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 — 문명의 존속을 결정짓는 식탁 위의 윤리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는 기후 변화라는 인류사적 난제를 과학적 수치의 나열이 아닌, 소설가적 통찰과 철학적 사유로 풀어낸 문제작이다. 저자는 인류가 당면한 제6차 대멸종의 전조를 경고하며, 거대한 시스템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개인의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가장 급진적인 변혁인 '식습관의 전환'을 촉구한다.
책의 특징과 주요 내용
이 책은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적 기저를 해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으나, 가슴으로는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위협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서서히 다가오는 추상적인 재난에는 무감각해지는 '무관심 편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이름의 거대한 농장: 저자는 현재 지구상의 포유동물 60퍼센트가 식용 사육 동물이라는 충격적인 지표를 제시한다. 전 세계 230억 마리에 달하는 닭의 개체 수는 지구상의 모든 야생 조류를 합친 것보다 많으며, 아마존 파괴의 91퍼센트가 축산업을 위한 목초지 확보 때문이라는 사실은 지구가 이미 자연 생태계가 아닌 축산을 위한 공장으로 변질되었음을 폭로한다.
과학적 사실과 서사의 결합: 기후 변화는 당뇨병처럼 관리하는 질병이 아니라, 치명적인 확산 이전에 제거해야 할 악성 종양과 같다고 비유한다. 저자는 단순히 육식을 금하라는 도덕적 훈계를 넘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월등히 높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왜 우리가 '지금 당장' 먹는 것을 바꿔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실천적 제안, '저녁 식사 전까지 채식': 저자는 완벽을 기하기보다 실현 가능한 절제를 제안한다.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비건(Vegan)식으로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 변화를 기다리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이 즉각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표권이 바로 '식사'임을 일깨운다.
저자 및 번역자 상세 소개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Jonathan Safran Foer)
1977년 워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현대 영미 문단에서 '신동(Wunderkind)'이라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한 그는 데뷔작 『모든 것이 밝혀졌다』(2002)로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9.11 테러의 비극을 아홉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05)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논픽션은 소설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집요한 취재력이 결합되어 독보적인 설득력을 지닌다. 전작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을 고발했던 그는, 10년 뒤 발표한 『우리가 날씨다』를 통해 육식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를 넘어 지구 생태계의 존립 문제로 확장시켰다.
번역자: 송은주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주요 저작들을 전담하다시피 번역해오며 작가의 문체와 사유의 결을 가장 잘 이해하는 번역가로 정평이 나 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순수의 시대』 등 굵직한 문학 작품들을 번역한 그녀의 유려하고 밀도 높은 문장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논픽션의 정보를 문학적 향취가 담긴 메시지로 승화시킨다.
시사점: 기후는 곧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가 날씨다』가 남기는 가장 강렬한 시사점은 '개인의 무력함'이라는 신화에 대한 반격이다. 우리는 종종 거대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이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체념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패배주의야말로 지구가 마주한 가장 큰 적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은 기후 변화를 '외부의 환경적 요인'이 아닌, 우리 각자가 매일 반복하는 '행동의 합'으로 정의한다. 즉, 우리가 곧 날씨(We are the weather)인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위선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이 문제가 완벽한 성인(聖人)들의 운동이 아니라 불완전한 보통 사람들이 이어나가는 처절한 저항임을 시사한다.
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미래 세대가 우리에게 "그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할 것인가. 아침 식사 한 끼를 바꾸는 사소한 행위가 지구를 구하는 가장 숭고한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여된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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