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8일 일요일

선의의 랠리, 승부보다 빛나는 나눔의 품격


삐약이에서 기부 천사로.. 세모를 따뜻하게

스포츠 스타의 기부는 종종 ‘액수’로만 소비된다.
하지만 신유빈의 나눔을 들여다보면, 숫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다. 바로 태도다.

21살,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선수.
코트 위에서는 세계를 상대로 싸우지만, 코트 밖에서는 늘 주변을 먼저 살핀다.
이번 당진시 이웃돕기 성금 1억 원 기부 역시 단순한 선행 뉴스가 아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총 2억 원. 그리고 그 장소는 유소년 탁구축제 현장이었다.

이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성공의 자리에서, 가장 처음 떠올린 대상이 ‘다음 세대’와 ‘이웃’이라는 점이다.

신유빈의 기부는 늘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신유빈쌀’ 모델로 맺은 지역과의 인연,
유소년 탁구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선수 개인의 의지.
이 모든 것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하나의 서사가 된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나눔이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첫 월급으로 보육원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사주던 순간부터,
유소년 선수들의 전지훈련비를 걱정하고,
여성 탁구와 지역 탁구,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온 시간들.

여기에는 ‘스타의 의무’ 같은 거창한 명분보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내가 받은 만큼 다시 나눈다”는 단순하고 정직한 마음이 보인다.

그래서 신유빈의 기부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안심하게 만든다.
“아, 저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성공이 누군가를 멀어지게만 하지는 않는구나.”

스포츠 스타의 기부가 사회에 주는 가장 큰 힘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성공 이후의 삶이 어떤 방향일 수 있는지,
유명해진 뒤에도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신유빈의 나눔은 그래서 ‘미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장면에 가깝다.
삐약이의 작은 손길이 모여, 세모난 세상을 조금 더 둥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


2025년 12월 27일 토요일

'2025년 세계축구 8대 기적’ 손흥민 유로파리그 우승


15년의 기다림, 마침내 별이 된 소년의 꿈

초록빛 그라운드 위로 쏟아지는 환호성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그의 눈가에 고인 15년의 세월이었다. 축구라는 비정한 세계에서 '영원한 낭만'을 믿었던 이들에게 2025년의 어느 봄날은 기적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트란스퍼마르크트가 선정한 ‘세계 축구 8대 기적’. 지도를 펼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작은 섬나라의 분투와 하부 리그의 반란 사이에서, 유독 우리 마음을 흔드는 것은 손흥민이라는 이름의 여덟 번째 기적이다. 무수한 사건들 중 오직 그만이 한 개인으로서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가 산출한 이변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한 영혼이 빚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일 것이다.

마침내, 런던의 하늘에 트로피를 수놓다

토트넘의 하얀 유니폼을 입고 보낸 수천 개의 낮과 밤. 그는 늘 웃고 있었으나 그 미소 뒤에는 트로피를 향한 갈증이 깊게 배어 있었다. 2025년 5월, 유로파리그 결승의 종료 휘슬이 울리던 순간, 그는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15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우승은, 마치 가장 늦게 피어난 꽃이 가장 향기로운 것처럼 전 세계 팬들의 가슴에 깊은 잔향을 남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함을 꺾고 들어 올린 그 트로피는, 손흥민이 써 내려온 인내와 집념의 서사에 찍힌 완벽한 마침표였다.

대륙을 넘어 다시 쓰는 제2막, LA의 찬란한 노을 아래서

하지만 기적은 멈추지 않았다. 무대를 옮긴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는 또 다른 태양으로 떠올랐다. LAFC의 검은 유니폼을 입고 그가 보여준 13경기 12골의 기록은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축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 대륙의 경계를 넘어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부앙가와의 마법 같은 호흡, 경기장을 가로지르는 특유의 질주. LAFC가 선정한 명장면 속에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이제 그가 성취를 넘어 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경지에 올랐음을 말해준다.

기적이라는 이름의 보상

사람들은 흔히 기적을 하늘이 내린 우연이라 말하지만, 손흥민에게 허락된 이 기적은 **'성실함이 만든 필연'**에 가깝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겸손하게,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밝게 웃었던 그였기에 세상은 그에게 '세계 8대 기적'이라는 고귀한 칭호를 헌사했다.

우리는 지금 한 선수의 전성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하나의 신화가 되어가는지를 목격하고 있다. 손흥민,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기적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들의 마음속에 가장 서정적인 문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반전과 시장의 반응



쿠팡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당초 알려진 3300만 명에서 3000명으로 대폭 수정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6%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안도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국내 수사기관과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자발적 발표의 진정성과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이 얽힌 이번 사태의 쟁점을 분석한다.

3300만에서 3천 명으로, 극적인 축소의 배경

사건 초기 쿠팡은 전직 직원이 내부 보안 키를 탈취해 약 3370만 명의 고객 정보에 접근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공개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 쿠팡은 글로벌 보안업체들과의 포렌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제 유출(저장)된 정보는 3000개 계정에 불과하다고 정정했다.

범인은 3300만 명의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가졌으나, 실제 자신의 기기에 저장한 것은 극히 일부라는 주장이다. 특히 결제 정보나 로그인 비밀번호, 개인통관고유번호 같은 민감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유출된 데이터 역시 외부로 전송되지 않고 파기되었음을 강조했다.

왜 성급하게 3300만 명이라고 발표했나

기업의 위기 관리 측면에서 정보 유출 사고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출 가능성이 있는 전체 모수를 선제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은폐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또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은 유출 인지 후 지체 없이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확한 집계보다 신속한 보고에 우선순위를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 증시가 쿠팡의 발표를 신뢰하는 이유

뉴욕 증시는 이번 정정 발표를 기업 리스크의 실질적 해소로 받아들였다. 3300만 명 규모의 유출은 징벌적 과징금과 천문학적인 집단소송 비용을 초래하는 '존속 위협'이지만, 3000명 규모는 통제 가능한 수준의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맨디언트, 팔로알토 네트웍스 등 세계적인 보안 기업들이 포렌식에 참여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전문 기관의 검증 결과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 근거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수사기관의 반발과 여론의 악화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과기정통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쿠팡의 발표를 일방적인 셀프 조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가 기관의 공식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이 먼저 결과를 단정 지어 발표하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전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부터 발표까지 수개월의 공백이 있었던 점, 그리고 피의자가 하천에 노트북을 투기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음에도 쿠팡이 단독 범행과 데이터 파기를 확언하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통한 인사이트: 페이스북과 메리어트

2018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캠브리지 애널리틱사 사태나 메리어트 호텔의 유출 사고 당시에도 초기 추정치와 최종 확인 수치 사이의 간극은 존재했다. 당시에도 시장은 수치 축소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결국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했는지가 장기 주가와 브랜드 신뢰도를 결정했다. 이번 쿠팡 사태 역시 유출 건수라는 숫자보다 퇴사자가 수개월간 보안 키를 소유하고 서버에 접속할 수 있었던 내부 통제 공백이 더 뼈아픈 지점이다.

전망과 시사점

향후 사태의 핵심은 정부 합동조사단의 검증 결과다. 만약 정부 조사에서 쿠팡의 발표와 다른 추가 유출 정황이나 관리 소홀이 드러날 경우, 쿠팡은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더 강도 높은 영업 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쿠팡은 뉴욕 증시의 신뢰를 얻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국내 소비자들과 규제 당국과의 신뢰 회복이라는 더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사태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위기 대응 시 투명성과 전략적 노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기후의 침묵을 깨는 법정의 소리, 일본의 첫 기후 소송이 던지는 질문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인가. 이 거창하고도 절박한 질문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일본 시민 450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기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청구 금액은 고작 1,000엔. 이 소박한 금액 뒤에는 국가의 입법 부작위가 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생활권을 파괴하고 있다는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다.

법정으로 간 뜨거운 공기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야심차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과학의 눈으로 본 현실은 다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하는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법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법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가올 재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방어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 운동가 빌 맥키번은 기후 위기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물리학과 협상할 수 없다. 물리학은 타협하지 않으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이번 소송은 국가가 물리학의 법칙 앞에서 행정적 편의주의를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 날카로운 송곳이다.

기후 위기는 추상이 아니라 일상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폭염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으며 작업 속도를 늦춰야만 하는 건설 노동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놀이터와 수영장을 뜨거운 열기에 빼앗겨버린 부모들의 진술은 처절하다.

일본은 올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 수치는 기록을 경신하지만, 그 기록 뒤에 숨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다. 아동이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발달의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침해다. 1,000엔이라는 상징적 배상금은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국가의 무책임이 시민의 삶에 구체적인 흉터를 남겼음을 증명하려는 몸짓이다.

전 지구적 법정 투쟁의 연대

일본의 이번 행보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기후 위기 대응 부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독일 법원이 국가의 기후 목표 미흡을 위헌으로 판결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소송은 2024년에만 200건 넘게 쏟아졌다.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미래 세대의 권리를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확보하려는 필사적인 시도다.

법은 사회의 가치관이 응축된 그릇이다. 과거의 법이 경제 성장과 재산권 보호에 치중했다면, 미래의 법은 안정적인 기후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맺음말: 미래를 소환하는 재판

일본의 첫 기후 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철학적 문답이다. 정부가 국제 협약의 숫자를 끼워 맞추는 동안, 시민들은 법정에서 뜨거워진 대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이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기후는 정책의 선택지가 아니라 헌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1,000엔의 소송 비용으로 그들이 사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조금 더 시원하고 안전한 내일이었을 것이다.

관련 영상 참고: 유튜브에서 일본 기후 소송 또는 Climate Litigation Japan 키워드로 검색된 뉴스 보도를 시청하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임팩트온의 홍명표 기자 리포트를 바탕으로 기후 정의에 대한 사유를 담아 재구성했다.


한국형 행동주의, 자본시장의 이정표가 될까?



차익거래의 기회가 된 한국 시장,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소했던 주주 행동주의가 이제는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맞물려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지며 행동주의는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단기적 투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과연 한국형 행동주의는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행동주의의 부상: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상법 개정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다.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은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명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기반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기금, 자산운용사, 개인투자자, 심지어 ETF까지 행동주의에 동참하며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행동주의는 특정 펀드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상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행동주의의 본질: '정의'가 아닌 '수익률 게임'

하지만 행동주의의 본질을 '정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행동주의는 도덕적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수익률 게임'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IRR(내부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금융공학적 전략을 구사한다.

펀드의 만기가 3~7년으로 정해져 있고,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구조는 펀드가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통해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유인을 강하게 만든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행동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요구의 진짜 이유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거나 자사주 소각을 촉구하는 것을 단순히 주주환원이라는 미명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레버리지 투자 구조에서 현금흐름을 확보해 IRR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배당은 레버리지 이자 상환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여 펀드의 수익률을 방어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마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펀드의 수익률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역설적 활용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시장의 구조적 약점들이 행동주의 펀드에게는 차익거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높은 상속세, 지주회사 저평가,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러한 대주주의 사익 편취 이슈를 공론화하여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역이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마치 "상처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는 속담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행동주의에 양면의 칼날이 되고 있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동전 양면

행동주의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통해 대리인 비용을 감소시키고, 배당 성향 제고와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SM엔터테인먼트 사례처럼 소수 지분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단기 차익 중심의 '먹튀' 가능성, 사모펀드 구조로 인한 투명성 부족, '늑대 떼 전략'과 같은 법망 회피 전술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또한, R&D나 설비 투자 축소로 이어져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

한국형 행동주의가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수적이다. 첫째, 상속세와 세제 개편을 통해 대주주의 편법 유인을 줄여야 한다. 둘째, 이사의 충실의무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여 주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단기 행동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 예를 들어 지분 보유 기간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장기 관여형 행동주의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한국형 행동주의가 기업 가치 향상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변화는 마치 조각가가 돌을 깎는 과정과 같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필요한 부분을 다듬어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한다."

우리는 지금 한국 자본시장이라는 거대한 돌을 깎는 과정에 서 있다. 행동주의는 그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달라질 것이다.

선의의 랠리, 승부보다 빛나는 나눔의 품격

삐약이에서 기부 천사로.. 세모를 따뜻하게 스포츠 스타의 기부는 종종 ‘액수’로만 소비된다. 하지만 신유빈의 나눔을 들여다보면, 숫자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이 있다. 바로 태도 다. 21살,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선수. 코트 위에서는 세계를 상대로 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