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7일 토요일

아피 파마 어린이 기침약 참사: 리스크 거버넌스의 구조적 실패

200명 어린이의 죽음은 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비극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제약사에 보내는 구조적 경고이기도 하다. 이 경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는 기업은, 다음 참사의 주역이 될 가능성을 스스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I. 사건의 개요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집단 소아 사망 사건은, 단순한 의약품 사고가 아니라 제약 산업의 공급망 거버넌스 전반이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참사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최소 195명의 어린이가 에틸렌글리콜(EG) 및 디에틸렌글리콜(DEG)로 오염된 기침·해열 시럽을 복용한 후 급성 신장 손상으로 사망하였다. 희생자 대부분은 5세 미만의 영유아였으며, 이 수치는 단일 의약품 오염 사고로는 현대 제약사에서 유례가 드문 규모에 해당한다.

사건의 지리적 파장 또한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았다. 에틸렌글리콜 오염 시럽으로 인한 소아 사망 사건은 1990년대부터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인도,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으며, 이번 인도네시아 사건은 감비아, 우즈베키스탄 사건과 맞물려 WHO의 글로벌 경고 발령을 촉발하였다. 의약품 공급망의 취약성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 생태계가 공유하는 구조적 리스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10월 의약품 시럽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의 모든 액상 의약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법적 귀결로는, CEO 아리에프 프라세티야 하라합(Arief Prasetya Harahap)을 포함한 아피 파마 임원 4명이 징역 2년 및 10억 인도네시아 루피아(약 6만 3천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자카르타 중앙법원은 아피 파마와 원료 공급업체 CV 사무데라(Samudera)의 공동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 가족에 대한 배상을 명령하였다.


II. 아피 파마: 중견 제약사의 민낯

아피 파마를 단순히 군소 불량 제조사로 규정하는 것은 이 사건의 본질을 오독하는 것이다. PT 아피파르마(PT AFIFARMA)는 1985년 인도네시아 동자바 주 케디리(Kediri)에 설립된 제약사로, 의약품·소비자 제품·한방 의약품을 포괄하는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cGMP(우수 의약품 제조 기준)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2014년 기준 98종의 의약품을 생산하였다.

겉으로는 정부 인증을 갖춘 중견 제약사였다. 인도네시아 국가사회보장 시스템(JKN)을 위한 생산 참여와 ASEAN 경제 공동체 시장 진출까지 목표로 삼고 있었다. 즉, 아피 파마는 규제의 레이더 밖에 있는 음지의 업체가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운영되던 기업이었다. 바로 이 점이 이 사건을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게 만든다.


III. 거버넌스 붕괴의 해부학

사건의 인과관계는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전 세계적인 의약품 등급 프로필렌글리콜(PG) 공급 부족이 발생한 2021년, 소규모 비누 원료 공급업체인 CV 사무데라는 산업용 에틸렌글리콜(EG)을 PG로 재포장해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위조의 방식이었다. CV 사무데라는 대형 화학사 다우 케미칼 태국(Dow Chemical Thailand)의 로고를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EG 드럼통에 붙였고, 유통업체 CV 아누그라 페르다나 게밀랑(Anugerah Perdana Gemilang)은 실제 검사 없이 이 가짜 원료에 대한 성분 분석 증명서를 발급하였다.

아피 파마는 이 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제품 생산에 투입하였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원료의 EG 함량이 최대 9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WHO의 안전 기준치는 0.1%에 불과하다. 이 오염된 원료는 아피 파마의 기침 시럽 70개 배치 생산에 사용되었다.

거버넌스 실패의 핵심은 입고 검사 절차의 완전한 부재였다. 아피 파마는 2021년 EG 검사 결과 없이 제품을 등록하였으며, 법원은 규제 당국인 바단 POM(Badan POM) 역시 제품을 "무사려하게" 승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기업과 규제기관 양자 모두 기본적인 원료 검증을 생략한 것이다.

규제 체계의 공백도 사태를 키웠다. 인도네시아에서 EG와 DEG의 허용 기준이 의약품 원료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20년의 일이었으며, 완제품에 대한 명시적 검사 의무는 2023년이 되어서야 법제화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규제 공백을 이유로 아피 파마의 책임을 경감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소비자 단체는 규제기관 BPOM을 상대로 엄격한 품질 검사 부재, 불량 시럽에 대한 취약한 감시, 필수 품질 검사 의무를 제약사 자체에 위임한 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도의 허점이 산업 전체의 자기규율 부재와 맞물렸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이 사건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IV. 교훈

이 사건에서 도출되는 교훈은 도덕적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제약 거버넌스의 설계 원칙으로서 다음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공급망 검증은 면책 불가의 자체 의무다. 납품 업체가 제출한 성분 분석서나 인증서를 수동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거버넌스가 아니다. CV 사무데라는 다우 케미칼 태국의 로고를 무단 도용해 위조 라벨을 제작하였고, 유통업체는 실제 검사 없이 허위 증명서를 발급하였다. 공급망의 어느 고리에서든 사기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체 입고 검사(incoming material testing)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제약사의 비위임적 의무다.

원가 압박은 안전 기준을 대체할 수 없다. CV 사무데라의 CEO는 법정에서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재포장을 감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공급 부족과 원가 압박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대체 원료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강화하기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한 결과가 어디로 귀결되었는지를 이 사건은 명확히 보여준다.

규제 공백은 기업의 자기 기준을 높이라는 신호지, 낮추라는 허가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 EG/DEG 기준이 완제품까지 확대 적용된 것은 2023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 책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제약사의 품질 기준은 규제 최저선을 상회하도록 자체 설계되어야 한다.

공급망 위기 국면에서 검증 강도는 더 높아야 한다. 2021년의 전 세계적인 의약품 등급 PG 공급 부족이 이 참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체 원료를 긴급 수배해야 하는 위기 상황은, 통상적인 검증 절차를 생략해도 되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정밀한 검증을 요하는 경보 신호다. 위기가 리스크를 희석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은 공급망 관리의 기본 공리다.

거버넌스 실패의 대가는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 아피 파마는 CEO를 포함한 임원이 형사 처벌을 받고, 민사 배상 명령을 받았으며, 브랜드 가치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 제품 안전 거버넌스를 비용 항목으로 인식하는 기업은, 그 비용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는지를 훗날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닫게 된다.


V. 결론

아피 파마 사건은 제약 산업의 특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산업에서 품질 관리의 실패는 고객 불만이나 재무적 손실로 귀결된다. 그러나 제약 산업에서 원료 검증의 생략은 곧바로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cGMP 인증과 정부 등록 번호는 안전의 증명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최소 요건일 뿐이다. 그 최소 요건이 실제 운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 그것이 제약 거버넌스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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