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공시의 경영 전략화와 기술 혁신: PwC 2025 글로벌 보고서 분석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규제가 일부 완화되거나 유예되는 흐름 속에서도, 전 세계 기업들은 오히려 보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PwC의 '2025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조사'는 공시가 단순한 규제 대응(Compliance)을 넘어, 기업의 본질적인 '경영 가치 제고'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인으로 안착했음을 입증한다.
규제 완화의 역설과 이해관계자의 실질적 요구
최근 미국 SEC의 기후 공시 규정 철회 움직임이나 EU의 CSRD(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 보고 일정 지연 등 '규제 피로감'에 따른 속도 조절이 나타나고 있으나,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압력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압력이 줄었다고 답한 기업은 7%에 불과했으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이해관계자로부터의 공시 요구가 더욱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투자자와 고객사의 '실무적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규제와 별개로 자본 시장은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정량화된 데이터로 입증할 것을 요구하며, 이는 곧 기업의 신용도와 자본 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전략적 자산화: 공시를 통한 가치 창출
기업들은 공시 과정을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지 않고,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인사이트에서 실질적인 경영적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당한 가치'를 얻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은 비재무 데이터를 다음과 같은 핵심 경영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및 경영 전략 (각 38%): 기후 변화 및 사회적 요소를 재무적·운영적 리스크와 통합하여 장기 전략을 수립한다.
공급망 전환 (28%): 가치사슬 전반(Scope 3)의 탄소 배출과 인권 리스크를 분석하여 공급망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인다.
자본 조달 및 인력 관리: 지속가능성 성과를 기업 금융(22%) 및 인력 생산성 향상(20%)의 지표로 활용한다.
지속가능성 보고의 디지털 전환: AI 활용의 폭발적 증가
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혁신은 이번 조사의 가장 극적인 대목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활용 비율이 지난해 11%에서 올해 28%로 약 3배 급증했다는 사실은 지속가능성 보고가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AI의 주요 활용 사례: 공시 초안 작성 및 요약, 방대한 공급망 데이터의 수집과 통합 검증,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리스크 식별 등에서 AI는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고 있다.
기술 도구의 세대교체: 엑셀 스프레드시트 사용은 여전하나, 중앙집중형 데이터 저장소(65%)와 전문 지속가능성 소프트웨어(37%)의 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는 데이터의 '추적 가능성(Traceabil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와 부서 간 협업 강화
공시의 품질은 이제 특정 실무 부서가 아닌 조직 전반의 협업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 응답자의 65%는 경영진 및 이사회의 참여 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이는 지속가능성이 전사적 핵심 의제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CSRD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재무, HR, 리스크 관리, 공급망 부서 간의 경계 없는 협업이 필수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사점
첫째, 공시 유예는 '중단'이 아닌 '내실화'의 기회다. 일부 규제 일정이 조정되더라도 글로벌 표준인 ISSB와 CSRD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선제적으로 공시 체계를 정교화한 기업이 향후 강화될 글로벌 공급망 규제와 투자 심사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둘째,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공시를 위해 수집된 데이터를 단순 보고서용으로 방치하지 말고, 이를 AI와 결합하여 비용 절감, 공정 혁신, 신규 시장 발굴의 지표로 활용하는 '가치 중심 공시(Value-driven Reporting)'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AI와 전문 기술 솔루션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보고 범위가 확대되고 데이터의 정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작업 기반의 보고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초기 단계부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데이터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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