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일 일요일

줄리엣 카이엠 , ''완화'와 '회복'의 경영': 위기관리의 통찰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상시적 재난의 시대, 완벽한 통제라는 환상을 버려라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재난의 예외 지대가 아니다. 기후 위기, 팬데믹, 그리고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이제 일상의 불확실한 배경이 되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줄리엣 카이엠은 저서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를 통해, 우리가 재난을 대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위기를 피하는 법을 설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냉혹한 전제 아래, 우리가 어떻게 그 '악마'와 공존하며 살아남을 것인가를 논하는 냉철한 생존 지침서다.

전문가 줄리엣 카이엠, 시스템의 설계자

줄리엣 카이엠은 이론에만 매몰된 학자가 아니다. 그녀는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하며 9·11 테러 이후의 국가 재난 관리 체계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인물이다.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CNN의 국가 안보 분석가로 활동하는 그녀의 이력은, 이 책이 지닌 실무적 깊이와 거시적 통찰을 뒷받침한다. 카이엠은 정부와 민간, 학계를 가로지르며 쌓아온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재난이라는 혼돈의 현장에서 작동하는 본질적인 원리가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관리라는 단어에 숨겨진 겸허한 전략

카이엠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의하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위기관리를 '위기의 완전한 제거'나 '발생 차단'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위기는 관리될 뿐,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터지지 않게 막는 '방어'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터졌을 때 그 충격을 최소화하고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는 '완화'와 '회복탄력성'에 집중하는 것이다. 관리라는 용어에는 인간이 자연과 운명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겸허한 수용이 전제되어 있다. 악마는 잠들지 않고 언제든 문을 두드릴 것이기에, 우리의 목표는 문을 잠그는 것에서 나아가 문이 부서졌을 때 다음 방어선으로 후퇴하여 피해를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야 한다.

사례로 증명하는 8가지 생존의 문법

책은 캘리포니아 산불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자연재해부터 딥워터 허라이즌의 환경 재앙, 심지어 기업의 해킹 사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례를 해부한다. 카이엠이 도출한 8가지 교훈은 실용적이면서도 날카롭다. 그녀는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통해 조직 내 소통의 부재가 어떻게 시스템적 붕괴로 이어지는지 경고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초연결 사회에서의 대응 속도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난 대응이 특정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준비하고 대처하며,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가진 모든 시민이 위기관리의 주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 재난과 함께 춤추는 법을 익히다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공포를 직시함으로써 얻게 되는 담대함을 이야기한다. 완벽한 안전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실패를 용인하고 그 실패를 보완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품격 있는 생존 방식이다.

우리는 이제 재난이 끝난 뒤의 평화를 기다리는 대신, 재난의 흐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일상을 설계해야 한다. 줄리엣 카이엠의 통찰은 우리에게 묻는다. 악마가 깨어날 내일 아침, 당신의 시스템은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투영된 경영 리스크의 심연

  완전성의 제약과 파국의 다변성: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투영된 경영 리스크의 심연 레프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에서 천명한 문장은 문학적 수사를 넘어, 현대 경영학이 직면한 복잡계의 본질을 관통하는 통찰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