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기후의 침묵을 깨는 법정의 소리, 일본의 첫 기후 소송이 던지는 질문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인가. 이 거창하고도 절박한 질문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일본 시민 450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기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청구 금액은 고작 1,000엔. 이 소박한 금액 뒤에는 국가의 입법 부작위가 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생활권을 파괴하고 있다는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다.

법정으로 간 뜨거운 공기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0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야심차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과학의 눈으로 본 현실은 다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하는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법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법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가올 재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방어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 운동가 빌 맥키번은 기후 위기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물리학과 협상할 수 없다. 물리학은 타협하지 않으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 이번 소송은 국가가 물리학의 법칙 앞에서 행정적 편의주의를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 날카로운 송곳이다.

기후 위기는 추상이 아니라 일상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폭염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으며 작업 속도를 늦춰야만 하는 건설 노동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놀이터와 수영장을 뜨거운 열기에 빼앗겨버린 부모들의 진술은 처절하다.

일본은 올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다. 수치는 기록을 경신하지만, 그 기록 뒤에 숨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다. 아동이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발달의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침해다. 1,000엔이라는 상징적 배상금은 돈을 받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국가의 무책임이 시민의 삶에 구체적인 흉터를 남겼음을 증명하려는 몸짓이다.

전 지구적 법정 투쟁의 연대

일본의 이번 행보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기후 위기 대응 부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독일 법원이 국가의 기후 목표 미흡을 위헌으로 판결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소송은 2024년에만 200건 넘게 쏟아졌다.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미래 세대의 권리를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확보하려는 필사적인 시도다.

법은 사회의 가치관이 응축된 그릇이다. 과거의 법이 경제 성장과 재산권 보호에 치중했다면, 미래의 법은 안정적인 기후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맺음말: 미래를 소환하는 재판

일본의 첫 기후 소송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철학적 문답이다. 정부가 국제 협약의 숫자를 끼워 맞추는 동안, 시민들은 법정에서 뜨거워진 대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이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기후는 정책의 선택지가 아니라 헌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1,000엔의 소송 비용으로 그들이 사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조금 더 시원하고 안전한 내일이었을 것이다.

관련 영상 참고: 유튜브에서 일본 기후 소송 또는 Climate Litigation Japan 키워드로 검색된 뉴스 보도를 시청하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임팩트온의 홍명표 기자 리포트를 바탕으로 기후 정의에 대한 사유를 담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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