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조계와 금융당국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해 점차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사외이사 및 임원에 대한 분식회계 손해배상 (대우조선해양 사례)
회계 부정 사건에서 법원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사외이사들에게도 연대 책임을 물었다. 당시 D&O 보험은 이들의 막대한 소송 방어 비용과 배상금을 지급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IPO 이후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중견기업 임원들이 직면할 수 있는 전형적인 리스크를 보여준다. 특히 '분리 조항(Severability)' 덕분에 부정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임원들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주주 대표 소송에 따른 방어 비용 지급 (중견 제조 A사 사례)
상장 후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혐의로 소액주주들이 대표 소송을 제기한 사례다. 최종 판결 전까지 약 3년간 소송이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억 원대의 변호사 선임료와 감정 비용 일체가 D&O 보험에서 지급되었다. 중소 규모 기업 임원에게 수억 원의 법률 비용은 개인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나, 보험을 통해 경영권 방어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관련 민사 소송의 전조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 사례가 쌓이는 단계이나, 산재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건설사 임원은 형사 재판과 병행된 거액의 민사 소송에서 D&O 보험의 '신체상해 소송 담보' 특약을 통해 법률 방어 비용을 지원받았다. 이는 현대 경영진에게 재무적 책임만큼이나 신체적 안전 사고에 대한 법적 방어막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해외,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IPO는 소송 리스크와의 사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신고서상 사업 전망 왜곡 (Peloton 사례)
홈트레이닝 기업 펠로톤(Peloton)은 상장 당시 수요 예측과 제품 안전 사고 위험을 충분히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주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D&O 보험은 수천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과 법률 비용을 담보했다. IPO 직후 실적 변동성이 큰 중소 IT·바이오 기업들이 투자설명서의 '미래 예측 정보' 오류로 인해 겪게 될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우회 상장(SPAC) 및 합병 과정의 정보 누락 (Nikola 사례)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는 기술력 과장 및 허위 공시로 인해 창업자가 기소되고 주가가 폭락했다. 이와 관련하여 제기된 다수의 민사 소송에서 D&O 보험은 경영진의 개인적 방어 비용을 지출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국내 중견기업이라면, 상장 방식과 무관하게 공시된 모든 정보가 소송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ESG 관련 공시 위반 및 주주 행동주의 (유럽 사례)
최근 유럽의 에너지 및 제조 기업들은 탄소 배출이나 공급망 인권 문제에 대한 공시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그린워싱(Greenwashing)' 관련 소송 비용 역시 D&O 보험의 담보 범위 내로 편입되는 추세다. 이는 IPO 기업이 비재무적 정보 공시에서도 엄밀함을 유지해야 함을 역설한다.
위 사례들은 IPO 기업이 D&O 보험 설계 시 단순 가입을 넘어 '실효성'에 집중해야 함을 증명한다.
배상금보다 무서운 방어 비용: 대다수 사례에서 배상 판결 이전에 이미 천문학적인 법률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선지급(Advancement of Costs)'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외감법 및 행정 제재의 실질적 위협: 국내 특유의 환경인 외감법 위반 과징금은 개인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채무다. 이를 보전하는 특약 유무가 경영진 개인의 파산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
신체상해 담보의 필수화: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에 경영진은 재무적 오판뿐만 아니라 현장의 안전 사고에 대해서도 개인적 책임을 진다. 일반적인 D&O 보험의 면책 조항을 극복하는 특약 설계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D&O 보험은 경영진의 부도덕함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라, 복잡해지는 사법 환경 속에서 정당한 경영적 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지적 재산 보호 장치'와 같다. 상장을 준비하는 경영자라면 상기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직무 범위에 최적화된 담보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