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 압력에 반응하는 것이든, 비용 절감을 위한 결정이든 간에 — 많은 경영진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 DEI를 없애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리스크 관리 전문 매체 *Risk Management Magazine(RIMS)*에 실린 제니퍼 포스트(Jennifer Post)의 분석을 토대로, DEI 축소가 기업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정리한다.
1. 법적 리스크 — 소송의 문이 열린다
DEI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차별을 예방하는 구조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 장치를 없애면 여성, 유색인종, LGBTQIA+ 직원 등 소수자 집단이 차별적 처우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소송 리스크로 이어진다.
"DEI를 없앴으니 역차별 걱정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경영진도 있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의 소송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 금지 교육이 사라지고, 공정한 채용·승진 프로세스가 느슨해지면 — 법적 분쟁의 빌미가 더 많아진다.
2. 인재 리스크 — Z세대는 이미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DEI에 냉소적인 경영진이라도 이 수치는 무시하기 어렵다. Z세대의 61%는 DEI를 지지하지 않는 기업에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역시 포용적인 조직 문화를 직장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꼽는다.
채용 시장이 치열한 지금,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DEI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 그 이상이다. DEI를 없앤 기업은 조용히 인재 풀이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이탈도 뒤따를 수 있다 — 특히 다양성을 중시하는 핵심 인재일수록.
3. 재무·평판 리스크 — 고객도 보고 있다
경영진의 77%가 DEI는 재무성과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81%는 고객 충성도와 연관된다고 답했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69%는 DEI를 적극 지지하는 기업에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DEI를 철회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순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뀔 수 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층이 주요 타깃인 기업이라면 이 리스크는 더욱 크다.
평판 리스크를 피하려는 시도로 많은 기업이 DEI라는 단어 대신 '직원 참여', '직장 문화', '소속감' 같은 표현으로 재브랜딩하고 있다. 이 전략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 없이 용어만 바꾼다면 — 오히려 위선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포스트의 분석이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폐지보다 조정이다.
- DEI 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전, 전면적인 위험 평가를 먼저 실시할 것
- 조직의 가치와 목표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설계하고 필요하다면 재브랜딩할 것
- 차별 금지 교육은 유지하고, DEI의 핵심 원칙을 일상적인 업무 프로세스에 내재화할 것
- DEI는 한 번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
마치며
정치적 흐름에 따라 DEI를 없애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몰고 오는 법적 분쟁 비용, 인재 손실, 고객 이탈은 결코 작지 않다.
DEI는 단순한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리스크 관리의 문제다.
참고: Jennifer Post, "The Risks of Rolling Back DEI", Risk Management Magazine (RIMS), 2025년 11월 25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