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고용·노동 관련 법률상 기업 형벌규정 현황 및 개선방향」 보고서는 대한민국 경영 환경이 직면한 '형벌의 과잉' 상태를 적나라하게 실증하고 있다. 2025년 8월 기준, 고용안정·근로기준·산업안전 등 주요 5개 분야 25개 법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활동을 옥죄는 형벌 조항은 무려 357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중 233개 조항(65%)은 사업주를 직접적인 처벌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어, 경영권 행사의 이면에는 상시적인 전과자 양산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총 자료 참고) https://www.kefplaza.com/web/index.do
형벌 중심 규제 체계의 현주소와 구조적 모순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분석하면 대한민국 노동법 제도가 얼마나 처벌 중심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지 극명히 드러난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82개)과 근로기준법(72개)에 형벌 조항이 집중되어 있으며, 근로기준법의 경우 전체 형벌 조항의 94%인 68개 조항이 오로지 사업주만을 겨냥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지점은 형벌의 수위와 범위다. 전체 조항의 약 75%인 268개 조항이 징역형을 병과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행정적 지도나 과태료로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적조차 형사처벌이라는 최후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려는 국가 형벌권의 남용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채용절차법, 기간제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오직 사업주만을 수규자로 지정함으로써, 경영자에게만 일방적인 사법적 책임을 전가하는 '책임의 불균형'을 고착화하고 있다.
또한, 실제 행위자가 아님에도 법인과 사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전체의 94%(336개)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현대 형법의 근간인 '자기책임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으로 하여금 실질적인 현장 개선보다는 형사책임 회피를 위한 외주화나 소극 경영을 선택하게 만드는 왜곡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다각적 리스크 관리의 시급성
기업인들에게 이러한 법적 환경은 대단히 불합리하며 개탄스러운 현실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법제도의 전면적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바, 경영자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당면한 사법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규제 환경이 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을수록, 방어 기제는 더욱 정교하고 두터워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내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의 비약적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법규 준수를 넘어, 보고서가 지적한 233개의 직접 처벌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여 각 공정 및 인사 관리 단계별 '법적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 특히 해고 예고 의무 위반과 같은 경미한 사안조차 징역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실무자의 사소한 실수가 경영진의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금융적 방어 체계인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풀커버(Full-Cover) 가입과 정교화된 설계가 필수적이다. 형사처벌 규정이 촘촘한 환경에서 경영진의 법률 비용과 배상 책임은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유동성 리스크로 직결된다. 단순히 보험 가입 여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최근 강화된 중대재해 및 노동 관련 특별법상 리스크까지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지 보장 범위를 극한으로 확장해야 한다.
셋째, 고용 구조의 전략적 재편이다. 무분별한 형사처벌 리스크는 정규직 고용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업은 법적 안정성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인력 운용 모델을 다변화하고, 노무 관리의 외주화보다는 내부적인 법률 리스크 관리 역량을 내재화하여 예기치 못한 사법적 타격에 대비해야 한다.
결언: 제도 개선을 향한 연대와 개별적 생존 전략
경총의 지적대로 낡은 형벌 중심의 고용·노동 법제는 비형사적 제재와 행정 제재 중심으로 조속히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의 경영 의욕을 고취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가 변화하기 전까지 경영 현장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경영자는 국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 활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보험과 예방 시스템이라는 강력한 방패를 구축해야 한다. 불합리한 법 환경 속에서도 기업을 지속시키는 힘은 결국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흔들리지 않는 경영 전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귀사의 경영진이 직면한 233개의 잠재적 형사 리스크에 대해, 현재의 임원배상책임 보험프로그램이 실질적인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지금 재검토하시길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