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8일 월요일

볼프강 포르쉐의 네 번째 선택: 사랑인가, 고독의 탈출인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그 맹세의 유효기간에 대하여

어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한 뉴스가 들려왔다. 볼프강 하인츠 포르쉐 박사가 82세의 나이로 네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백발의 자동차 제국 총수와 60대 여인의 결합. 단순히 재벌가의 황혼 재혼으로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얽힌 서사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동시에 잔혹하리만치 현실적이다.

오늘은 포르쉐 가문의 수장이 왜 생의 끝자락에서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질문들을 깊이 사유해보고자 한다.


  1. 제국의 마지막 수호자

볼프강 포르쉐. 그는 단순한 부자가 아니다. 자동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엔지니어 중 한 명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막내 손자이자, 현재 포르쉐 AG와 폭스바겐 그룹을 지배하는 포르쉐 오토모빌 홀딩 SE의 감독 이사회 의장이다.

그의 사촌 형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故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공격적인 정복자였다면, 볼프강은 조용한 수호자였다. 피에히가 폭스바겐을 세계 1위로 만들기 위해 무자비하게 사람을 자르고 기업을 삼킬 때, 볼프강은 가문의 지분을 지키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온화해 보이는 미소 뒤에는 냉철한 비즈니스 감각이 숨어 있다. 그는 포르쉐 가문과 피에히 가문 사이의 끝없는 전쟁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왕좌를 지킨 인물이다.

"비즈니스에서 감정은 사치다. 하지만 가족은 비즈니스보다 복잡하다."


  1. 지난 세 번의 결혼과 이별

80대의 재혼. 보통은 동거나 파트너 관계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굳이 법적인 결혼을 택했다. 그의 지난 결혼사를 보면 그가 무엇을 갈구했는지 보인다.

첫 번째 부인: 카린 핸들러

젊은 날의 초상. 장남 크리스티안과 딸 스테파니를 낳았다. 포르쉐 가문의 일원으로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려 했던 시기다.

두 번째 부인: 수잔 브레서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1988년 결혼해 2008년까지 20년을 함께했다. 두 아들(페르디난트, 펠릭스)을 두었다. 가장 안정적이고 긴 결혼 생활이었으나, 황혼 이혼으로 끝났다.

세 번째 부인: 클라우디아 훠브너

여기가 가장 논쟁적인 지점이다. 전 독일 정부 고문이자 법학 교수였던 그녀와 2007년부터 교제하다 2019년에 늦깎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2023년, 볼프강은 이혼을 청구한다.

이유는 그녀의 병이었다. 클라우디아는 치매와 유사한 난치병으로 급격히 인격이 변하고 거동이 불가능해졌다. 볼프강은 "그녀의 성격이 병으로 인해 완전히 변했고, 결혼 생활이 불가능해졌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사유의 지점:

대중은 비난했다. 아픈 아내를 버린 비정한 억만장자라고. 하지만 80세의 노인에게,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배우자와의 삶은 지옥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도덕적 의무 대신 남은 생의 행복을 선택했다. 이것은 이기적인가, 아니면 생존 본능인가? 그는 고독을 견딜 수 없는 DNA를 가진 남자다. 그에게 결혼은 단순한 사랑의 서약이 아니라, 자신의 옆자리를 지켜줄 확실한 내 편을 만드는 정치적 행위이자 생존 전략일 수 있다.


  1. 가브리엘레 쭈 라이닝겐

새 신부는 가브리엘레 프린세신 쭈 라이닝겐, 62세. 그녀는 신데렐라가 아니다. 이미 그 자체로 거물이다.

본명: 가브리엘레 레나테 호미 (독일 철강 재벌 티센 가문의 양녀가 되며 성을 바꿈).

결혼 이력:

  1. 라이닝겐 공작 카를 에미히와 결혼 (독일 귀족).

  2. 이슬람 이스마일파의 수장 아가 칸 4세와 결혼 (세계적인 부호이자 종교 지도자).

특징: 법학 박사 학위를 가진 지성인이자, 유네스코 자문 위원 등으로 활동한 국제적인 명사.

Insight:

이것은 트로피 와이프를 얻는 결혼이 아니다. 동급의 결합(Power Couple)이다. 볼프강 포르쉐는 자신을 돌봐줄 간병인을 원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대화가 통하며, 사교계에서 자신의 옆에 섰을 때 부족함이 없는 파트너를 원했던 것이다.

그들은 잘츠부르크와 뮌헨, 키츠뷔헬을 오가며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 그녀는 그에게 활력을 주고, 그는 그녀에게 안정을 준다. 철저한 니즈(Needs)의 결합이다.


  1. 행복을 빌어주자, 다만 사유하자

82세의 나이에 네 번째 결혼을 감행한 볼프강 포르쉐. 전 부인과의 비극적인 이별 과정 때문에 뒷맛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병든 아내를 두고 떠난 남자의 사랑을 순수하게 축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 볼프강 포르쉐를 보자. 그는 평생을 가문의 짐과 책임, 그리고 거대한 부가 주는 고립감 속에서 살았다. 죽음이 가까워오는 나이, 그는 기억을 잃은 아내와의 의리보다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살아있는 온기를 택했다.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맹세에서 '죽음'이 육체적 죽음만을 의미하는지, '인격의 소멸'도 포함하는지는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철학적 난제다.

그의 네 번째 결혼이 그가 찾던 마지막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부디 이번엔 법원이 아닌, 서로의 품 안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인생은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만 채우기엔 너무 짧고, 나만의 행복을 좇기엔 너무 무겁다."


[함께 보면 좋은 영상] 포르쉐 가문의 역사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 (다큐멘터리 클립)

https://youtu.be/pjvUZFmUsG0?si=g0XB2mc3VRJ05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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