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4일 토요일

중국 법원, 라벨 위조 '블랙 공작소' 주주에게 구매액 10배 징벌배상

법인을 청산해도 안 된다. 라벨을 허위로 기재해도 안 된다. 회사 뒤에 숨어도 안 된다. 2024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이번 모범사례는 그동안 관행처럼 통용되던 책임 회피 방식을 하나씩 봉쇄하겠다는 사법부의 공개 선언이다. 중국에 식품을 수출하거나 현지에서 식품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면, 이 판결을 단순한 타산지석이 아닌 구체적인 컴플라이언스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건명] 유(劉) 모씨 대 종(钟) 모씨 — 정보통신망 매매계약 분쟁 사건 [공표일] 2024년 8월 21일 (최고인민법원 기자회견 발표) [사법해석 시행일] 2024년 8월 22일


사건 개요: 백주 20배치, 전부 가짜였다

소비자 유(劉) 모씨는 2021년 5월 5일,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모 주류 회사(某酒业公司)의 네트워크 쇼핑몰에서 백주(白酒) 20건(件)을 구매하고 7,173위안(한화 약 140만 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수령한 백주의 라벨에 기재된 생산공장 명칭과 생산허가 번호가 모두 허위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식 허가도, 실존하는 공장도 없는 이른바 '블랙 공작소(黑作坊)' 제품이었다.

유 모씨는 주류 회사를 상대로 '퇴일배십(退一赔十)', 즉 구매 대금 환급에 더해 10배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해당 주류 회사의 유일한 자연인 주주인 종(钟) 모씨에게도 연대 배상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책임 회피: 법원 전화 거부, 법인 말소, 휴대전화 폐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주 종 모씨의 행태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법원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온라인 쇼핑몰 개설 당시 실명으로 등록한 휴대전화 번호를 정지시켰다. 그리고 '이사회 결의 해산'을 명목으로 주류 회사를 아예 법인 말소(注销)해 버렸다. 회사라는 법적 외피를 제거하면 개인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판결: 주주 종 모씨에게 7,173위안 환급 + 71,730위안 배상

심리 법원은 유 모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도 피고 주류 회사와의 매매계약 관계가 충분히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해당 백주가 단순 라벨 결함인지 아니면 식품안전 기준 위반인지의 판단이다. 법원은 생산공장 명칭과 생산허가 번호가 모두 허위로 기재된 이 사건은 '라벨 결함(瑕疵)'이 아니라, 소비자를 오도하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중화인민공화국 식품안전법 제148조 제2항에 따라 구매 금액의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됐다.

둘째, 회사가 이미 말소된 상태에서 주주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법원은 중화인민공화국 회사법(公司法)을 근거로, 주주가 고의로 회사를 악의적으로 말소하여 채무를 면탈하려 한 경우 법인격 독립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종 모씨는 회사 환급금과 함께 구매 금액의 10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유 모씨에게 직접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이 모범사례로 선정된 이유

이 사건은 2024년 8월 21일 최고인민법원(最高人民法院) 기자회견에서 '식품안전 징벌적 손해배상 전형사례(典型案例)' 4건 중 사례 2로 공식 발표됐다. 다음 날인 8월 22일부터는 이 판결의 직접적 법적 근거가 된 '식품·약품 징벌적 손해배상 분쟁 사건 심리에 관한 법률 적용 약간 문제의 해석(법석[2024]9호, 이하 사법해석)' 총 19개 조항이 전국에 시행됐다.

이 사법해석의 핵심 조항은 라벨 위반의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라벨의 흠결이 단순 결함으로 면책되려면 식품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비자를 오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생산공장 허위 기재, 생산허가 번호 위조, 중대한 오기재는 어떤 경우에도 단순 결함으로 처리될 수 없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구매 금액의 10배 또는 손해액의 3배 중 소비자가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으며, 최소 1,000위안의 하한선이 설정되어 있다.

최고인민법원이 이 사건을 전국 모범사례로 채택했다는 것은, 전국 각급 법원에 대한 사실상의 판결 지침으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산둥성(山东省) 소재 법원의 원심 판결이 최고인민법원을 통해 전국 기준이 된 셈이다.

중국 식품 규제의 방향: 2013년부터 현재까지 62,000명 형사처벌

이번 판결은 단발성 이슈가 아니다. 중국 사법당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식품안전 기준 위반 관련 형사 사건 45,000건 이상을 처리하면서 62,000명 이상에게 형사 책임을 물었다. 2024년은 이 흐름의 정점에 해당하는 해로, 입법 정비와 사법해석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민사 징벌배상의 상한을 높이는 한편, 형사 처벌망도 넓히는 방식으로 식품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제재 비용 자체를 대폭 끌어올리는 구조다.

대중국 수출업체에 대한 경고

이 판결이 중국 내부의 불법 제조업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큰 오산이다.

라벨 오류 하나가 10배 배상의 트리거가 된다. 이번 사법해석은 생산자 정보, 허가번호, 성분표, 생산일자, 유통기한 등의 허위 기재뿐 아니라 '중대한 오기재'도 단순 결함으로 면책하지 않는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식품의 중국어 라벨이 현행 식품안전법 제67조 기준을 충족하는지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중국 유통 파트너의 라벨 임의 수정은 곧 리스크다. 현실에서 중국 유통업체가 수입 원제품에 자체적으로 라벨을 붙이거나 수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가 외국 제조사에게 연대 책임으로 귀속될 수 있다. 계약 단계에서 라벨 관리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법인 구조에만 의존한 리스크 차단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1인 주주의 개인 연대책임을 명확히 인정했다.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해 식품 사업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법인 운영이 불투명하거나 지배주주가 고의로 법인을 활용해 채무를 회피하려 한다면 개인 또는 모회사에 직접 책임이 귀속될 수 있다.

제품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확보가 필수다. 블랙 공작소 제품과 명확히 구별되기 위해서는 원산지 인증, 제조 이력, QR 기반 추적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중국 당국의 요구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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