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2일 토요일

플랫폼 쇼핑몰 미정산 사태의 본질과 리스크 관리의 엄중함

대한민국 이커머스 역사상 유례없는 혼란을 야기한 A그룹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핵심 경영진들이 마침내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는 2025년 4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ㄱ 대표를 비롯한 계열사 핵심 경영진 7명에 대한 첫 공판을 개정했다. 이번 재판은 단순한 기업의 파산을 넘어, 거대 플랫폼 권력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과 경영권 행사의 법적 한계를 규명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검찰의 공소 사실과 날 선 법리 공방

검찰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ㄱ 대표의 지배력 강화와 그룹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무분별하게 유용한 ‘기업 약탈적 경영’으로 규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영진은 B사, C사 등 계열사의 자금을 소위 ‘쥐어짜듯’ 유출하여 그룹 내부의 부실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약 33만 명, 미정산 금액을 포함한 총 피해 규모는 1조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치로 집계되었다.

법정 내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판매 대금 정산이 불가능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영업을 지속한 것이 ‘기망의 고의’에 해당하는가이다. 둘째, 계열사 자금을 해외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임의 사용한 행위가 ‘경영 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 각 계열사 대표들이 ㄱ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 즉 ‘공모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다.

피고인 측은 도의적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법률적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 ㄱ 대표 측은 당시의 결정이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경영상의 선택이었으며,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 점은 유감이나 형사 처벌의 대상인 배임이나 횡령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다른 계열사 대표들 역시 자신들은 그룹 내부 거래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실무적 위치였음을 강조하며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경영 리스크 관리의 붕괴가 초래한 사회적 재난

이번 사건은 현대 기업 경영에 있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영진이 외형 확장과 나스닥 상장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함몰되어 재무 건전성과 정산 시스템의 투명성을 도외시한 순간, 기업은 이미 붕괴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진정한 경영 리스크 관리는 위기 발생 후의 수습이 아니라, 상시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의 작동을 의미한다. B사와 C사 등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재무 의사결정권을 상실하고 본사의 자금 창구로 전락한 것은 지배구조(Governance)의 완전한 파탄을 시사한다. 경영진이 ‘지불 능력 유지’라는 상거래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망각하고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담긴 정산금을 사유물처럼 운용한 행위는 플랫폼 경제의 근간인 ‘신뢰’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준엄한 경고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재무적 성과를 넘어 비재무적 가치, 특히 투명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돌려막기’식 영업과 불투명한 자금 운용은 현대 경영이 지향하는 ESG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리스크 관리의 부재는 경영진을 법적 심판대에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만 명의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겼다.

결국 경영 리스크 관리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다. 경영진은 자신의 전략적 판단이 사회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엄중히 인식하고,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은 향후 대한민국 기업들이 경영권 행사의 무게와 리스크 관리의 엄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거대 플랫폼이 향유하던 무소불위의 권한 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 법의 이름으로 증명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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