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1일 화요일

AI 워싱: 과장된 기술 주장이 만드는 법적·경영적 리스크

AI 워싱이란 무엇인가

AI 워싱(AI Washing)은 기업이 실제 AI 기술 수준을 부풀리거나,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AI 역량을 보유한 것처럼 속이는 기만적 마케팅 행위를 가리킨다.

기업들은 "차세대 인공지능이 우리 비즈니스를 혁신했다"는 식의 대담한 선언을 쏟아내지만, 실상은 허위이거나 심각하게 과장된 경우가 많다. AI라는 단어가 투자 유치와 브랜드 가치에 직결되면서, 마케팅 팀이 기술적 현실을 한참 앞질러 달리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비즈니스 컨설턴시 Cruxy의 CEO Carrie Osman은 AI 워싱을 "과대 선전에 사로잡히고 비판적 검토가 결여된 시장의 증상"이라고 진단하며, 이사회가 "AI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면서 문제가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컴플라이언스 자문사 De Risk Partners의 Ravi de Silva는 "모든 기업이 AI를 활용한다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과대 선전이 진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이전 기술 사이클에서도 이런 패턴을 목격했다. 큰 약속, 빠른 자금 유입, 그리고 불충분한 감독이 반복된다"고 경고한다.


이 리스크가 부각된 계기: 실제 사례들

AI 워싱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형사 기소와 집행 조치로 이어지는 심각한 리스크임을 보여준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다.

SEC의 첫 AI 워싱 집행 조치 (2024년 3월) SEC는 두 투자사가 독자적인 딥러닝 AI 모델을 기반으로 투자 전략을 운용한다고 고객과 잠재 투자자를 수년간 오도했다는 혐의로 첫 AI 워싱 집행 조치를 발표했다. 사실상 해당 모델은 존재하지 않았다.

AI 채용 스타트업 Joonko CEO 기소 (2024년 6월) SEC는 현재 폐업한 AI 채용 기업 Joonko의 CEO Ilit Raz를, 기술 역량에 대한 허위 증언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최소 2,100만 달러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SEC 집행국장은 이를 두고 "'인공지능', '자동화' 같은 신조어를 동원한 구식 사기"라고 직격했다.

전자상거래 앱 Nate의 CEO 기소 (2025년 4월) FBI와 연방검찰은 전자상거래 기업 Nate의 전 CEO Albert Saniger를, 쇼핑 앱의 AI 역량을 과장해 투자자들로부터 4,000만 달러를 편취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Saniger는 Nate 앱이 "AI 기반으로 완전 자동화되어 인간의 개입 없이 온라인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자동화 수준은 사실상 0에 가까웠고 필리핀 콜센터 직원 수백 명이 수동으로 거래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마존 Just Walk Out 논란 (2024년) Amazon Fresh·Amazon Go 매장에 도입된 'Just Walk Out' 기술은 AI 센서가 고객의 구매 물품을 자동 인식하고 청구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도 직원 약 1,000명이 거래의 4분의 3 가까이를 수동으로 검증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며 비판을 받았다.

FTC의 'Operation AI Comply' (2024년 9월) FTC는 AI를 내세운 허위 광고와 사기를 단속하는 'Operation AI Comply'를 개시하고, 가짜 리뷰 생성 AI 도구, 'AI 변호사' 서비스, AI 기반 수익 창출을 표방한 사기 업체 등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 당시 FTC 위원장은 "AI 도구를 사용해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는 불법이며, AI라는 이름 아래 법 적용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메시지

이 일련의 사태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AI"라는 단어는 이제 법적 책임을 수반한다.

투자 설명 자료, IR 보고서, 제품 마케팅 어디서든 AI를 언급하는 순간 그 주장은 검증의 대상이 된다. 법무법인 Pierson Ferdinand의 파트너 Maryam Meseha는 "기업의 공시 자료가 AI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잘못 표현한다면 증권 사기, 소비자 기만, FTC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상장사나 미국 시장에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이라면 이 리스크는 실질적이다.

둘째, 임원 개인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관련 허위 진술에 대해 기업뿐 아니라 임원 개인도 소송, 과태료, 기타 규제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Nate CEO가 직접 기소된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EU AI Act는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에도 적용된다.

2026년 8월 전면 시행되는 EU AI Act는 'AI' 또는 'AI 기반'이라고 표현된 제품을 규제 대상 AI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유럽 시장을 겨냥하는 한국 기업이 제품에 성급하게 'AI' 딱지를 붙였다간 막대한 컴플라이언스 비용과 규제 의무를 떠안게 된다.

넷째, 과장 광고는 기술 투자 자체를 망친다.

Park Place Technologies의 CTO Chris Carriero는 "과대 선전된 솔루션을 쫓다 보면 진정으로 효율과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실질적 AI 기술을 간과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AI 워싱은 외부 신뢰만 갉아먹는 게 아니라 내부의 기술 판단력과 투자 효율성도 훼손한다.

실천적 대응 방향

전문가들은 'AI 기반(AI-powered)' 대신 'AI 보조(AI-assisted)'와 같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AI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마케팅·법무·컴플라이언스 기능이 공개 발표를 사전 검토하고, AI 모델의 개발·검증·통합 과정에 대한 내부 문서를 체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결국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AI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그 단어는 아직 쓸 준비가 안 된 것이다.


2026년 4월 14일 화요일

조직 분절이 초래하는 보안 리스크의 실체

팀 윌리엄스, 핑커턴 부회장 기고 요약

현대 기업의 보안 실패는 외부 공격보다 조직 내부의 단절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팀 윌리엄스는 강조한다. 그는 감사, 사이버, 물리보안, 인사, 컴플라이언스 등 핵심 기능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가장 큰 취약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내부 단절이 만든 실제 사고들

  • 내부 감사팀과 보안팀이 동일 직원을 서로 다른 혐의로 추적하면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 직원이 핵심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이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 시설 부서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설치해 네트워크 백도어가 생겼고, 결국 해킹으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된다.

이 두 사례는 부서 간 사일로와 소통 부재가 직접적인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결을 위한 네 가지 전략

윌리엄스는 조직이 단편적 대응을 넘어 통합적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다음 네 가지 축을 제시한다.

  1. 목적 기반 설계
    보안 아키텍처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핵심 목표에서 출발해야 한다.

  2. ROI에서 ROV로의 전환
    비용 중심의 ROI가 아닌, 조직 목표 보호의 가치를 기준으로 한 ROV 관점이 필요하다.

  3. AI의 중추신경계화
    부서별 개별 도입이 아닌,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AI 구조가 요구된다.

  4. 인간의 역할 재정립
    기술이 탐지 속도를 높여도, 분석·판단·윤리적 결정은 숙련된 인력이 수행해야 한다.

기고의 핵심 메시지

보안의 미래는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균열을 치유하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
윌리엄스는 부서 간 협력 권한을 가진 중앙 리스크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대 위협은 조직도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방어 또한 기존의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2026년 4월 13일 월요일

영국 CMA의 그린워싱 규제, 이제 공급망 전체가 타깃이다

수출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2024년 환경 주장 규제의 핵심


"친환경", "재활용 가능", "탄소중립"

이 세 단어가 이제 기업에게 **전 세계 매출의 10%**를 날릴 수 있는 폭탄이 됐다.

2026년, 영국 경쟁시장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이 그린워싱(Greenwashing) 규제의 칼날을 대폭 강화했다. 변화의 핵심은 단 하나다. 책임의 범위가 브랜드에서 공급망 전체로 확대됐다.

한국 수출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영국 또는 EU 시장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유통하는 순간, 이 규제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공급망 전체가 책임진다

기존에는 "우리는 제조사에서 받은 정보를 그대로 표기했을 뿐"이라는 해명이 어느 정도 통했다.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CMA 가이드라인은 환경 관련 주장에 대한 입증 책임을 원료 → 제조 → 유통 → 소매 → 브랜드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 단계에 부과한다. 즉, 한국의 원료 공급사, 국내 제조사, 현지 유통업체, 그리고 최종 브랜드까지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규제 대상이 되는 표현도 단순한 문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지, 로고, 색상, 심지어 소비자에게 친환경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정보의 '생략' 까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녹색 잎사귀 이미지 하나, "자연에서 온" 같은 문구 하나가 입증 자료 없이는 법적 리스크가 된다.


"검증 못 하면 쓰지 마라" — 입증 의무의 핵심

이번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명확하다.

모든 환경 주장은 기업 스스로 근거를 확보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공급업체가 "친환경 소재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혹은 제3자 인증서 하나를 받았다고 해서 의무가 끝나지 않는다. CMA는 이를 명시적으로 불충분하다고 규정한다.

기업이 스스로 다음을 해야 한다:

  • 환경 주장에 대한 과학적·통계적 근거 확보
  • 해당 근거의 문서화 및 내부 보관
  • 근거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주장 수정 또는 철회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면 제품 판매 자체가 법적 리스크가 된다. 규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을 때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방어 논리가 되지 않는다.


과징금: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숫자를 보면 이 규제가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할 수 있다.

2024년 제정된 법에 따라, 허위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환경 주장을 한 기업에는 다음 중 큰 금액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10%
  • 30만 파운드(약 5억 원)

그리고 치명적인 조항이 있다. 고의성이 없어도 위반으로 간주된다. 담당자가 몰랐다고, 실수였다고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와 직접 접점이 있는 유통업체와 브랜드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구조다. 한국 기업이 OEM·ODM 방식으로 납품하더라도, 제품에 환경 관련 표기가 들어간 순간 리스크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다.


유통사도, 브랜드도 모두 제재 대상

책임 소재를 두고 "우리 잘못이 아니라 거래처 잘못"이라며 서로 미루는 상황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CMA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시정할 수 있는 주체를 중심으로 제재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브랜드가 잘못된 환경 표시를 수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업체가 판매를 계속했다면, 양측 모두 제재 대상이 된다.

거래 계약서에 환경 관련 책임 조항이 없다면, 지금 당장 검토가 필요하다.


글로벌 규제의 방향은 동일하다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 EU: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 추진 중
  • 미국 FTC: 친환경 마케팅 가이드라인 강화
  • 호주, 싱가포르, 한국: 환경 주장 입증 책임 강화 흐름 합류

다국적 기업, 그리고 다국적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국가별 차이를 파악하되, 가장 엄격한 기준에 맞춘 통합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시장마다 다른 기준을 개별 대응하는 전략은 비용과 리스크 양쪽에서 비효율적이다.


수출기업이 지금 해야 할 것

이번 규제 강화는 마케팅 문구 몇 개를 고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공급망 관리 전반을 재설계하도록 압박하는 구조적 변화다.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사항:

  1. 자사 제품에 환경 관련 표현이 포함되어 있는가? (문구, 이미지, 로고, 색상 포함)
  2. 해당 표현을 뒷받침하는 검증 자료가 문서화되어 있는가?
  3.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환경 관련 주장을 자체 검증했는가?
  4. 유통·판매 계약서에 환경 표시 관련 책임 조항이 명시되어 있는가?
  5. 수출 대상국의 그린워싱 규제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가?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대응이 필요하다.


그린워싱 규제는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법적 리스크다. 영국 CMA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수출기업이라면, 환경 주장에 대한 검증 체계를 지금 구축해야 한다.


본 포스팅은 영국 CMA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및 관련 규제 동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6년 4월 9일 목요일

기업 회복력(Enterprise Resilience)이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다. 팬데믹, 기후 위기, 사이버 공격, 지정학적 갈등, 급격한 기술 변화까지 — 조직을 흔드는 충격의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그 강도는 점점 세진다. 이런 환경에서 단순히 리스크를 줄이거나 피하는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리스크 관리 팀이 리스크 매니지먼트 매거진(RIMS)에 기고한 글은 그 한계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기업 회복력(Enterprise Resilience)**을 제시한다.

회복력이란 단순히 위기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아니다. 충격을 흡수하고, 신속하게 회복하며, 나아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강해지는 능력이다. 이 글은 그 회복력을 다섯 가지 핵심 영역으로 분해하고, 실제로 강화하기 위한 일곱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이론이 아니라 조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천적 프레임워크다.


회복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축

1. 디지털 회복력 — 사이버 위협과 기술 변화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조직의 디지털 의존도는 높아지고, 그만큼 사이버 위협에 노출되는 표면적도 넓어진다. 랜섬웨어 공격 한 번으로 핵심 업무가 마비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 하나로 전체 운영이 멈추는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디지털 회복력은 이런 위협을 전제로, 견고한 IT 인프라와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이버 침해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기적인 보안 점검, 데이터 백업 체계, 침해 대응 시나리오 훈련이 여기에 포함된다.

2. 기술적 회복력 — 신기술을 안전하게 내재화하는 능력

AI, 머신러닝, 자동화 기술은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만들어낸다. 기술적 회복력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조직 안에 통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그 시스템이 오작동하거나 편향된 결과를 낼 경우 이를 감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운용하는 조직의 역량이 회복력의 본질이다.

3. 운영 회복력 — 위기 속에서도 핵심 기능이 멈추지 않는 구조

자연재해, 공급망 붕괴, 핵심 인력 이탈 등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직의 핵심 기능이 어느 수준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운영 회복력은 이 질문에 답하는 영역이다.

핵심은 사전 준비다.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응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 계획이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요구된다. 단일 공급업체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다변화, 원격 근무 체계 구축, 핵심 프로세스의 문서화도 운영 회복력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4. 재정적 회복력 — 위기를 버티는 재무적 체력

아무리 전략이 뛰어나도 재무적 기반이 흔들리면 조직은 무너진다. 재정적 회복력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수익 극대화보다 장기적 재무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 기준이 필요하다. 부채 수준 관리, 비용 구조의 유연성 확보, 다양한 수익원 개발 등이 재정적 회복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5. 인재 회복력 — 변화를 이끄는 사람을 키우는 것

결국 회복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조직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인재 회복력은 학습 능력, 창의성, 팀워크를 갖춘 민첩한 인력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적응하는 문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는 분위기, 그리고 조직 전체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는 구조가 인재 회복력의 핵심이다.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팀과 조직 차원의 집단 지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회복력을 실제로 키우는 7가지 전략

핵심 영역을 이해했다면 이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문제다. 글은 조직이 회복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곱 가지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전략 1. 리스크 관리 라이프사이클에 회복력을 통합하라

회복력은 별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존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 리스크 식별, 평가, 대응, 모니터링의 모든 단계에서 회복력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계획을 통해 다양한 위기 상황을 사전에 그려보고,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전략 2. 적응형 리더십과 회복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라

리더가 불확실성 앞에서 경직되면 조직 전체가 경직된다. 적응형 리더십은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읽고, 조직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부서 간 사일로를 허물고 횡적 협업을 촉진하는 구조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전략 3. 지속적 학습과 역량 강화에 투자하라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어제의 역량이 오늘의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조직은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습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직무 교육을 넘어,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량 개발 체계를 의미한다.

전략 4.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이해관계자 참여를 강화하라

위기 상황에서 정보의 흐름이 막히면 조직은 빠르게 혼란에 빠진다. 내부 구성원 간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물론, 고객·파트너·규제기관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관계도 회복력의 중요한 자산이다. 다중 채널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위기 시 무엇을, 누가, 어떻게 소통할지를 미리 설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 5. 측정과 피드백 메커니즘을 갖춰라

회복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회복력 수준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현재 취약점을 파악하며,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후 검토를 통해 교훈을 도출하고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가 핵심이다.

전략 6. 조직의 맥락과 성숙도에 맞는 맞춤형 접근을 취하라

모든 조직에 동일한 회복력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산업의 특성, 조직의 규모, 현재 리스크 관리 성숙도에 따라 우선순위와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산업 기준과 비교해 현재 조직의 성숙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단계적 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전략 7.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회복력을 개발하라

회복력은 단기 프로젝트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의 전략적 계획 주기 안에 회복력 개발을 내재화하고,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는 반복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오늘의 회복력이 내일의 회복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조직 전체에 자리 잡아야 한다.


회복력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 글이 남기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명확하다. 회복력은 한 번 구축하면 끝나는 고정된 목표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협력하고, 기술과 문화적 기반 위에서 끊임없이 진화시켜야 하는 지속적·적응적 프로세스다.

충격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충격을 흡수하고, 빠르게 회복하며, 더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은 가능하다. 디지털·기술·운영·재정·인재라는 다섯 가지 축을 균형 있게 강화하고, 일곱 가지 전략을 조직의 맥락에 맞게 적용할 때 기업 회복력은 단순한 개념을 넘어 실질적인 경쟁력이 된다.

불확실성의 시대, 살아남는 조직과 도태되는 조직의 차이는 결국 회복력을 얼마나 진지하게, 얼마나 체계적으로 키워왔는가에 달려 있다.


참고: Hazel Mak, Sit Yiwen, Teng Yixin — "Improving Organizational Sustainability Through Enterprise Resilience", Risk Management Magazine (RIMS), 2026년 4월 9일 원문 링크: rmmagazine.com


2026년 4월 7일 화요일

순수 미술품 보호를 위한 위험 관리 전략

Andrea DeField — Hunton Andrews Kurth LLP 보험회수 그룹 파트너 
Charlotte Leszinske — 같은 그룹의 어소시에이트 

핵심 요약

1. 예술품은 고유한 위험에 노출된다

예술품은 미적·재정적 가치를 지니지만, 운송 중 분실·손상, 도난, 고의적 훼손, 위조 등 다양한 위험에 취약하다.
따라서 전체론적·미래지향적 위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2. 보험은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

보험 약관 검토, 보장 범위 확인, 문서화, 감정·출처 기록, 대여 시 상대방 보험 검증 등은 필수 절차로 제시된다.
보험사가 요구하는 사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3. 운송은 가장 큰 위험 요인

미술품 보험 청구의 약 50%가 운송 중 손상·분실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전문 운송업체 선정, 기후 제어 장비, 창고 보안, 운송 전 상태 보고서 작성 등을 핵심 요소로 제시한다.

4. 자연재해 대비

보관 장소의 화재·홍수·강풍 위험 평가, 대체 보관소 확보, 백업 전력 및 보안 시스템 구축 등 재난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

5. 손상 발생 후의 대응

손상 발생 시에는

  • 추가 피해 방지
  • 보험사 신속 통지
  • 철저한 문서화

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부분 손실·전손 판단, 감정 절차, 가치 산정 방식 등도 초기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6. 보험사·중개인·전문가와의 협업

보험사는 최근 위험 식별 및 완화 도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책 조건에 따라 특정 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보험사·중개인·전문가·보존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이 종합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결론짓는다. 


결론

이 기고는 예술품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복합적 위험에 노출된 고가치 투자재로 바라보며, 보험·운송·보관·재난 대비·사후 대응을 아우르는 통합적 리스크 관리 전략을 제시한다.
특히 법률·보험 전문가의 관점에서 정교한 절차와 문서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 Andrea DeField — Hunton Andrews Kurth LLP 보험회수 그룹 파트너 
  • Charlotte Leszinske — 같은 그룹의 어소시에이트 

두 필자는 예술품 관련 보험·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로, 예술품 손실 예방과 보험 청구 전략을 중심으로 실무적 조언을 제시한다.

https://www.rmmagazine.com/articles/article/2026/04/07/risk-management-strategies-for-protecting-fine-art?utm_campaign=shareaholic&utm_medium=copy_link&utm_source=book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