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5일 금요일

욕망의 비대칭과 짝퉁의 습격: 우리는 혈관에 무엇을 주사하고 있는가

욕망을 찌르는 가짜 주사기: 오젬픽 열풍의 치명적 그림자

인류의 역사는 곧 '결핍'과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우리는 '과잉'과 싸우고 있다. 넘쳐나는 칼로리, 그리고 그것을 덜어내려는 병적인 욕망. 그 접점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오젬픽(Ozempic), 젭바운드(Zepbound), 삭센다(Saxenda)와 같은 체중 감량 주사제다.

기적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던 이 약물들이 이제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 2025년 12월 5일, 사이언스타임즈 김민재 리포터의 보도는 이 기형적인 시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SNS가 부추기고, 가짜 약이 침투한 이 위험한 세계를 들여다본다.


1. 욕망의 인플레이션과 SNS의 환각

초기 당뇨병 치료제였던 GLP-1 계열 약물들은 이제 '꿈의 다이어트 약'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이 타이틀을 부여한 주체가 의학계가 아닌,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와 SNS 인플루언서들이라는 점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비포 앤 애프터(Before & After) 영상이 쏟아질 때마다, 대중은 이 약물을 전문의약품이 아닌 최신 아이폰이나 명품 가방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수요는 폭발했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체중 감량은 의학적 과정이지, 단순히 소비할 수 있는 미용 트렌드가 아니다."

이 경고는 묵살되었다. 사람들은 건강이 아닌 '마름'을 구매하고 싶어 했고, 그 간극을 범죄 조직이 파고들었다.

2. 가짜의 역습: 죽음을 파는 암시장

공급 부족은 필연적으로 암시장을 부른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권 선진국에서조차 가짜 오젬픽의 유통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인터폴은 이미 적색경보를 울렸다. 영국에서만 25만 파운드(약 4억 3천만 원) 규모의 밀수 약물이 압수되었다는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가짜 약이 치명적인 이유:

  • 성분 미상: 효과가 없는 식염수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인슐린이 섞여 있어 저혈당 쇼크를 일으키거나, 독성 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허다하다.

  • 오염된 주사: 멸균되지 않은 환경에서 제조된 주사제는 패혈증을 유발한다.

  • 검증 없는 투여: 의사의 처방 없이 남용되는 고용량 투여는 심각한 부작용,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한다.

[Youtube Video: The Dangerous Rise of Fake Ozempic - BBC News or similar investigative report placeholder]

3. 경제적 불평등이 낳은 비극

왜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루트를 택하는가? 답은 '비용'에 있다. 미국 기준 한 달 투약 비용은 1,000달러(약 140만 원)를 상회한다.

비만 치료가 절실하지만 정품을 살 여력이 없는 계층, 혹은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를 원하지만 처방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이 음지로 내몰린다. 비싼 가격이 불법 시장의 마진을 보장해 주는 꼴이다. 정부 차원의 가격 인하 논의가 있다지만, 글로벌 제약 시장의 구조상 요원한 일이다.


💡 시사점: 우리가 직시해야 할 진실

단순한 '가짜 약 주의보'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현상은 현대 사회의 병리적인 단면을 시사한다.

  1. 의료의 상품화와 윤리: 전문의약품이 쇼핑 카트에 담는 물건처럼 취급될 때, 안전장치는 해제된다. 약물은 전문가의 통제 하에 있을 때만 약이다. 그 범위를 벗어나면 독이 된다.

  2. 알고리즘의 죄책: SNS 플랫폼은 불법 약물 광고와 잘못된 정보를 방치했다. 조회수가 돈이 되는 구조 속에서, 사용자의 건강은 알고리즘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3. 진정한 웰빙의 상실: 우리는 왜 주사 한 방으로 살을 빼려 하는가? 건강한 신체라는 본질적 가치보다, 보여주기 식의 외형적 변화에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 '치명적 시장'을 키운 자양분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약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몸은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테스트하는 실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쉬운 길에는 늘 함정이 있다. 그 함정이 때로는 목숨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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