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ESG 뉴스레터 제54호(2025년 11월)에 수록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면 시행과 중소·중견기업의 대응 과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고 상세히 정리한다.
[보고서 개요]
본 보고서는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확정기간(Definitive Period)’에 돌입하는 EU CBAM의 구조를 분석하고, 특히 제조 기반의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직면할 실질적인 위협 요인과 단계별 실행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탄소 경쟁력이 곧 가격 및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1. CBAM 확정기간 전환의 의미와 한국 수출 경제에 미치는 충격
EU는 전환기(2023.10~2025.12) 동안의 보고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는 실질적인 금전적 부담을 부과한다.
인증서 구매 의무화: 수입업자는 수입 제품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추가적인 '관세'로 작용한다.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위기: 대한민국 對EU 수출에서 CBAM 대상 품목의 비중은 매우 높다. 2023년 통계 기준, 철강 수출액은 약 42.4억 달러, 알루미늄은 약 2.8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집중된 하공정 제품(선재, 봉강 등)의 경우 마진율이 낮아 탄소 비용 부담에 더욱 취약하다.
비용의 기하급수적 증가: 보고서는 국내 철강업계의 인증서 구매 비용이 2026년 약 851억 원에서 무료 할당량(Free Allocation)이 단계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2034년에는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 내재배출량 산정 체계의 기술적 상세
CBAM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매우 정밀하게 요구하며, 기업은 이를 입증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설비(Installation) 중심 산정: 기업 전체의 배출량이 아닌,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개별 설비와 공정(Production Route) 단위의 배출량을 분리 측정해야 한다.
직접 및 간접 배출의 범위:
직접 배출: 고로·전기로 가동 시 발생하는 공정 배출 및 연료 연소 배출.
간접 배출: 전력 소비로 인한 배출. (현재 철강·알루미늄은 직접 배출 위주이나, 향후 간접 배출에 대한 인증서 구매 의무 확대 가능성이 상존함)
전구물질(Precursor) 합산: 본인의 공정뿐 아니라, 외부에서 구매한 원재료(예: 철강을 만들기 위해 구매한 선철 등)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 정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는 공급망 전체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3. 중소·중견기업이 즉각 직면할 3대 실무 과제
보고서는 현장의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을 다음과 같이 짚어내고 있다.
데이터 신뢰성 및 검증(Verification): 2026년부터는 제출하는 배출량 보고서에 대해 EU가 공인한 검증 기관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은 검증 비용 발생은 물론, 데이터의 신뢰성을 증명할 체계적인 ERP(전사적 자원 관리) 연동 시스템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정보 비대칭성과 협상력 약화: EU 수입업자는 탄소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배출량이 적은 생산자를 선호하게 된다. 배출량 데이터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거나 배출량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기존 공급망에서 탈락하거나 단가 인하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복잡한 보고 템플릿: EU가 제공하는 'CBAM Communication Template'은 수백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작성하기에는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다.
4. 전략적 대응 로드맵: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법
보고서는 기업 규모와 준비 수준에 따른 6단계 로드맵을 상세히 가이드한다.
HS 코드 전수 조사: 수출하는 제품이 CBAM 대상(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력)에 포함되는지 명확히 분류한다.
모니터링 체계 구축: 주요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전력, LNG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 설치 및 데이터 기록 시스템을 마련한다.
내부 역량 강화: CBAM 전담 인력을 지정하거나 외부 전문 컨설팅을 통해 자사 제품의 내재배출량을 시뮬레이션한다.
저탄소 공정 전환: 장기적으로는 스크랩(고철) 활용 비중을 높이거나, 고효율 설비 교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제품 1톤당 탄소 집약도(Intensity)를 낮추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협력: 원재료 공급처에 탄소 배출 데이터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관리하는 '공급망 탄소 관리 플랫폼' 활용을 검토한다.
정부 및 유관기관 지원 활용: 산업부, 대한상의 등이 제공하는 '탄소중립 전환 금융', 'CBAM 대응 헬프데스크', '배출량 산정 무료 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초기 대응 비용을 절감한다.
[시사점]
본 보고서는 CBAM이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닌 **'신(新)무역장벽'**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2026년 확정기간 진입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가혹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업은 지금 즉시 자사 제품의 탄소 성적표를 산출해 보고, 수출 경쟁력에 미칠 타격을 수치화하여 전사적인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탄소 감축은 이제 환경 보호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투자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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