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기업공개)는 기업에 자본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축복인 동시에, 경영진에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법적 책임과 감시의 눈길을 요구하는 엄중한 시험대다. 특히 체계적인 법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상장 전후로 노출되는 복합적인 리스크는 경영진 개인의 자산권을 넘어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 이에 따라 D&O(임원배상책임보험)의 설계는 단순한 보험 가입을 넘어,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서 상세히 검토되어야 한다.
상장 준비 단계의 치명적 허점: 증권 발행 관련 오류(E&O) 리스크
기업이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작성하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는 투자 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중소·중견기업은 상장 심사 통과라는 단기적 목표에 함몰되어 재무제표의 미세한 오류나 사업 위험에 대한 고지 누락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장 후 '부실 공시'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상장 준비 단계에서의 E&O(Errors and Omissions) 리스크는 향후 자본시장법 제125조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D&O 보험 설계 시, 상장 전 행위(Past Acts)에 대한 소급 담보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증권 발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주의, 과실, 오해 유발 행위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증권 소송 담보'를 핵심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상장 후 시장의 냉혹함: 주가 변동과 집단 소송의 위협
상장 직후 보호예수 물량의 해제, 예상치 못한 실적 부진, 혹은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인한 주가 하락은 주주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산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통 물량이 적어 주가 변동폭이 크며, 이는 곧 경영진의 배임이나 허위 사실 유포 등을 주장하는 기획 소송의 표적이 되기 쉽다.
특히 주주 집단 소송은 천문학적인 방어 비용(변호사 선임료 등)을 발생시킨다.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소송 절차만으로도 기업 경영은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D&O 보험은 판결 확정 전이라도 방어 비용을 실시간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경영진 개인이 회사의 면책을 받지 못하는 상황(Side-A)에서도 독립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전략적 보완이 필수적인 특수 담보: 신체상해 및 외감법 위반
최근의 법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D&O 보험에서 반드시 구체화해야 할 특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체상해(Bodily Injury) 소송 담보의 확장이다. 일반적인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재산적 손해를 위주로 담보하며, 인명 사고에 대해서는 면책 조항을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에 따른 민사상 소송 위험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임원의 결정이 작업장 안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로 제기되는 소송에 대해 방어 비용과 손해배상금을 지원하는 특약은 제조업이나 건설업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 경영진에게 필수적인 보호막이다.
둘째, 외부감사법(외감법) 위반에 따른 행정 과징금 담보이다. 2018년 개정 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수위는 과거와 궤를 달리한다. 특히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회계 처리 오류라 할지라도, 금융당국은 경영진 개인에게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추세다. 이러한 과징금은 법적으로 '벌금'과는 성격이 달라 보험 담보가 가능한 영역이 존재한다. 기업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는 행정적 제재 비용을 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전받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설계의 정밀성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은 소송 발생 시 가용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보상 한도(Limit of Liability) 설정 시 소송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고려하여 보수적으로 높게 책정해야 하며, 경영진의 교체가 잦은 특성을 고려하여 퇴임 임원에 대한 담보 유지 기간(Run-off) 역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IPO 기업의 D&O 보험은 단순히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형식'이 아니라, 자본 시장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 자유를 보장하는 '전략적 장갑'이 되어야 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보험만이 예기치 못한 법적 분쟁으로부터 경영진의 사유 재산을 보호하고 기업의 신인도를 지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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