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대변혁, EU 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 최종 승인과 순환 경제의 가속화
유럽연합(EU)이 포장재 폐기물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에 포장재 관련 법안을 전면 개편하였다. 2024년 12월 16일, EU 이사회는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 개정안을 최종 승인하며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재활용 및 재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순환 경제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번 규정은 관보 게재 후 약 18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될 예정이며,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모든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장재 발생 억제를 위한 강력한 감축 목표 설정
EU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1인당 배출하는 포장재 폐기물량은 연간 약 186.5kg에 달하며, 재활용 속도보다 폐기물 발생 속도가 더 빠른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EU는 회원국별로 2018년 대비 포장재 폐기물을 2030년까지 5%, 2035년까지 10%, 2040년까지 15% 단계적으로 감축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히 사후 처리에 집중하던 과거의 방식을 넘어, 생산 단계부터 폐기물 발생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및 재사용의 의무화와 소재 혁신
개정안의 핵심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 소재 함유량(Recycled Content)을 법적으로 규정한 점이다.
재활용 소재 함량: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병의 경우, 재생 원료 함량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는 65%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
재활용 설계(Design for Recycling): 2030년부터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A~C)을 부여받아 시장 진입이 차등화된다.
유해 물질 제한: 특히 식품 접촉 포장재 내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의 사용이 2026년 8월부터 엄격히 금지된다.
일회용품 금지 구역의 확대와 재사용 문화의 제도화
숙박업소와 외식업계에도 파격적인 변화가 예고되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소용량 세면도구(미니어처)와 식당 내 일회용 조미료·설탕 포장이 금지된다. 또한, 1.5kg 미만의 신선 과일 및 채소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도 불가능해진다. 대신 재사용 및 리필 시스템을 장려하기 위해, 테이크아웃 업체는 고객이 개인 용기를 지참할 경우 포장 비용을 면제해야 하며, 전체 판매 제품의 일정 비율을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담아 제공해야 한다.
시사점: 공급망 전반의 '친환경 패키징' 전환 필수
이번 PPWR 최종 승인은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게 세 가지 핵심적인 전략적 과제를 던진다.
첫째, **제품 설계 단계부터의 재설계(Redesign)**가 시급하다. 단순한 분리배출을 넘어, 재생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혼합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적 대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표준화된 라벨링 도입에 대비해야 한다. EU 전역에 통용되는 픽토그램과 QR코드를 통해 소비자가 재질 정보와 배출 방법을 즉각 확인할 수 있도록 라벨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규제 준수 증명 능력이 곧 시장 경쟁력이 된다. 2030년 이후 재활용성 등급이 미달하는 제품은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데이터와 인증을 통해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포장재가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닌 '순환하는 자원'임을 법적으로 확립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를 단순한 규제로 인식하기보다, 고품질 재활용 기술과 재사용 모델을 선점하여 유럽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