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9일 토요일

제러미 리프킨 '회복력 시대'

 

문명사의 거대한 축 이동, 효율성의 종말과 회복력 시대의 서막

인류는 지금껏 '진보'라는 이름 아래 지구를 거대한 자산으로 간주하고, 그 자원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탈취하느냐를 문명의 척도로 삼아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역작 회복력 시대에서 이러한 산업 시대의 논리가 종말을 고했음을 선언한다. 이 책은 지난 50년간 글로벌 경제와 사회 체제를 연구해 온 저자의 사유가 집대성된 결정체로, 재야생화되는 지구 위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취해야 할 문명사적 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도서의 특징 및 심층적 분석

본 저서는 현대 문명을 지탱해 온 철학적, 경제적 근간을 해체하고 이를 생태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리프킨은 8년에 걸친 집필 기간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기후 대재앙과 팬데믹의 원인이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자연을 수동적 자원으로만 보았던 '효율성'의 독단에 있음을 통찰한다.

  1.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동안 인류는 시간과 공간을 최적화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테일러주의'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리프킨은 자연을 기계적 시스템으로 보았던 오만을 버리고, 복합 적응형 시스템으로서의 지구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문명의 중심축은 생산성(Productivity)에서 재생성(Regenerativity)으로, 인간 중심의 지정학에서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생명권 정치학으로 이동한다.

  2. 경제 체제의 근본적 재편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경제 서사는 가히 혁명적이다. 그는 성장이 아닌 번영을, 소유권이 아닌 접근권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모델을 역설한다.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은 붕괴하고, 분산형 동료 시민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반의 유동적 공유 경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 지표의 변화를 넘어,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고 물질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전면적인 개조를 의미한다.

  3. 생명권 정치를 향한 여정

    리프킨은 기존의 대의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생태 지역 거버넌스와 분산형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가라는 인위적인 경계를 넘어 생태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통치 체제가 부상할 것이라는 예견은,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가 도달해야 할 고도의 사회적 기술을 시사한다.

저자와 번역자의 위상

저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현대사회의 흐름을 가장 예리하게 통찰하는 경제·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다. 그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경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특히 유럽연합과 중국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깊이 관여하며 이론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자행한 '지구 약탈'의 역사를 반성하고, 지구와 인간이 공진화(Co-evolution)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포착하라고 조언한다.

번역자: 안진환

인문 사회 및 경제 경영 분야에서 정교한 문장력으로 정평이 난 전문 번역가다. 그는 리프킨의 방대한 지식 체계와 독창적인 신조어들을 한국어의 품위 있는 문체로 완벽히 소화해 냈다. 저자의 사상적 깊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에게 명료한 통찰을 전달하는 그의 번역은, 이 방대한 담론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시사점: 지구의 시간을 향한 겸허한 순응

회복력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시사점은 '인간 중심주의'의 해체다. 리프킨은 인류가 스스로를 지구의 지배자로 착각했던 진보의 시대를 마감하고, 지구의 생체시계와 전자기장에 스스로를 동기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제 효율성이라는 차가운 이성을 내려놓고, 타자와 생명을 향한 '공감'과 '생명애(Biophilia)'를 문명의 새로운 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가 아닌, 멸종의 위기 앞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할 유일한 전략이다.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비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전환하는 젊은 세대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 책은 그 변화를 이끌어갈 가장 강력한 이론적 무기가 될 것이다.

결국 회복력 시대는 인류가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재야생화되는 지구는 우리에게 위협인 동시에, 다시 한번 생명으로서 번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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