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자본의 충돌, 미국 기업들이 DEI 정책을 고수하는 전략적 본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법적 불확실성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대기업들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전면 폐기하기보다 '전략적 재편'과 '내실화'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저항이 아닌, 다양성이 기업의 생존과 수익성에 직결된다는 자본 시장의 냉철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2026년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DEI의 변모와 한국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상세히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DEI 탄압과 기업의 정밀 대응 기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DEI를 '불법적 차별'로 규정하고, 연방 정부 계약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응하는 미국 기업들의 전략은 극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언어의 전략적 세탁(Rebranding): 'DEI'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있으나 그 실체는 온존한다. '다양성'은 **'인적 자본 관리(Human Capital Management)'**로, '형평성'은 **'성과 기반 보상'**으로, '포용'은 '소속감(Belonging)' 또는 **'지역 인재 반영'**으로 재정의되었다. 이는 법적 타격 지점을 흐트러뜨리는 고도의 방어 기제다.
허위청구법(False Claims Act) 리스크 관리: 행정부는 기업의 다양성 채용 목표를 '정부 기만'으로 간주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한다. 이에 기업들은 채용 프로세스에서 '인종·성별' 변수를 명시적 목표(Quota)에서 삭제하는 대신, **'역량 중심의 광범위한 인재 발굴(Broad Outreach)'**로 전환하여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빅테크·금융권이 DEI를 고수하는 본질적 이유
보수 싱크탱크가 주도한 반(反) DEI 주주 제안이 골드만삭스(98% 반대), 애플(97% 반대) 등에서 압도적으로 부결된 것은 다양성이 지닌 재무적 가치 때문이다.
집단 사고(Groupthink)의 회피: 복잡한 글로벌 시장에서 배경이 동일한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은 치명적인 판단 오류를 범할 위험이 크다. 투자자들은 다양성을 **'의사결정 리스크 분산'**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한다.
미래 인재 확보 경쟁(War for Talent): Gen Z를 포함한 젊은 핵심 인재들은 조직의 포용적 문화를 직장 선택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 DEI의 폐지는 곧 우수 인재를 경쟁사나 유럽계 기업에 내주는 전략적 패착이 된다.
글로벌 규제와의 정합성: EU의 CSRD(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등 국제 표준은 여전히 공급망 내 다양성 데이터를 요구한다. 미국 정부의 압박보다 글로벌 시장 퇴출 리스크가 기업에는 더 실존적인 위협이다.
한국 기업이 주시해야 할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전략
미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한국 기업은 '정치적 공세'와 '자본의 요구' 사이에서 양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공시 문구의 법적 방어력 강화: 미국 내 채용 공고나 내부 규정에서 '우대(Preference)' 혹은 '할당(Allocation)'과 같은 단어를 완전히 배제하라. 모든 프로그램이 **'실력주의(Meritocracy)'**에 기반하고 있음을 서류상으로 완벽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가치 입증: 단순히 소수자 비중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 확보가 어떻게 이직률 감소, 혁신 성과 창출,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정교한 상관관계를 수치로 비축해야 한다. 이는 행정부 조사 시 가장 강력한 방어 논리가 된다.
인적 자본 관리 체계로의 통합: DEI를 별도의 특별 활동이 아닌 인사 시스템(HR)의 본질적 요소로 편입하라. 임금 격차 해소와 공정한 기회 제공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집중함으로써, 반(反) DEI 진영이 주장하는 '특혜 논란'의 빌미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결론: 실질적 포용이 가져올 지속 가능한 경쟁력
현재 미국 내 DEI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내실화'**와 '법적 방어력 강화' 단계로 진입했다. 한국 기업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성을 조직의 근육으로 내재화하되, 이를 '정의'의 관점이 아닌 **'기업 가치 극대화'**의 관점에서 재정립하고 주주들에게 증명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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