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고유의 시각을 기르고 적합한 대응 전략을 짜라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비용 효율'이 기업의 유일한 나침반이었다면, 지금은 '지정학적 안정성'과 '기술 안보'가 새로운 항로를 그리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공급망은 이제 단순한 조달의 문제가 아닌 기업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자산'이 되었습니다.
오늘 #PWS 브리프에서는 DBR 418호(2025년 6월 Issue 1)에 실린 류주한 교수의 리포트를 바탕으로, 이 거대한 혼돈 속에서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인 '공급망 회복탄력성'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DBR 리포트 소개: "복수 공급처 두고, 조달 상시 모니터링"
본 리포트는 글로벌 공급망이 GVC(Global Value Chain)에서 RVC(Regional Value Chain)로, 즉 '세계화'에서 '블록화'로 재편되고 있음을 명확히 진단합니다.
미국의 '우방국 중심 공급망(friendly-shoring)'과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 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이러한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반도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와 중국의 소재 수출 통제가 맞물리며 한국 기업들은 투자와 생산 거점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배터리: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는 중국을 배제하는 동시에 한국 3사에게는 기회가 되었으나, 핵심 광물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여전한 과제입니다.
자동차: 미국 IRA의 세액공제 요건과 중국 시장의 내수 편중으로 인해, 북미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조선: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 속에서, 한국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기술 초격차'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리포트는 이처럼 복잡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외부 충격에도 신속히 정상화할 수 있는 능력,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자 소개: 류주한 한양대 교수
이번 리포트를 작성한 류주한 교수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영 전략 전문가입니다.
소속: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교수
학력: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석사 (국제경영학)
영국 런던정경대(LSE) 박사 (경영전략)
주요 경력: 삼성전자, 외교통상부 등에서 해외 M&A, 직접투자 실무, 정책 홍보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연구 분야: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그린 공급망 등 공급망과 경영 전략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리포트의 시사점: '회복탄력적 경영'을 위한 5가지 제언
그렇다면 기업은 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리포트는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를 위한 5가지 핵심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공급 기반 다변화와 유연성 확보
특정 국가나 거래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합니다. 핵심 부품은 복수 공급처(Dual Sourcing)를 두고, 생산 거점 역시 멀티 허브(Multi-Hub) 전략으로 다국가에 분산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단일 공급망 장애가 전체 생산을 마비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핵심 소재는 전략 비축재고(Buffer Stock)로 보유해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로 공급망 가시성 제고
ERP, AI, IoT 등을 활용한 스마트 SCM(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조달, 재고,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여 수급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AI 기반 예측 모델로 재고 부족이나 운송 지연을 사전에 경고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확보된 '가시성'은 회복탄력성의 토대가 됩니다.
통상·금융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
고율 관세나 수출 통제 위험에 대비해 FTA(자유무역협정)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선물환 등 환헤지 전략과 더불어, 생산기지와 판매시장을 여러 통화권으로 분산시켜 위험을 상쇄하는 '자연적 헤지(Natural Hedge)'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정학 리스크 모니터링과 시나리오 대응체계
경영진은 이제 정치·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야 합니다. 워싱턴, 베이징, 브뤼셀 등의 정책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만약 A 규제가 시행된다면?"과 같은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Contingency Plan)을 사전에 수립해야 합니다.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경직된 조직은 변화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부서 간 경계를 넘어 협력하는 교차 기능(Cross-functional) 팀을 운영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창의적 해결책을 찾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심어야 합니다. 지정학적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조직의 DNA로 만들어야 합니다.
리포트는 마지막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변화하는 규칙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낼 정도의 독창적 전략과 통찰을 가져야 한다. 혼돈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혁신을 선도하는 자만이 다음 시대의 게임 체인저로 살아남을 것이다.
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곧 기회입니다. 이 변화의 본질을 꿰뚫고 '회복탄력성'이라는 견고한 방패를 마련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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