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북이탈리아 35만 명의 식수를 오염시킨 화학기업 미테니. 2025년 6월,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경영진이 PFAS 오염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 판결 한눈에 보기
- 총 징역형 합계: 141년
- 유죄 판결 경영진: 11명
- 민사 손해배상금: €7,500만 이상
- 피해 주민 추정치: 약 35만 명
사건의 배경: '영원한 화학물질'이 흘러든 땅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트리시노(Trissino). 아름다운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로 둘러싸인 이 작은 마을에 1965년부터 화학공장 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RiMar(리마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공장은 이후 여러 번의 소유주 교체를 거쳐 미테니(Miteni S.p.A.)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었다. 주요 사업은 불소화 화학 중간체, 즉 PFAS(과불화화합물)의 생산이었다.
PFAS란 탄소와 불소의 강력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합성 화학물질군으로, 열·기름·물에 강한 저항성을 지닌다. 프라이팬 코팅,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소방 폼에 이르기까지 산업 곳곳에 쓰였다. 문제는 이 물질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인체에 축적되면 암(특히 신장암·고환암), 간 손상, 면역계 억제, 생식 장애 등과 연관된다는 연구결과가 쌓여왔다.
어떻게 오염이 시작됐나
미테니 공장은 수십 년간 PFAS가 포함된 폐수를 적절한 처리 없이 주변 토양과 수계로 방류했다. 오염된 지하수는 비첸차·파도바·베로나 세 개 주에 걸친 광범위한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검사단에 따르면 경영진은 오염 위험성과 PFAS의 유해성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환경 보호 조치 없이 가동을 계속했다.
[ 주요 사건 연표 ]
- 1965년 - RiMar 공장 설립. 이후 여러 소유주를 거쳐 미테니로 운영됨. 미쓰비시가 1998~2009년 지배.
- 2013년 - 베네토 지역 환경청(ARPAV)이 공장 인근 수계에서 고농도 PFAS를 처음 공식 검출. 사법당국에 통보. 이후 주민 혈액 검사 시작.
- 2018년 - 규제 압박과 형사수사 속에 미테니 파산 선언 후 공장 폐쇄. 환경 정화 책임은 공공기관으로 이전.
- 2020년 - 30개 지자체·14만 명이 포함된 '레드존(Red Area)' 선포. 주민 연구에서 당뇨·뇌혈관 질환·일부 암 위험 증가 확인.
- 2021년 - 형사 재판 시작. 미테니·미쓰비시·ICIG 전직 경영진 15명 기소. 4년간 140회 이상 심리 진행.
- 2025년 5월 - 비첸차 노동법원, 2014년 미테니 직원 사망과 PFAS 노출의 인과관계를 이탈리아 최초로 법적 인정.
- 2025년 6월 26일 - 비첸차 중죄법원, 전직 경영진 11명 유죄 선고. 총 징역 141년 + 민사 배상 €7,500만 이상.
판결의 내용: 검사 구형보다 무거운 선고
2025년 6월 26일, 비첸차 중죄법원은 6시간의 평의 끝에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 15명 중 11명에게 유죄가 선고됐고 4명은 무죄 방면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11명의 징역형 합계는 141년으로, 검사가 요청한 121년 6개월을 훌쩍 넘겼다. 최고형은 17년 6개월, 최하형은 2년 8개월이었다.
피고인에는 미테니뿐 아니라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코퍼레이션과 룩셈부르크 투자펀드 ICIG(International Chemical Investors Group)의 전직 경영진이 포함됐다. 법원은 기업 소유주가 여러 차례 바뀌었더라도 개인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미쓰비시 일본인 임원 2명은 각각 16년, 1명은 11년을 선고받았다.
유죄 혐의는 의도적 수질 오염, 의도적 환경 재해, 불법 폐기물 관리 등이었다. 다만 부적절한 폐기물 처리 관련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각됐다.
민사 배상액은 총 €7,500만 이상으로, 이 중 환경부가 €5,600만, 베네토 주정부가 €650만을 수령한다. 민사 원고로 참여한 약 300명의 개인과 단체에도 보상이 이루어졌으며, 시민 각자에게는 €5만씩 지급이 결정됐다. 법원은 유죄 선고를 받은 경영진이 향후 정화 및 환경 복구 비용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것은 역사적 판결입니다. 모범적입니다. 대기업, 특히 다국적 기업도 범죄 행위의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반(反)PFAS 활동가 알베르토 페루포, 판결 직후 성명
피고 측은 PFAS를 규제하는 이탈리아 법률이 당시 존재하지 않았고, 문제 행위 당시에는 PFAS를 탐지할 기술도 부족했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의 규모: 4,000명의 초과 사망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오염 지역에서 악성 종양(신장암·고환암 포함), 심혈관 질환 등으로 인한 초과 사망이 4,000건에 달한다. '레드 에어리어' 주민 연구에서는 전반적 사망률, 당뇨, 뇌혈관 질환, 일부 암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탈리아 국립보건원이 설정한 임계값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의 PFOA가 주민 혈액에서 검출됐다. ARPAV는 2013년 이후 5만 건 이상의 환경 샘플을 수집·분석했다.
이 싸움을 이끈 것은 시민들이었다. 'Mamme no PFAS(PFAS 반대 엄마들)'라는 풀뿌리 단체를 비롯해 그린피스, 민주의학(Medicina Democratica), 의사환경연대(ISDE)가 민사소송과 사회운동을 병행했다. 200명 이상의 시민이 소송에 직접 참여했다.
이 사건이 남긴 인사이트
- 세계 최초의 PFAS 형사 책임 판결 : 이번 판결은 역사상 처음으로 법원이 PFAS 오염에 대해 기업 경영진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은 사례다. 기업의 '법인 책임'에 숨어 있던 개인 경영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냈다.
- 규제 공백이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피고 측은 당시 PFAS 규제법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거부했다. '법이 없었으니 책임도 없다'는 논리가 환경 범죄에선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소유주가 바뀌어도 책임은 이어진다: 미쓰비시·ICIG 등 전 소유주 임원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업 매각·합병이 환경 피해에 대한 개인 책임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 오염 설비의 '탈출'이라는 새로운 문제: 미테니 공장 폐쇄 후 특허와 산업 장비 일부가 인도로 반출됐다는 조사 보도가 나왔다.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오염 산업 기반이 이전되는 '환경 도주' 문제를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 스웨덴·이탈리아에서 확산되는 PFAS 법적 인식: 2023년 스웨덴 대법원은 주민 혈중 PFAS가 신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탈리아 판결과 맞물려 PFAS 피해의 법적 지위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격상되고 있다.
남겨진 질문들
이 판결은 1심에 불과하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유지될지, 더 나아가 피해 규모에 걸맞은 완전한 정화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미테니의 설비가 인도에서 재가동될 가능성, 그리고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같은 역사가 반복될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토양·지하수 내 PFAS에 대한 규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탈리아의 반세기짜리 교훈이 다른 나라에서는 예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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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ntro di Ateneo per i Diritti Umani, Università di Padova (2025.06.27)
- Taft Law PFAS Insights (2025.07.03)
- Renewable Matter — Miteni PFAS Trial (2025.07.04)
- Chemistry World (2025.06)
- Environmental Health News (2025.07.02)
- The Japan Times (2025.06.27)
- Global Agriculture / Miteni PFAS Scandal Explained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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