 시기

2025년의 녹색 전환은 더 이상 이상적인 구호에 머물지 않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자원 확보는 안보가 되었고, AI 전력 수요는 산업의 생존 문제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안티 ESG 소송과 같은 외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ESG를 리스크 관리 체계로 내재화하고, 화려한 보고서보다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에너지 효율 증명에 집중해야 합니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투영된 경영 리스크의 심연

  완전성의 제약과 파국의 다변성: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투영된 경영 리스크의 심연 레프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에서 천명한 문장은 문학적 수사를 넘어, 현대 경영학이 직면한 복잡계의 본질을 관통하는 통찰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